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친구들~
망해가는 나들가게 이야기 해 줄께
내가 정말로 애정하던 나들가게가 있어 그곳은 오래된 가게야
브랜드는 '더파란'이야
고생 고생 망할 뻔하더니 몇 번의 변혁을 거쳐 최근에 제자릴 잡았지
새로 온 사장은 수단이 좋은 건 아닌데 진정성이 있어
원칙을 중요시했지 온화하고 안목이 뛰어난 사람이야
그러자 단골도 아주 많이 늘어났어
저 멀리 다른 도시에서도 일부러 찾아올 정도야
그런데 얼마 전에 고약한 지배인이 새로 왔어
작은 동네 어물전 점원으로 근무했었데나 봐
그는 사장의 은퇴 시기가 다가오자
한두 건 적자 나는 품목을 리빌딩 하겠다며 독단으로 운영을 하더란다
그는 거의 무대뽀였어
단골손님에게도 안하무인이었지
그런데, 어느날 부턴가 '찢어진오렌지'란 스티커를 붙이더니 '더파란' 상표가 없어졌어
고객들에게 호감 있고 익숙한 상품은 구석탱이로 몰아넣고
그 자리에는 앞과 뒤가 다른 불량상품을 주력으로 팔아 치우려 했지
애당초 불량상품으로 폐기해야 한다고 직원과 손님들이 알렸지만, 그는 오히려 '단골은 알고서도 사 갈 거야'라며
기어코 최고요지에 진열하더군
거기에 더해 불량을 알린 직원과 손님을 구박하고
눈치만 보고 자리보전하던 직원들을 끌어모아 전면에 배치했어
주 업무를 대 고객 인사를 시키는데 열중했지
일부 직원은 상점의 얼굴격인 최상의 경쟁상품을 흠집 내고 떨구며 상처 내 구석으로 밀어내었어
얼마 안 가 사람들은 앞과 뒤가 다른 그 불량상품을 선별하기 시작했어
경쟁 가게와는 다르게 평판 좋았던 업장은 최단기간에 막장으로 변해갔어
월급 사장 임기 때 까진 단골은 마지못해 쇼핑할 테지
그렇지만 물건은 사지 않을 거 같아
망가진 이미지는 너무 강렬해
믿고 거래하던 곳이잖아
고약한 지배인
그는 가게만 망치는 게 아니라 단골들 마음도 멍들게 했어
정든 이 가게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더파란' 상표를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수십 년 가던 발길을 돌리려니 가슴이 아려오네
정말 우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