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백화점 직원 분께 감동 받은 일화 둘(코믹한 일화일수도...)

--- 조회수 : 2,933
작성일 : 2021-12-13 15:39:19
한 번은 신세계, 한번은 롯데 백화점에서 직원 분께 감동 받은 적이 있어서 글 올려봐요. 
여기서 백화점 직원이 고객 홀대 하고 진상 취급한다 매 번 이런 글들만 보다가...
저 같은 경험도 있다고 알려드리고 싶어서요 ㅋㅋㅋㅋㅋ

한 십 년 전이었나... 
제가 결혼 전에 회사 다니면서 돈 벌어서 탕진잼에 백화점 구경하는 게 낙인 처녀였죠. 
그 때 저희 아버지가 해외 근무 중이셨는데 마침 어버이날이었어요. 
저희 엄마가 혼자 쓸쓸하시겠구나 싶어서 선물이나 하나 해야겠다 하고 1층 화장품 매장으로 달려갔어요.
고가의 S매장으로 가서 제품 상담 받으려고 앉았고, 
예쁘고 아직은 앳되어 보이는 매장 직원분이 고객님 특별히 찾는 제품있으세요? 하고 물어보셨어요.
그래서 어버이날이라... 어머니 선물 드리려구요, 아버지가 (한국에)안 계시니까 저라도 해야죠. 라고 무심코 말했어요. 

그랬더니 순간... 직원 분 뭔가 속에서 울컥 하시더니...제 눈을 못 마주치시고 얼굴이 빨개지셔서는 

어머님 연령 대는 이 제품이 잘 나가요 고객님, 아 잠시만요 하더니...
서랍을 막 여러 개를 여시더니 샘플을 있는 대로 꺼내주시고
이건 어버이날이라 특별히 고객님께 드리는 거라며...
정말 예쁘게 포장되어있는 보기에도 비싸보이는 비스코티 선물세트를 주시는 거예요. 


아 속으로 뭔가 이건 잘못되었다... 내가 말하려던 건 그게 아닌데...
아버지가 한국에 안 계시는 거지 아예 안 계신게 아닌데 라고 변명할 타이밍을 놓친 채로 그것들을 다 받아오고야 말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ㅠㅠ 

그리고 좋아하던 S매장에 더 이상 가지 못하게 되었어요 ㅠㅠ 정말정말 감사했지만 제가 너무 민망해서요 ㅠㅠ 
슬쩍 매장 지나가다가 그 직원 분이 아직 계시는지 염탐하고는 했지만... 
혹시 이 글을 보신다면 너무 감사했고 감동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저희 어머님이 너무 좋아하셨고 
비스코티도 커피와 함께 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일화는 최근 일인데,
제 직속 보스 생일이었습니다. 

정말 정말 싫어하는 보스인데 생일 안 챙겨줄 수는 없는 일이라 정말 의욕 없이 백화점에 갔습니다.
남자 보스라 적당히 매대에서 넥타이나 골라주려고 했는데, 
요즘 백화점에 매대가 없네요??!! 일부러 그래서 롯데로 갔는데요!!

아무튼... R매장으로 가서 가격이나 알아보기로 합니다. 
직원 분이 선물하실거예요? 하고 물어보시더니 제일 비싸고 좋은 물건에 손을 갖다 대시려는 거예요. 

그래서 솔직하게 말했어요. 

정말 정말 제가 싫어하는 사람, 제 보스한테 선물할 거예요. 의무방어용 이니까 제일 싼 걸로 보여주세요!
그랬더니 아~~ 사회생활 용이시군요 알겠습니다. 하고 직원분 눈빛이 웃음기 없이 전투적으로 바뀌심.

