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할아버지의 초능력 없이도, 국가와 정치가 제 역할을 다한다면>
크리스마스가 되면 값비싼 선물보다 모두에게 선물을 나누어줄 수 있는 산타 할아버지의 초능력이 더 부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나에게 저런 초능력이 있다면 일 년에 딱 하루가 아니라 일 년 내내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겠다는 어린 소년다운 생각이었지요.
돌이켜보면 제 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산타 할아버지 같은 초능력이 없어도, 국가와 정치가 제 역할을 다한다면 적어도 굶주림 때문에 세상을 등지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없는 나라는 가능하지 않을지 늘 고민합니다.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그냥드림센터’를 만들었던 이유입니다. 누구인지, 왜 오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먹거리를 내어드리는 곳입니다. 코로나로 어려워진 생계 때문에 일주일 넘게 굶주리다 달걀 한 판 훔쳤다는 이유로 구속된 ‘코로나 장발장’을 보고 결심한 일입니다.
몸이 기억하기에 알고 있습니다. 배곯는 서러움이 어떤 것인지, 또 배곯는 서러움 못지않게 눈칫밥 먹는 서러움이 얼마나 큰지를 말입니다. 그 생채기가 치유되지 않은 채 깊은 상처로 남아 우리의 마음을 어둡게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잘 압니다.
그래서 ‘퍼주기’ ‘포퓰리즘’ 같은 비난이 예상되었음에도, 간단한 신원확인이라도 하자는 의견이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절박한 이들이야말로 누구보다 존엄해지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아무나 와서 막 가져갈 것이라는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그냥드림센터의 도움을 받았던 한 할머니가 집에 있는 카레를 가져와 다른 사람 도와주라고 놓고 가는 모습을 보며 확신했습니다. 좋은 정책이 선의를 만들어낼 수 있고, 좋은 마음과 마음을 연결해주는 매개가 될 수 있다는 것을요.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에 시립 광명푸드뱅크마켓 1호점, 성남 열린푸드마켓, 평택 푸드마켓 2호점 등 세 곳에서 시작했던 그냥드림센터가 경기도 31개 시군 곳곳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합니다. 연말연시 기부와 나눔을 실천할 장소로 자리 잡는 모습에 정치하는 보람을 느낍니다.
정치하면서 가장 극복하고 싶은 것이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 한다’는 말입니다. 국가마저 포기한다면 당장 배곯을 국민이 있기에 포기할 수 없는 일입니다. 누구나 최소한의 먹고 사는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도록 ‘경제적 기본권’을 지켜내고, 국민의 존엄한 삶을 보장하는 실질적 대책을 책임 있게 추진하겠습니다. 그렇게 정치의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출처 : 이재명후보 페이스북에서
21.1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