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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사오십대 직장여성의 삶

... 조회수 : 8,002
작성일 : 2021-11-30 17:39:38

첫직장이었던 이전 직장을 16년 다녔었어요.

40에 이직을 했는데

극보수적인 업계에 그중에서도 보수적인 회사여서

여자라는 핸디캡 + 이미 마흔에 다다른 나이때문에 이직이 어렵다고 막연히 두려웠었어요.


그런데 의외로

그회사에 그렇게 오랫동안 있었던 것이

이직시장에서는 마치 특수부대 대원인것처럼 인식이 되서

수월하게 이직을 했어요.


전직장에서는 어렸을때보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더더 힘들었었는데

그때 힘이 되주었던 동료가 있어요.


1년넘게 다닌 여직원도도 거의 없고

그중에 직책자는 더욱 없던 그곳에서

10년가까이 자매처럼 의지하고 지금도 좋은 관계로 지내는 선배입니다.


나이도 경력도 인품도 나보다 훨씬낫고

퇴사를 고민할때

(자발적 퇴사였지만 모든 상황이 퇴사 안하고 견딜수없을만큼 만신창이 였어요)

몇달을 제 고민과 회사욕을 들어주고 같이 고민해줬어요

남편도 들어주기 싫어했던 제 울분과 고통을

새벽두시까지 통화하며 들어주었던 정말 고마운 언니예요.


그상황이 오년쯤 전이고

전 이직후 정말 드라마에서나 보던  쎄련된 문화를 가진 회사에서

(물론 여기도 부조리가 있습니다만..)

직책이나 위치에대한 욕심을 모두 내려놓고

내 몸값 만큼 일하고 돈번다라는 것 자체에만 가치를 두고

맘편히 다니고 있습니다.

전회사는 경쟁,정치,성과,쇼맨쉽이 일보다 더 어려운 회사였고

옮겨온 회사는 유러피안스타일로 주어진 일이나 열심히 하고

애사심이나 목표지향을 말하는 사람조차 없는 쿨한 곳이거든요.


그냥 가늘고 길게

주어진 연차도 남김없이 다쓰고 칼퇴하면서 만족하며 다닙니만

아무도 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일에 대한 성취감도 없고

제 자존감을 채워주는 것은 제 연봉뿐이죠.



제가 사랑하는 선배는 아직도 그곳에 남아

더러운 문화 다 감내해가며 근무중입니다.

그렇게 단단하고 빛나던 선배는

이제 승진에서도 밀리고 정치에서도 밀리고

뒷방늙은이같이 주요 업무에서도 배제되고

날마다 힘들어합니다.


제가 후배니까 자존심에

어떤화딱지 나는 상황을 이야기하고

끝에 ㅎㅎㅎㅎㅎㅎ를 붙히며

하지만 난 신경안써.

이렇게 말하지만


신경을 정말 안쓴다면 저에게 말하지도 않았겠죠.


언니 그만둬요 -> 아니 난 신경안써 정년할꺼야

언니 그래도 이겨내요 -> 아니 난 신경안써 하나도 안힘들어.


이러면서도 매일 제게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가 많이 붙은 회사&회사동료 욕을 합니다.


선배는 회사를 그만둘 수 없어요.

생활비 보내야하는 친정이 있고

너무 늦게 결혼해서 50의 나이에 초딩아이들이 있고

집도 없어요.


저도 그만둘 수 없어요

너무너무 말도안되는 짠돌이 남편이랑 살거든요

돈이생기는대로 자산증식을 해야하는 남편덕에

아마 제가 그만두면

전 아마 핸드폰 요금도 부담되서 폴더폰 쓰고 살거예요.

신발하나로 밑창 떨어질때까지 사계절 신어야할지도 몰라요.



우린 배울만큼 배우고

정의롭고 똑똑한데 ㅋㅋ

학교졸업후 한번도 안쉬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무를 다했는데

(근로자로서의 생산도, 엄마로서의 생산도 ㅋㅋ)


아 왜이렇게 구질구질하죠?

