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털어낸 줄 알았어요
다시 봐도 아무 감정이 들지 않았거든요
화도 나지 않았고
따지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그리고, 기쁜 건 더더욱 아니었고요.
그런데, 이상하게
부모를 떠올리면, 만날 시간이 가까이 오면
머리와 가슴이 무거워지고 한숨이 푹푹 나왔죠.
엄마가 암이 걸렸다는 소식에도 눈물 한 방울 안나오고
옆집 언니 감기 걸렸다는 소식보다도 마음이 아프지 않았어요.
잠만 잘자고 밥만 잘먹었어요 저는.
나는 용서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들도 인간이니깐. 나름 최선을 다한거겠지 하면서.
지금 관계가 어려운건
그동안 좋게 쌓인게 없어서..라고만 생각해 왔는데요.
나는 용서한,,극복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내가 힘든 상황에 놓이면서
과거의 상처가 작은 일로 확 건들여지면서요
하나도 용서한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감정만 차단한거였어요
그래서 미움도 슬픔도 아픔도 기쁨도 느껴지지 않은 거였어요
그냥 무의미하고, 무감각해진 것 뿐이더라고요
그걸 느끼면서 그냥 연을 끊어버렸어요
과거사 청산은 인정안하는 그들로 인해 불가능하고
싸울 에너지와 열정은 없으며
다시 친해지고 싶은 욕구도 없고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은 척 살 애정은 없어서요.
최소한 가짜로 관계 맺기는 더 이상 싫었습니다.
하루 아침에 바람나서 자식들 버리고 혼자 짐 빼서 타지로 이사간 엄마
가기 전에도 우리를 짐짝처럼 여겼던 오랜 시간..
여자를 파출부 도우미 취급했고 도구화했던 아빠
아빠의 폭력과 이중적 윤리 잣대와 기만...
지금의 나를 만든 과거지만
저는 이제 내 마음은 내가 알아주고 살려고요.
그래서 내 마음에 부합하게 관계도 일치되도록...그러렵니다.
자꾸 장문의 편지라도 보내 내가 무엇떄문에 절연했는지 알려주고
혼자 아파하게라도 하고 싶은데 (내 표현의 욕구를 위해서)
쓰잘데기 없는 짓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