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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김밥 가게에서 있던 일

김밥 조회수 : 6,722
작성일 : 2021-12-16 21:54:38
체인 김밥, 체인 분식집이 아니고 개인이 하는 곳이었어요
간판은 ** 김밥.
간판이 김밥인 것을 보니 김밥이 대표 메뉴인가 보다 생각하고 들어갔어요
들어가니 테이블 서너개의 작은 가게였어요
손님은 저밖에 없었고요.
제가 들어가니 주방 옆에 있는 방에서 할머니가 나오시더라고요.
허리가 굽어있고 얼굴이나 주름이나 머리색이나 겉으로 보기에는
주방일 하기에 노쇠해 보였어요.
그래도 체력이 받쳐주고 소일거리로 하시나보다 생각했죠
김밥 포장 주문했는데 귀가 안 들리는 것 같아서
할머니가 계신 주방 앞으로 가서 주문하고 앞에 서서 기다렸어요
아무래도 할머니다 보니, 몸짓이 아주 느리셨어요.

김밥 싸는 발 꺼내는데 스르르르르르르...
밥통에서 밥 푸는데 스르르르르르르르..
영화 슬로우화면 걸린 것처럼 모든 장면이 스르르르르르..
오래된 일인데도 그 장면은 아직도 생생해요.
모든 게 스르르르르르...

영화의 슬로우 장면을 보는 것 같아서 지금 내 눈 앞의 광경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김밥 기다리면서 가게를 둘러보는데 소박하고 지저분하면서
옛것의 그 날 것의 느낌이 나더라고요.
과거로 돌아간 것처럼.

그러다가 인기척이 느껴져서 고개를 돌려보니
할머니가 나오신 방에서 할머니보다 더 노쇠해 보이는 대략 90세는 되어보이는 할아버지가 계시더라고요.
방 밖으로 나오시려고 기척을 내신 거였는데
할어버지 동작이 할머니 보다 더 느려서
다리 한 쪽 피시는데도 스르르르르르르......
다른 다리 한 쪽 움직이는데도 스르르르르르르...

할머니는 김밥 말다 말고 할아버지의 움직임 기다리시고
저 역시 기다리고 있었죠.

그리고 할아버지가 드디어 다리 한 쪽을 문지방 밖으로 내놓으셨을 때
지켜보며 기다리던 할머니가 할아버지께 가서 신발을 내어주더라고요.

어른들이나 아기들이 신발 신기 전에
신발 신기 편하라고 위아래 맞춰서 나란히 놓아주잖아요.
힐머니가 그렇게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그 손으로 다시 김밥을 말으셨답니다.

물론 김밥 말기 전후로 위생 장갑 안 쓰셨고
신발 만진 후에 행주에 손 쓱쓱 닦지도 안 하셨고. 그대로 다시 김밥 말음

김밥은 못 먹었습니다.

신발도 신겨주었는 지는 기억이 안 나네요.
그때 충격 받아서 그후 일이 기억이 안 나요.
김밥 못 먹은 것만 기억남

신발 내어주기 전까지는 옛날 영화의 한 장면 같아서 기분이 좋았었는데..

IP : 119.203.xxx.224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으아
    '21.12.16 9:57 PM (211.212.xxx.229) - 삭제된댓글

    ㅜㅜㅜㅜㅜ 으아ㅜㅜㅜㅜㅜㅜㅜ 너무 싫으네요ㅋㅋㅋ

  • 2. 하하하
    '21.12.16 10:00 PM (119.203.xxx.224)

    김밥 말기 전에도 손은 안 씻었고
    방에서 나와서 그대로 바로 김밥 싸셨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할머니니까~ 하면서 그냥 있었는데
    신발 만진 후에 김밥 싸는 건 차마...

  • 3. 스르르르르
    '21.12.16 10:01 PM (14.32.xxx.215)

    돈을 주고 그냥 나오시지 스르르르르

  • 4. ㅎㅎㅎ
    '21.12.16 10:03 PM (211.36.xxx.2) - 삭제된댓글

    잔잔한 수필에서 급 호러물로 선회 ㅎㅎ
    그 어른들은 그러시죠.
    여태껏 아무탈 없었다!!

  • 5. 쓸개코
    '21.12.16 10:07 PM (218.148.xxx.204)

    원글님 인내심에도 박수를 보내며 윗님 말씀대로 수필읽듯 읽고 있는데 생각도 못한 반전 ㅎㅎ

  • 6. 아아
    '21.12.16 10:07 PM (175.223.xxx.169)

    이 반전은 무엇!

  • 7. ㄹㄹㄹ
    '21.12.16 10:10 PM (118.219.xxx.224)

    그냥 암말없이
    스르르르르 나오시지 라고 쓰고싶으나
    연로한 어르신들이여서
    참 짠한 수필같아요

  • 8. 별헤는밤
    '21.12.16 10:15 PM (59.13.xxx.227)

    오늘 82문학관 장원 드립니다

  • 9. 잘될거야
    '21.12.16 10:31 PM (114.202.xxx.43)

    아 아름다움이 더러움으로 변하는 한편의
    수필같은 반전드라마

  • 10. 진짜
    '21.12.16 10:50 PM (219.248.xxx.248)

    오늘의 장원으로 뽑아드리고 싶네요. 전 이만 스르르르르르

  • 11. ㅋㅋㅋㅋㅋㅋㅋ
    '21.12.16 11:10 PM (218.238.xxx.141)

    창작인가요?
    넘욱겨요 ㅋㅋㄹㄹㅋㅋㄹ

  • 12. ..
    '21.12.16 11:18 PM (1.246.xxx.93)

    오늘의 장원에 저도 한표드립니다르르..

  • 13. 우엑
    '21.12.16 11:25 PM (211.246.xxx.202)

    추접스르르

  • 14. 한밤에
    '21.12.17 12:14 AM (124.49.xxx.90)

    너무 웃겨서 자려고 침대 들어와있다가 막 웃었네요
    그런데 너무 안타깝기도 하고 너무 더럽기도 하고
    내가 그런 김밥 모르고 먹었을까봐 무섭기도 하고
    복합적인 감정을 이끌어내는 글이네요…

  • 15. ㅋㅋㅋㅋㅋ
    '21.12.17 12:23 AM (124.49.xxx.217)

    진짜 오늘의 장원상이에요
    아름다운 수필인가 막 집중하며 읽다가 엄청 웃었어요

  • 16. ㅎㅎㅎ
    '21.12.17 1:02 AM (39.118.xxx.160)

    원글님 잠자리에 웃겨주셨네요.한동안 스르르르가 귀애서 맴돌듯요...

  • 17. 읽다가 드러워서
    '21.12.17 1:05 AM (182.225.xxx.20)

    스르르르 뒤로가기

  • 18. ...
    '21.12.17 9:36 AM (211.184.xxx.190)

    오늘 김밥 사먹어야지 했는데
    역시 집에서 싸야겠스르르르르르르

  • 19. ...
    '21.12.17 4:24 PM (211.46.xxx.77)

    여기까지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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