할수도 안할수도 없는 4,50대 직장생활 너무 힘드네요









IP : 123.111.xxx.26
2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1.11.30 5:45 PM (223.62.xxx.35) - 삭제된댓글

    능력자

  • 2. ..
    '21.11.30 5:46 PM (125.178.xxx.109)

    에구 힘내세요
    일을 해도 힘들고 안해도 힘든데
    그래도 빛나던 선배 사랑하는 선배가 그렇다니
    슬프네요
    세상이 구질구질하긴 하죠

  • 3. 공감공감
    '21.11.30 5:48 PM (125.184.xxx.101)

    40중반인데 구구절절 너무 공감합니다. 원글님 친구하고 싶네요. 언니시겠죠?저는 돈보다는 명예를 선택했더니 목구멍이 포도청이네요..

  • 4. 같은 40대 곧 50대
    '21.11.30 5:55 PM (165.225.xxx.84)

    직장여성, 구질구질한 심정 동감도 가고 이해가 가지만.
    그래도 툴툴 털어버리고 다시 한번 힘내시기를 바래요.
    전 제가 돈이 생기면 생기는대로 자산을 불려야 하는 사람이라서
    제 의지로 안 그만두고 구질구질하게 살고 있어요.
    어차피 퇴직하면 긴긴 노년 퇴직자로서의 인생이 있을텐데
    지금 나를 필요로 하고 나한테 이만한 돈을 주는 자리가 있음을 감사히 여기면서요.
    엄마로서도 회사원으로서도 사회적으로 가정적으로 최선을 다하면서요.
    40대 50대 워킹맘들.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서로 자랑스러워하고 서로 용기 북돋아주고 열심히 살아보아요!!

  • 5.
    '21.11.30 5:55 PM (222.98.xxx.185)

    거기 그렇게 버티고 있는 거 자체가 대단한거에요

  • 6. 사실
    '21.11.30 5:56 PM (110.70.xxx.116)

    남자들도 그렇죠

  • 7. 구질구질하게
    '21.11.30 5:57 PM (115.140.xxx.213)

    직장생활 안하는 사람들도 있나요?
    물려받을게 많은 사람들 빼구요
    버티는게 이기는 겁니다 기운내세요~

  • 8. ...
    '21.11.30 5:58 PM (112.133.xxx.80)

    40대 후반 직딩이에요
    화이팅입니다

  • 9.
    '21.11.30 6:03 PM (124.49.xxx.138)

    구질구질하다 뭐다 해도
    스토리가 있는 님이 위너
    ...전 아무 스토리가 없어요.
    아무것도 없어요.

  • 10. 원글
    '21.11.30 6:12 PM (123.111.xxx.26)

    사회 초년병일때는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이오고 ->이겨내고 ->성장하고 이런 루틴이었다면
    요즘은 그냥 사회생활 자체가 은근하게 지속적으로 슬퍼요.
    그냥 마음이 낮게 가라앉아있습니다. 늘 마음 한구석에 슬픔이 있어요.

    신입사원일때는 회사가서 실수할까봐 차분해지기위해
    출근길에는 늘 슬픈노래를 들으면서 갔는데
    요즘은 쿵푸파이팅같은 노래 들으면서 출근해도 자꾸 어깨가 처지네요

  • 11. 대단
    '21.11.30 6:15 PM (223.62.xxx.184)

    님이 위너네요 어찌됐든 결국엔 해피엔딩입다.

  • 12. 리메이크
    '21.11.30 6:23 PM (106.102.xxx.190)

    윈글님과 선배님

    능력자!


    여성으로서 연대심이 마음 깊숙히 올라오는 글이네요.
    저는 많이 부족하지만 또 두 분과 비슷한 점이 있긴 하거든요.
    우리 모두 파이팅하시게요!!!

