김건희 씨의 사과 기자회견을 보고 큰 당혹감을 느꼈다. ‘남편 앞에서 내 허물이 부끄럽고, 내가 남편에게 얼룩이 될까봐 걱정이고, 아이도 낳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니... 지난번 윤석열 측근이 김건희 씨의 목덜미를 잡아 끌고가던 장면에 이어서 도대체 윤석열같은 지배층 인사들이 여성을 어떻게 대하기에 저런 태도가 나오는지 근본적 의구심이 들게 된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김건희 씨의 성적이력, 외모, 성형 여부 등을 파헤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학력위조, 주가조작, 부동산 사기 등은 명백히 잘못이다. 정희진 선생님의 지적처럼 이에 대한 검증과 비판을 가로막는 것은 ‘페미니즘’과 아무 상관이 없다. 하지만 기자회견을 보면서 이 문제에서도 역시 몸통은 윤석열이라는 생각이 더 굳어진다.
검찰권력을 이용해 선택적 수사와 기소를 하고, 자기 주변의 문제들은 덮어온 정치검사 윤석열의 ‘허물과 얼룩’이 모든 문제의 뿌리인 것이다. 하지만 족벌언론을 중심으로 주류언론들은 이것을 별로 파헤치지 않고 있다.
윤석열도 김건희 씨를 일종의 ‘범퍼’처럼 이용해, 검증의 칼날이 윤우진 게이트 등 자신의 허물로 다가오는 것을 차단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다보니 주된 시선이 김건희 씨에게 쏟아지고, 국민의힘과 윤석열은 ‘김건희의 허물이 정의로운 검사였던 윤석열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프레임을 형성해 가면서, 그것을 이용하고 있다. 물론 공적 검증이 불가피한 김건희 씨의 문제들에 대해서도 주류언론들(과 법조기자들)의 검증 태도는 정경심 교수나 윤미향 의원 때와 비교해보면 아주 미온적이다.
만약 그런 수준의 검증과 취재가 이어지고 검찰이 거기에 호응했다면 김건희 씨는 벌써 수십번 압수수색을 받고 긴급구속 됐을 것이다. 반면, 김건희 씨는 아직도 소환조사 한번 받지 않았고, ‘검증’은 학력위조에 머물며 주가조작과 부동산 사기 등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진중권, 권경애, 김경율, 금태섭 등의 ‘양심과 소신’은 실종됐고, 와 국민의힘(허은아 대변인)은 의혹제기를 ‘여성비하와 사생활 캐기’로 퉁쳐버리려 했다.
“눈물전략을 쓰다니 워킹맘 망신”이라고 조동연 씨를 공격했던 게 바로 허은아였는데 말이다. 또 는 손혜원 씨가 김건희 씨의 눈성형 문제를 (부적절하게) 제기하자, “[성형의] 견적도 안 나오는 고생대 생물”이라고 손혜원 씨의 외모를 비하하는 우파 논객의 글을 실었다. ‘여성비하는 우리만 할 수 있다’는 면허증이라도 가진 것 같다.
이런 극단적으로 대조적인 상황이 2007년 신정아 씨의 학력위조에 대해 검찰과 언론이 어떻게 대응했는가라는 기억도 소환하고 있다. 여기서 나는 신정아 씨의 부분적 잘못과는 별개로 당시에 벌어진 것은 야만적 마녀사냥이었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다.
신정아 씨의 학력위조 논란은, 그녀가 청와대 정책실장의 연인이었다는 것을 고리로 온갖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발전했다. ‘신정아 뒤에는 이해찬 총리, 권양숙 여사가 있다’고 했고, ‘신정아는 김대중의 숨겨둔 사생아’라는 말까지 나왔다. 족벌언론들은 신정아 씨의 연애편지를 공개하고 성생활을 묘사했고, 나중에는 나체 사진까지 입수해 1면에 ‘단독’으로 실었다.
언론에 이런 정보를 흘려주던 검찰은 전광석화같은 압수수색, 구속과 기소로 답했다. 이 모든 것은 터무니없이 과도한 집단폭력이었다. 결국, 나중에 권력형 비리 의혹들은 모두 사실무근이었다는 게 밝혀졌다.
이 광풍 속에서 노무현 정부의 레임덕은 더욱 심해졌고, 당시 우파의 유력 대선후보였던 이명박의 BBK 의혹은 어느 정도 물타기가 될 수 있었다.
