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직장이었던 이전 직장을 16년 다녔었어요.
40에 이직을 했는데
극보수적인 업계에 그중에서도 보수적인 회사여서
여자라는 핸디캡 + 이미 마흔에 다다른 나이때문에 이직이 어렵다고 막연히 두려웠었어요.
그런데 의외로
그회사에 그렇게 오랫동안 있었던 것이
이직시장에서는 마치 특수부대 대원인것처럼 인식이 되서
수월하게 이직을 했어요.
전직장에서는 어렸을때보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더더 힘들었었는데
그때 힘이 되주었던 동료가 있어요.
1년넘게 다닌 여직원도도 거의 없고
그중에 직책자는 더욱 없던 그곳에서
10년가까이 자매처럼 의지하고 지금도 좋은 관계로 지내는 선배입니다.
나이도 경력도 인품도 나보다 훨씬낫고
퇴사를 고민할때
(자발적 퇴사였지만 모든 상황이 퇴사 안하고 견딜수없을만큼 만신창이 였어요)
몇달을 제 고민과 회사욕을 들어주고 같이 고민해줬어요
남편도 들어주기 싫어했던 제 울분과 고통을
새벽두시까지 통화하며 들어주었던 정말 고마운 언니예요.
그상황이 오년쯤 전이고
전 이직후 정말 드라마에서나 보던 쎄련된 문화를 가진 회사에서
(물론 여기도 부조리가 있습니다만..)
직책이나 위치에대한 욕심을 모두 내려놓고
내 몸값 만큼 일하고 돈번다라는 것 자체에만 가치를 두고
맘편히 다니고 있습니다.
전회사는 경쟁,정치,성과,쇼맨쉽이 일보다 더 어려운 회사였고
옮겨온 회사는 유러피안스타일로 주어진 일이나 열심히 하고
애사심이나 목표지향을 말하는 사람조차 없는 쿨한 곳이거든요.
그냥 가늘고 길게
주어진 연차도 남김없이 다쓰고 칼퇴하면서 만족하며 다닙니만
아무도 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일에 대한 성취감도 없고
제 자존감을 채워주는 것은 제 연봉뿐이죠.
제가 사랑하는 선배는 아직도 그곳에 남아
더러운 문화 다 감내해가며 근무중입니다.
그렇게 단단하고 빛나던 선배는
이제 승진에서도 밀리고 정치에서도 밀리고
뒷방늙은이같이 주요 업무에서도 배제되고
날마다 힘들어합니다.
제가 후배니까 자존심에
어떤화딱지 나는 상황을 이야기하고
끝에 ㅎㅎㅎㅎㅎㅎ를 붙히며
하지만 난 신경안써.
이렇게 말하지만
신경을 정말 안쓴다면 저에게 말하지도 않았겠죠.
언니 그만둬요 -> 아니 난 신경안써 정년할꺼야
언니 그래도 이겨내요 -> 아니 난 신경안써 하나도 안힘들어.
이러면서도 매일 제게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가 많이 붙은 회사&회사동료 욕을 합니다.
선배는 회사를 그만둘 수 없어요.
생활비 보내야하는 친정이 있고
너무 늦게 결혼해서 50의 나이에 초딩아이들이 있고
집도 없어요.
저도 그만둘 수 없어요
너무너무 말도안되는 짠돌이 남편이랑 살거든요
돈이생기는대로 자산증식을 해야하는 남편덕에
아마 제가 그만두면
전 아마 핸드폰 요금도 부담되서 폴더폰 쓰고 살거예요.
신발하나로 밑창 떨어질때까지 사계절 신어야할지도 몰라요.
우린 배울만큼 배우고
정의롭고 똑똑한데 ㅋㅋ
학교졸업후 한번도 안쉬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무를 다했는데
(근로자로서의 생산도, 엄마로서의 생산도 ㅋㅋ)
아 왜이렇게 구질구질하죠?
할수도 안할수도 없는 4,50대 직장생활 너무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