  • 13. 직딩맘
    '21.11.30 6:35 PM (175.223.xxx.210)

    내가 쓴 줄.

    내나이49, 대학 졸업 후 대기업 풀타임 두아이 엄마.

    우리 버티고 버팁시다. 자식들은 더 나은 노동환경에서 일할 수 있기를. 우리의 선배가 그래왔듯이.

  • 14. 다 그래요
    '21.11.30 6:39 PM (1.235.xxx.169)

    여자든 남자든, 4-50대든 2-30대든,
    돈 벌어 먹고 산다는 게 참 정말 힘든 일이죠.

    그냥 인생이 다 그런 거려니 생각하고 하루하루 묵묵히 사는 수밖에요.
    나만큼은 남에게 쓸데없이 피해주거나 상처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요.

    가끔은 그래도 나 정말 열심히 잘 살아왔구나, 스스로 칭찬해 주세요.
    큰 사고 안 치고 아이 낳아 기르면서 직장생활 이만큼 한 것만으로도 우리 대단한 성취를 한 겁니다.

  • 15.
    '21.11.30 6:47 PM (1.240.xxx.233)

    40대후반 기혼 직장인으로 깊이 공감되네요.
    대학 졸업후 취업하여 지금까지 쭉 일했네요.
    그럼에도 노후 준비 걱정에 여전히 5년? 10년? 15년?을 헤아리며 더 일할 생각에 차라리 빨리 확 늙어버렸으면 하기도 하고. 고만 좀 은퇴하게.
    맞벌이덕에 중산층은 되지만 평생 일하는데도 노후걱정을 계속하며 일하자니 때론 몹시 피로해요.
    흙수저 부모밖에 없으니 사후 유산은커녕 부담만 가득이고.
    평생 돈 벌어본적없이 자식 용돈이나 바라고 철부지 소리나 늘어놓는 모친 삶이 살짝 부럽기도하고 한심하기도 하고.
    내 삶은 내 발로 일어서 버티는거 맞겠지요?
    오늘도 뚜벅뚜벅 나아갑니다.
    화이팅!

  • 16. ㅇㅇ
    '21.11.30 7:10 PM (121.137.xxx.225)

    46세 대학졸업하고 한번도 쉰적없고 고군분투 중 입니다 ㅋㅋ
    원글님 글이 그대로 제맘에 와 닿아요
    직장에서 제대로 잘 나가지도 못 하고 재테크 성적도 별로고
    전 몇년전부터 이런저런 병들로 헤매고 있습니다
    회사 못 다닐 정도는 아니니 다행인가 이런맘으로 지냅니다
    중고등 아이들 공부 뒷바라지도 갈 길 멀구요
    엄청난 성장보다는 이정도라도 건강유지하며 직장생활 더 버티자가 요즘 저의 모토입니다 힘내요

  • 17. ㅇㅇ
    '21.11.30 7:20 PM (211.36.xxx.2)

    버티는 자가 강한 겁니다. 두 분 모두 어떤 후배들에게는 길을 터주고 계신거에요. 홧팅

  • 18. 냐옹e
    '21.11.30 8:00 PM (106.101.xxx.107)

    아..저도 지금 직장에서 18년이네요. 그냥... 여기가 내 삶의 전부가 아니다라는 마음으로 다니고 있어요. 그래도... 승진은 커녕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듯한 쳇바퀴도는 삶이 가끔씩 숨막히네요..

  • 19. 저도
    '21.11.30 8:40 PM (39.112.xxx.203)

    올해 20년차 직장인, 맞벌이중입니다.
    작년까지 회사 언제 그만둘 수 있을까...그만두고 싶었는데
    회사가 어려워져서 내년부터 희망퇴직 받을거란 썰이 덜기 시작하니 마음이 무겁네요. 승진 못하구, 신입은 계속 들어오고....아이들에게 들어가는 교육비는 늘어나고...회사 다니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날들입니다.