공인(또는 그 가족)이라는 이유로 이뤄지는 언론의 야만적인 물어뜯기와 몰아가기는 지금도 여전하다. 최근에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경우다. 김수석의 아들은 어릴 때부터 정신질환(조현병)으로 고생해 왔고, 최근 입사지원서에 ‘내 아버지가 민정수석’이라고 쓴 것은 그것이 낳은 해프닝이었지 무슨 특혜나 채용비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언론은 이런 사실을 확인, 검증하지도 않고 무조건 ‘단독, 속보’부터 올렸다. 결국 김수석은 즉각 사퇴했고, 아들의 내밀한 정신병력은 온세상에 강제 공개돼 버렸다. 이 과정에서 이 가족이 겪은 아픔과 상처는 가늠하기 어렵다.
대장동 사건에서 관련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지는 것에도 언론의 책임이 있다. 왜냐하면 족벌언론과 종편방송들에서 지난 반년간 끊임없이 실명과 얼굴을 공개해 ‘비리의 하수인’으로 기정사실화해 낙인찍었던 이들이 연달아 목숨을 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얼마나 집요했으면 ‘대장동 주범은 이재명’이라는 프레임은 누구도 의심없이 받아들일 지경이다.
이 속에서 화천대유의 돈줄이었던 부산저축은행과 하나은행,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해 준 박근혜 청와대, 민간개발을 압박한 국민의힘, 투기꾼들을 풀어주고 뒤를 봐 준 검찰, 전관 법조인들과 법조기자 등으로 구성된 ‘50억 클럽’에 대한 언론의 취재와 검증, 검찰의 수사와 기소는 흐지부지 사라지고 있다.
최근에 를 보다가 족벌언론들의 행태를 묘사한 것을 보고 무릎을 쳤다. 누군가를 ‘나쁜놈’이라고 좌표를 찍고 우르르 몰려가서는 집단린치를 하고 다시 다음 표적을 향해 이동하는 방식을 되풀이한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과 행태 속에서 어떤 문제의 사회적 원인과 구조적 해법은 실종된다. 더구나 이들의 좌표찍기는 철저히 선택적이다.
족벌언론들에 인용되기를 즐기는 지식인, 정치인들은 이런 선택적 좌표찍기와 집단린치를 돕는다. 따라서 내가 묻는 것은 왜 김건희 씨는 좌표찍어서 집단린치하지 않냐는 게 아니다. 왜 김건희 씨에게는 정당한 공적 검증의 잣대마저 들이대길 주저하며 변명에만 귀를 기울이고, 무엇보다 윤석열 앞에서는 검증의 잣대를 꺼낼 생각도 않냐는 것이다.
* 아래 사진은 2007년 당시에 문화일보의 '단독' ㅠ 직후부터 조중동 등의 열심 받아쓰기가 이어졌다 ㅠ
전지윤님글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김건희vs신정아
ㄴㅅㄷ 조회수 : 1,195
작성일 : 2021-12-28 14:54:28
IP : 211.209.xxx.26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똑같은사안
'21.12.28 3:10 PM (121.157.xxx.2) - 삭제된댓글신정아는 앉은 자리에서 오줌싸고 머리는 산발에 인간 이하취급 받고-윤석열 직접수사 끝 유죄.
김건희는 신부화장하고 기자회견 열어 자기 남편한테 사과하고 끝-윤석열이 남편2. 같은사안
'21.12.28 3:13 PM (121.157.xxx.2)신정아는 앉은 자리에서 오줌싸고 머리는 산발에 인간 이하취급 받고-윤석열 직접수사 끝 유죄.
김건희는 신부화장하고 기자회견 열어 자기 남편한테 사과하고 끝-윤석열이 남편ㅋㅋㅋ3. ‥
'21.12.28 3:19 PM (211.117.xxx.145)공정과 상식 정의는 어디로?
4. 음
'21.12.28 4:09 PM (112.154.xxx.145) - 삭제된댓글둘은 차원이 다른 범죄.
김건희 범죄이력을 보세요 도대체 인간이 평생 살면서 한번도 저지르기 힘든 범죄 수십가지를 뻔뻔하게 저지르고 죄의식도 없음. 처벌만이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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