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말대로 수산업자 사건이 여권의 공작일까
2021.07.13.
수산업자로부터 골프 채를 받은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자 전 윤석열 캠프 대변인이었던 이동훈이 오늘 경찰의 조사를 받고 나온 뒤, 기자와의 일문일답에서 자신을 조사하는 것은 윤석열을 견제하려는 여권의 공작인 것처럼 주장했다.
<이동훈 "여권 사람이 Y를 치고 도우면 없던 일로 만들어주겠다고 해">
https://news.v.daum.net/v/20210714060239687
“여권·정권의 사람이라는 사람이 찾아온 적이 있다. ‘와이(Y·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를 치고 우리를 도우면 없던 일로 만들어주겠다, 경찰과도 조율이 됐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저는 ‘안 하겠다, 못 하겠다’ 했다고 말했다. (이후) 제 얼굴과 이름이 언론에 도배가 됐다. 윤 전 총장이 정치 참여를 선언한 그날이다”라며 이번 사건은 여권의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동훈의 이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수산업자 김태우가 구속 수감된 시기가 4월이었고, 이동훈이 윤석열 캠프 대변인으로 일하기 시작한 것은 그 이후였다. 김태우가 김무성을 통해 이동훈을 소개받은 때는 2019년이다.
만약 여권이 윤석열을 견제하기 위해 공작을 했다면, 이동훈이 윤석열 캠프에 들어갈 것을 미리 알고 김태우를 시켜 이동훈에게 접근하게 하고, 골프 채를 선물했을 것이다. 여권이나 김태우가 미래를 예측하는 신통력이 있거나 타임 머신을 갖고 있다면 모를까 이동훈이 윤석열 캠프에 들어갈 것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고 2년 전에 미리 이동훈에게 접근할 수 있나?
이동훈은 여권 인사가 와이를 치고 우리를 도우면 없던 일로 만들어주겠다고 했다는데, 여권 입장에서 이동훈은 이용할 가치가 있는 존재일까? 윤석열을 이동훈이 어떻게 친다는 말이며, 이동훈이 여권을 어떻게 도와 줄 수 있나? 이동훈이 조선일보 논설위원이었다고 하지만, 윤석열 대변인이 되고 이번 사건이 불거지자 언론에 오른 인물이고 일반인들은 잘 알지도 못했다.
그리고 경찰 수사 단계에서 이동훈이 김태우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는데 이게 여권이 숨겨준다고 숨겨지겠는가? 송승호나 김무성이 사건의 전모를 알고 있는데, 여권에서 이동훈만 빼주면 그걸 이 쪽에서 의심하지 않겠나?
이동훈을 회유해 공작을 하다 발각되거나 회유 시도가 먹히지 않았을 때 여권이 입을 피해와 여권이 이동훈을 회유해 얻을 이득 중 어느 것이 클까?
수산업자 김태우 사기 사건은 전형적인 사기와 뇌물 사건이다. 김무성의 친형이 86억, 김태우를 여야 정치인과 박영수 특검, 언론인들에게 소개해 준 송승호 전 월간조선 취재팀장이 17억을 사기당했고, 박영수 특검과 특검팀의 지원단장과 검사, 김무성, 주호영, 정봉주, 박지원 등, 정치권 인사들이 여야를 불문하고 전방위적으로 연루된 것을 보아도 정치적 공작과는 거리가 먼 것임을 알 수 있다. 김태우를 특별사면시킨 것도 문재인 정권이다.
필자는 이동훈의 처신을 이해할 수 없다.
김태우가 4월에 구속 수감되었고, 자신이 김태우로부터 골프 채를 선물 받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윤석열의 대변인을 맡아 일 할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박영수 특검은 김태우가 구속 수감되자 문제가 될 것 같으니 부랴부랴 그 뒤에 포르쉐 렌트비를 지급했다. 김태우로부터 받은 뇌물이 법적으로, 정치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대변인직을 수락했다면, 이번 사건이 불거졌을 때 대변인직을 사퇴하지 말고 굳굳하게 그 때부터 맞섰어야 했다. 대변인직을 자진 사퇴했다는 뜻은 스스로도 김태우로부터 받은 골프 채 선물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 아닌가?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4월 김태우가 구속 수감되었다면 자신도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하고 윤석열이 대변인직을 맡아달라고 요청해도 윤석열이 자기 때문에 곤란해 질 수 있으니 고사하는 것이 정상이다.
여권에서 자신을 회유했다면 회유한 당사자를 밝히고, 회유 당시를 녹음한 것을 공개하면 된다. 그런데 회유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달라는 기자의 요구에 이동훈은 묵묵부답이었다.
위에서 살펴본 대로 이동훈이 지금에 와서 공작설을 제기하는 건 설득력이 전혀 없다.
이동훈이 공작설 운운하며 수산업자 사기 및 뇌물 사건의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키게 만들면 박명수 특검과 그 특검팀들의 뇌물 수수 의혹과 문재인 정권의 김태우 특별 사면, 정봉주와 박지원의 연루 등 이 사건으로 볼 수 있는 현 정권과 좌파 진영의 이중성이 가려지게 되어 대선정국에서 우파 진영이 좋을 것이 없다. 이동훈의 공작설은 본인의 주장과 달리 오히려 여권을 유리하게 만들 뿐이다.
국힘당 이준석 대표는 이동훈의 여권 인사로부터 회유를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 당 차원의 진상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페북에 “정권을 도우면 없던 일로 해주겠다고 회유를 했다니… 충격적인 사안”이라는 글을 올렸다.
여권의 공작설이라는 이동훈의 말에 신빙성이 있는지 살펴보지도 않고 이준석이 이동훈의 말에 동의하는 듯한 ‘진상규명하겠다’는 말을 해 버리면 사기꾼에게 뇌물을 받은 보수 언론인의 자기 살기 위한 상대방 음해 장난에 놀아난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 또 윤석열을 맹목적으로 옹호한다는 비난도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