넥타이를 찾으시는데 하나하나 꺼내서 이건 어떨까요? 세일가 7만인데요,
아니요 아니요 무조건 5만원 이하요!! 그 사람한테 5만원 이상의 애정이 없어요! 했더니 끄덕끄덕 하시면서 
서랍이 점점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랍이 내려갈 수록 가격도 점점 내려가네요 ㅋㅋㅋㅋㅋ 15만원에서 5만원 안쪽으로 ㅎㅎㅎㅎ 
세일 중 상품 중에서도 정말 이월에 이월 모델로 ㅋㅋㅋㅋㅋㅋ 

암녹색바탕과 남색 사이에서 살짝 갈등했지만 그는 녹색성애자라 암녹색 무난한 넥타이를 애정없이 픽하고 
포장만 그럴듯하게 부탁했습니다. 

사회생활 잘 하시네요, 좋은 선물 되세요 하고 예쁘게 포장된 넥타이 내미시는데 
뭔가 직장인으로써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ㅎㅎ 
제일 저렴한 물건 구입했지만 서비스는 제일 비싼 물건 산 느낌이네요... 열심히 같이 찾아주셔서 ㅎㅎㅎㅎ

이래서 아직은 한국은 살만한 곳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신세계 본점도 롯데 본점도 요즘 퇴근길에 너무 이쁘고
이 연말에 두 가지 백화점 일화가 생각나서 주저리주저리 해봤습니다. ㅎㅎ

모두 따뜻한 연말 되시길요.   


IP : 220.116.xxx.233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1.12.13 3:42 PM (118.235.xxx.199)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두번다 좋은 사람들이네요. 서비스를 떠나 공감하는 분들이라니
    원글님 복이 많아요.

  • 2. ..
    '21.12.13 3:44 PM (218.157.xxx.61)

    좋은 사람은 좋은 이야기를 기억하고 말하곤 하죠

    복 많이 받으실 거에요

  • 3.
    '21.12.13 3:47 PM (125.130.xxx.118)

    직업 정신이 훌륭한 직원들을 만나셨군요.
    원글님이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셨기 때문에
    직원들도 최선을 다했을거예요.

  • 4. 재밌어요
    '21.12.13 3:53 PM (125.190.xxx.212)

    맞춤형 서비스 ㅋㅋ 제대로네요. ㅋㅋㅋㅋ

  • 5. ......
    '21.12.13 3:54 PM (222.109.xxx.48)

    아 너무 재미있네요 ㅋㅋ
    저 직원들도 다 잘되셨을듯ㅎㅎ

  • 6. ...
    '21.12.13 3:57 PM (110.9.xxx.132)

    첫번째 일화는 감동적이고 (저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ㅠㅠ
    두번째 일화 재밌으면서 훈훈해요 ㅋㅋㅋㅋㅋㅋㅋ
    둘다 좋은 분들이네요^^

  • 7. ---
    '21.12.13 4:24 PM (220.116.xxx.233)

    감사합니다ㅋㅋ
    제가 백화점 직원 분들하고 합이 잘 맞는 것인지... ㅋㅋㅋ
    단골 매장 매니저 분하고는 페북 친구도 맺었습니다... ㅋㅋㅋㅋ
    선물도 할인도 잔뜩 해 주시고...
    아무튼 저한테 백화점은 좀 특별한 추억이 있는 장소같아요 ㅎㅎ

  • 8. 맞아요
    '21.12.13 5:15 PM (14.32.xxx.215)

    괜히 쭈삣거리고 눈치보면 안돼요
    저도 선믈인데 완전 예의상 하는거에요 하면 알아서 그럴듯한데 의외로 싼걸로 골라주시고
    샘플은 저한테 주시고 ㅎㅎ
    나가면서 공범자의 미소를 짓고 ㅋㅋ

  • 9. ...
    '21.12.13 5:42 PM (221.151.xxx.109)

    두 백화점과 근무지가 가까우면 좋은 회사일 확률이 높은데...^^
    재미에 능력도 있으신 분

  • 10. ...
    '21.12.13 5:44 PM (223.38.xxx.253)

    아, 넘 재미있어요. ^ㅇ^

  • 11. 조아
    '21.12.13 6:25 PM (58.127.xxx.56)

