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그 인원이 적은 공간 청소하니 얼마나 깨끗하겠어요.
시간도 남고 해서 애들이랑 수다떨고 놀면서 청소하는데 어떤 아이가 제안을 하더군요.
우리 심심한데 따돌림 놀이 한 번 해볼까? (그 당시엔 왕따란 단어가 없었어요)
그게 뭔데?
하루에 한 명씩 따돌리는거야.
하하하 재밌겠다. 우리 그거 하자.
첫 번째는 누굴 할까?
쟤부터 하자. (제일 조용했던 아이를 지목)
그럼 내일부터 하는거다.
그렇게 다같이 합의하고선 집에 갔어요.
우리때 노는거라곤 고무줄, 공기놀이, 땅따먹기, 제기차기, 말뚝박기 이런거였는데
따돌림 놀이라고 하니까 그게 그렇게 신선하고 흥미진진한 놀이라고 생각됐는지 모르겠어요.
나름 6학년에 어울리는 심리게임이라고 생각했나봅니다.
그 다음날.
어김없이 지목한 아이를 따돌렸어요.
투명인간 취급한거죠.
인사해도 댓구도 안하고.
눈도 안마주치고 그냥 슥 지나치고.
걔는 자기가 그 날의 대상자인걸 알면서도 울고불고 한사람씩 붙잡고 누구야~ 나한테 왜 그래? 왜 그래?
물어보고요.
우린 룰을 깨고싶지 않아서 계속 열심히 했는데 결국 그 아이가 울더라구요.
우니까 좀 당황스럽긴 했지만 뭐 저런걸로 우냐~ 그러고 말았어요.
우는거 보면서 다같이 킥킥거리며 웃었던게 기억납니다.
그리고 며칠 동안 대상자가 바뀌고 드디어 내 차례가 왔지요.
제가 룰이랍시고 다른 대상자한테 했던 행동들.
그걸 그대로 제가 받아보니 .. 이거 멘탈 제대로 털리던데요.
단순놀이? 순서대로? 아무 이유없고?
다 알아요.
그런데 막상 당해보니 이거 진짜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고요.
공격 당하는 깊이가 상상 이상으로 속을 다 파헤치는 느낌이고요.
태어나서 첨 당해보는 뒷통수를 대포로 얻어맞는 느낌이었어요.
저도 막 울면서 집에 오자마자 엄마한테 다 일러바쳤어요.
교장실 청소하는 애들이 나를 따돌렸다고.
그때 그 충격이 40년도 더 지난 지금도 생생하거든요.
하루왕따 체험을 한 이후로는 왕따가 얼마나 무시무시한건지 알게 됐다는거.
왕따 가해자는 피해자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모르는 경우가 많을것 같고요.
왕따 일일체험이 바람직한건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걸 한 번 경험해 본 사람은 얼마나 무서운건지 알게 되기때문에
가해를 안하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제가 경험해본거라 이렇게 한 번 글을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