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해서
남편 밥좀 잘해줘~식구들 먹여살린다고
저렇게 열심히 일하잖아.
동생좀 잘해줘~어릴때부터 일찍 부모님 돌아가시고
형수에게 얻어맞으면서 컸잖아.
네,네 잘해주고있어요.
그러나 대답은 늘 동생을 향한 애끓는 부탁과
일좀 다니라는 채근을 살살 하더라구요.
저도 어린이집교사로, 병원의 의료보험 청구알바로
다녔었어요.
아이들 기관지염이 심해져서 폐렴으로 번지면
열이 불덩이같은애를 안고 병원으로 얼마나 많이 내달렸는지.
늘 혼자서 아이들을 키우고 지냈는데
직장사정상 주말부부로 지내는 것마저도
애아빠를 쫒아가지 않는다고 하길래
이제 겨우, 아파트를 마련했는데 그 매매하는 과정이
순조로울수가 있겠냐고 했습니다.
형제간의 우애는 돌덩이처럼 식어버린 밥보다 더 없는것을
제가 더 잘아는데,
변두리로 이사다니면서 결혼 13년만에 겨우 아파트 한채 마련하는것도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형님들은 제게
자네 고생많았네. 라는 이야기 한번을 안하세요.
늘 잘해줘~잘해줘~
생후 한달된 아기가 복막염으로 두달이나 대학병원에서
온갖검사를 다 받고 지낼때에도 한번도 와보지도 않았으면서
두달간의 병원생활끝에, 집에 와서 지내고있을무렵
전화와선 남편 밥좀 잘해줘~ 아기 잠잘때 얼른 마트갔다와서
도마질해서 해줘~
이런 말을 했었을때에도 그말이 당연한줄 알았던 순진한 새댁이었어요.
그런데 지금도 제게 시누두분이
번갈아가면서 그런 부탁을 하는데
저도 상냥하게 차분하게 잘~ 말씀드렸죠.
애아빠 더운 여름에 일하느라 고생하는데 밥좀 잘해줘
네에,형님, 저도 애아빠가 걱정되어서 삼계탕 한솥 끓였어요,
그런데 형님, 이렇게 더운날, 오미자좀 담궈서 저좀 보내주시면
애아빠도 너무 고마워할것같네요, 형님~~
저도 형님께 늘 고마워하고있는데 애아빠한테도 따로 인사드리라고 할께요.
자네, 일좀 다녀~ 집에 있으면서 심심하지않아?
나도 부페에 접시닦으러 다니는데 보니깐 서울에 건물한채만 있어도 삼대가
그냥 잘 살겠더라구~~??
아아~그래서~ 비가 970억원짜리 빌딩을 산거였군요.~
개인이 조라는 돈을 가질수가 없다는 글을 읽은적이 있는데
개인이 조라는 돈을 가질수가 없다는 글을 읽은적이 있는데
조라는 단위의 재산을 가질수있는 첫사례가 곧 비가 되는거네요.
이런식으로 웃으면서 상냥하고 차분하게 말을 했더니
더이상 전화가 오지 않네요.
20년전에나 순진한 새댁이었지. 가난한 남편을 만나
척박한 바람속을 걸어온 20년후의 저도 얼마나 세상에 대해
배운게 많겠어요.
가난한 시댁이 더 가난한 며느리에게 야박하다더니.
어찌되었든, 한번도 흥분하지않고,
이렇게 나긋나긋하게 응수하면서 형님도 잘계신지에 대한 안부
여쭤보니, 더이상 전화가 오지 않습니다..
저보고 나쁘다고 하실분도 있으시겠지만,
가난한 남편 만나, 알뜰살뜰 아끼고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이력이 간혹
타인에게도 보이는데 왜 우리 시누들에게만 안보이는지.
모를일입니다.
그러나, 살짝 이렇게 웃으면서 나긋나긋 인사하면 되는겁니다.
내가 잘해주면 언젠가는 알아주겠지가 아니라는것을
너무 늦게 알았지만,
전 어디가서 이야기하진 않습니다..
남들도 자신의 이야기는 파란만장 겹겹이 쌓일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