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로 민간업자들이 막대한 이익을 취한 사실과 관련해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연관 짓는 각종 의혹 제기가 난무한다. 심지어 대장동 개발 시행사 ‘성남의뜰’의 자산관리사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머니투데이 전 법조팀장)와 화천대유 고문을 맡은 권순일 전 대법관이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모종의 거래를 했을 것이라는 의혹까지 나온다. 과연 이 ‘재판거래설’이 타당한지 검증해봤다.
우선 ‘재판거래설’이 등장한 배경부터 살펴보자.
이 의혹은 ‘조선일보’가 지난달 28일 「[단독] 대법 연구관들 “이재명 유죄” 냈다가…권순일 “무죄” 주장에, 추가 보고서 작성」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같은 달 30일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실발로 나온 「김만배, 대법원 판결 전후 권순일 전 대법관 수차례 만났다」는 내용의 기사들이 의혹의 근거로 이용되고 있다.
‘재판거래설’의 시나리오는 이렇다. 이 지사가 2018년 지방선거에서 대장동 개발과 관련한 업적을 부풀려 말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이 재판에서 이 지사가 유죄 판결을 확정받으면 화천대유가 대장동 개발과 관련한 이익을 실현하는 데 차질을 빚어질 수 있으니,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 씨가 평소 친분이 있던 권 전 대법관에게 청탁해 대법원 상고심에서 파기환송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상고심 전후에 김 씨가 권 대법관과 수차례 만났다는 점과 상고심이 끝난 이후 권 전 대법관이 화천대유 고문으로 취임했다는 사실이 더해지면서 마치 실제 이 재판과 관련한 부정한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1일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집중적으로 이와 관련한 문제제기를 했고, 이준석 대표 역시 이 주장에 편승해 이 지사를 압박하는 모습이다.
이 ‘재판거래설’은 분절된 사실들의 조합과 이를 근거로 한 ‘추정’에 근거를 두고 있는 반면, 단 몇 가지 근거와 맥락만으로 쉽게 배척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장동 개발 관련 혐의는 상고심 쟁점도 아니었다
가장 결정적인 근거는 대장동 개발 업적을 부풀렸다는 혐의가 당시 상고심 재판에서 다뤄진 핵심 쟁점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친형 정신병원 입원에 대한 직권남용 및 허위사실 공표(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검사 사칭 및 대장동 개발 업적 부풀리기 관련 허위사실 공표(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았다.
이 중 핵심은 친형 입원 관련 허위사실 공표 부분이었다. 이 혐의만 1심에서 무죄, 2심에서 유죄 판단이 나오면서 서로 엇갈렸고, 나머지 직권남용 혐의와 대장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 판단을 받았다.
특히 대장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와 관련해 1,2심 재판부는 “결과적으로 성남시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상태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허위라고 볼 수 없고, 이 지사가 허위라는 인식을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실상 대법원에서는 친형 입원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 판단이 하급심에서 엇갈린 부분과 관련해 집중적으로 심리가 이뤄졌다.
‘대장동 개발’과 관련한 이 지사의 혐의는 하급심에서도 무죄가 나왔고 대법원의 주요 심리 대상도 아니었는데, 김 씨와 권 전 대법관이 굳이 무죄 판단을 이끌어내려고 모종의 작업을 했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친형 입원과 관련한 선거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아서 이 지사가 지사직을 잃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해당 혐의는 대장동 개발 사업과 무관한 데다 이미 사업에 따른 이익이 실현되고 있던 단계였기 때문에 화천대유의 실익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대장동 개발 관련 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판단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사업 인허가 문제 또는 사업의 연속성 여부와는 무관하기 때문에 이들이 재판 결과를 바꾸기 위해 목숨을 걸 이유가 전혀 없다.
항소심 판결 나기도 전에 대법관한테 재판 청탁을?
권 전 대법관이 이 사건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건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때인 작년 6월 15일부터였다. 그런데 ‘재판거래설’을 주장하는 쪽에선 2019년 7월과 작년 3월~5월에 김 씨와 권 전 대법관의 만남이 있었다는 사실도 정황 근거로 들고 있다.
‘재판거래설’에 따르면 김 씨는 2019년 7월부터 권 전 대법관을 만나 이 지사의 상고심 무죄를 청탁하고 다닌 것이 된다.
그런데 2019년 7월은 항소심 판결도 나지 않았을 때다. 심지어 두 달 전 1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였다. 재판 결과를 뒤집기 위한 청탁을 할 요인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건이 대법원으로 넘어가 있던 작년 3~5월에 두 사람이 수차례 만난 건 재판거래 목적 소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들 수 있다.
그런데 작년 3~5월에 이 사건은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에 배당돼 있었고, 해당 소부엔 권 전 대법관이 소속돼 있지도 않았다. 소부 소속이 아닌 권 전 대법관이 전원합의체 회부를 유도하거나 유무죄와 관련한 의견을 낼 수 있을까?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1일 국정감사에서 ‘소부에 속해있지 않는 대법관이 소부에 속해있는 대법관 결정에 개입할 수 있냐’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개입할 수 없다”고 답했다.
결국 전원합의체에 회부되기도 전에 권 전 대법관의 무죄 의견에 재판연구관들이 무죄 취지의 추가 보고서를 냈다는 류의 재판개입설은 성립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다음은 특정 사건이 소부에서 전원합의체로 넘어가는 과정과 관련해 지난 1일 국정감사에서 박주민 의원과 김상환 법원행정처장 사이에 오간 질답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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