  • 20. ...
    '21.11.30 8:57 PM (211.177.xxx.23)

    저도 20년차 보수적인 회사 다녀요. 버티는 자가 승리하는 자입니다. 영혼 절반 빼고 할만큼 해주고 다니는 거지요.

  • 21. 리스펙
    '21.11.30 9:19 PM (218.157.xxx.139)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40,50 대 직장인 여성분들.
    이 분들이 그렇게 선구자처럼 자리를 지켜내셨기에 그 아래 세대들에게 발판을 만들어 주신거죠. 원글님은 단순히 개인적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일한거처럼 얘기하시지만 사회적으로 같은 여성으로 기여한 바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귀한 가치입니다.
    정말 존경스럽고 감사합니다.
    육아, 살림 병행하며 사회인의 자리까지 지켜낸 중년 여성분들보면 정말이지 저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 22. ㅇㅇ
    '21.11.30 10:55 PM (223.38.xxx.243)

    공감 가는 이야기네요
    49 직장 25년차입니다. 초등 둘 엄마구요
    저는 7년 다니던 회사에서 이번에 이직했는데.. 회사마다 문화 다 다르고 여성관리자는 참 이제 간당간당한 나이죠. 저와 젊은 시절 같이 보낸 언니들은 최근 일이년 새 회사를 타의에 의해 나왔구요.
    응원합니다. 저도 원글님도요!!

  • 23. 모두 공감
    '21.11.30 10:59 PM (218.49.xxx.55) - 삭제된댓글

    전쟁같던 30대를 워킹맘으로 보내고 , 마흔둘 임원을 달았습니다 . 빛좋은 개살구죠 , 글로벌 기업이다 보니, 온리 실적만으로 승부를 해야하는데요 . 게다가 여자니 남자의 1.5배는 해야 남자만큼의 대우를 받네요 . 승진을 안하고 오래 버티고 싶었는데 올라가지 않으면 답이 없는 이구조에서 꾸역꾸역 올라가고있어요 . 요즘은 이제 자리가 이제나 저제나 없어질거란 생각이 드는데 다음스텝은 고사하고 당장 내일도 대책이 안서네요 . 전 40대 후반까지는 못할것 같은데 존경합니다 . 지나온 20년 직장생활 하며 버티신 선배들 다 존경해요 . 전 빨리 대책 세우고 회사바이바이 하고 싶은데 현실은 젖은 낙엽처럼 버텨야 하네요 . 저보다 더 위태로운 남편이 실직이라도 하면 가장이 되어야 하니 ,, 아이고야

  • 24.
    '21.12.1 1:00 AM (27.124.xxx.234)

    신입사원일때는 회사가서 실수할까봐 차분해지기위해
    출근길에는 늘 슬픈노래를 들으면서 갔는데
    요즘은 쿵푸파이팅같은 노래 들으면서 출근해도 자꾸 어깨가 처지네요

    늘 깨어 있고 노력하시는 분.
    자유, 평등, 평화. 하나도 안 중요한 게 없구나.
    나이 들면서 생각하게 되네요.
    자유가 없으니(직장) 억압 당하는 느낌이 있지만
    돈이 없으면 평화 대신 불안이 득세하겠죠.
    남녀 따질 것 없이 사는 것 자체가 고난 같아요.
    축복은 가끔 황홀하게 찾아오는... 악마인지 천사인지 ㅡㅡ

  • 25. ㄱㅅ
    '21.12.1 2:08 AM (106.101.xxx.148)

    제 또래같은데 이글보고 저도 회사 그만두지말고 열심히 다녀야겠다 다짐하게되네요.

  • 26. 오전
    '21.12.1 3:14 AM (71.41.xxx.86)

    50. 직딩 10년차 세 아이의 엄마입니다.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느꼈던 그 느낌을 너무 생생하게 적어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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