    연말연시에 딱 맞는 아주 훈훈한 글입니다.
    원글님의 추억꺼내 주셔서 재밌게 잘 읽었어요~
    원글님 아주 센스있고 멋진 분 같네요!
    게다가 분위기 맞춰주시던 두 분들 각자 맡은 일에서
    인정받으시며 일 잘 하시고 계실듯~

  • 12. 조아
    '21.12.13 6:25 PM (58.127.xxx.56)

    아우~ 저는 82에 이런 글 읽으러 와요!
    진짜루~~~

  • 13. ....
    '21.12.13 7:26 PM (110.13.xxx.200)

    글을 잼나게 쓰시는 것도 있어요~ ㅎㅎ

  • 14. 55
    '21.12.14 1:41 AM (123.142.xxx.154)

    연말연시에 딱 맞는 아주 훈훈한 글입니다.
    원글님의 추억꺼내 주셔서 재밌게 잘 읽었어요~
    원글님 아주 센스있고 멋진 분 같네요!
    게다가 분위기 맞춰주시던 두 분들 각자 맡은 일에서
    인정받으시며 일 잘 하시고 계실듯~2222222222222222222222222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281476 마음이 너무 괴로워요 102 어휴 2021/12/13 25,642
1281475 오래된 접시와 그릇 어떻게 버리면 되나요? 1 질문 2021/12/13 3,000
1281474 수능 국수 1.2등급 비율 15 올해 2021/12/13 2,556
1281473 국민연금 추납하는거요 .. 그거 보통 몇살때 많이 하세요 .??.. 4 .... 2021/12/13 2,683
1281472 송윤아가 아직 이쁜 게 42 송윤아 2021/12/13 14,174
1281471 4학년 아이가 저녁마다 현기증이 난대요 13 왜.. 2021/12/13 2,198
1281470 짜파게티에 파김치 얹어 먹고싶네요 10 .. 2021/12/13 2,272
1281469 이재명 '전두환 공과 발언' 파장 이어져..당내에서도 ".. 7 ㅇㅇㅇ 2021/12/13 1,080
1281468 백신 관련 가짜 뉴스는 신고할 데 없나요? 7 ... 2021/12/13 902
1281467 고등학생 자식한테 아예 신경끊으신 분 있나요? 15 2021/12/13 4,102
1281466 강아지도 귤먹을 수 있어요? 8 강강 2021/12/13 2,363
1281465 보험 30년짜리 갱신형이라면 언제 보험료 올라요?(질문) 1 모르겠어요... 2021/12/13 1,311
1281464 코로나확진율 계속 올라가네요 6 ㅇㅎㅇㅎ 2021/12/13 2,996
1281463 그해 우리는 9 나야나 2021/12/13 2,217
1281462 싱어게인 34호...올a 급은 아니지 않나요? 12 ... 2021/12/13 4,001
1281461 지금 가요무대 박재란씨 2 .. 2021/12/13 1,688
1281460 딸한테 이뿌다는 소리 들었어용~ 5 happy 2021/12/13 2,102
1281459 샐러드 추천해 주세요. 4 ... 2021/12/13 1,455
1281458 전세계 바이러스전쟁 하는 것 같아요. 인구수 줄이기. 12 코로나 지금.. 2021/12/13 2,682
1281457 부스터샷 해열제 27 아플때 2021/12/13 3,067
1281456 요즘 짬뽕 맛이 훌륭하네요 6 ㅇㅇ 2021/12/13 3,453
1281455 문자 1 525 2021/12/13 500
1281454 이해찬 씨, 니들끼리 알아서 해요, 콜? 23 그만 구질구.. 2021/12/13 1,952
1281453 백신성분에 기생충이 있네요... 63 .... 2021/12/13 18,893
1281452 싱어게인2. 지금 12호 많이 본 얼굴인데 누구죠? 14 궁금궁금 2021/12/13 4,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