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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살아있음에 감사한10,

봄날 조회수 : 2,459
작성일 : 2021-06-02 09:21:25

어린 시절부터 고아였던 저희 친정 엄마는
다섯이나 되는 자식을 버거워했어요.
여든이 넘은 나이에 지금도 엄마가 자랑하는 한 가지는
난 너희를 고아원에 보내지 않았다
입니다.

글쎄요.
차라리 버리고(언젠간 버린 적도 있는)싶은
자식을 가진 여자의 마음이란 게
도대체 어떤 것인지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다신 안 간다 도망치듯 결혼했는데
여긴 또 뜻밖의 모습을 하고 있는 시어머니가 계셨습니다.

생수 안 좋아하는 가족을 위해
보리차를 끓여 500ml 물병에 하나 하나 담고
냉장고를 열면 키가 같은 물병이 일렬횡대로 촤르륵..
가을도 아닌 여름에
둥글넙적 투명한 반찬통에는
배추김치,물김치,갓김치,파김치,고들빼기,열무김치가
그득그득 했어요.
저는 김치종류가 그렇게 많은 지도 처음 알았습니다.

시어머니는 파전을 해도 친정엄마처럼 파만 넣지 않았어요.일부러 한 시간이나 떨어진 재래시장에 에 다녀오셔서
오징어에,바지락에,새우,당근,양파를 넣고
식구들 것은 간간하게,며느리 것은 싱겁게 따로 부쳐주셨어요.

어머니는 입맛 까다로운 며느리에게
당신들에게 맞춰 먹어라 강요하지 않았어요.
가지 무침도 참기름 싫어하는 며느리를 위해서 따로,
오이 무침도 제 식성에 맞게 따로 무쳐주셨지요.

제가 결혼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저에게 남편이 생긴 것보다도
아기가 생긴 것 보다도
새엄마(시어머니)가 생긴 것이었습니다.

누구는 남편과 싸울 때면 친정을 생각한다는데
저는 시어머니 마음 아플까봐 같이 살면서 이혼 얘기 비슷한 건
꺼내지도 못 했어요.

그런 어머니도 요양원 생활 15년째십니다.
남편이 이제 준비를 해야 되지 않느냐는 말에
어머니 영정 사진을 만들었어요.
제가 다치기 얼마 전에요.

꼽아보니 하늘 하늘 어여쁜 한복을 입고
해사하게 웃고 있는 어머니는
딱 지금 제 나이시더라고요.

늘 우리 곁에 있을 것 같은 그 어머니가
남의 얘기인 것처럼 어제 돌아가셨답니다.
불효자 맏며느리는 장례식장에도 갈 수 없어
여기 82에 와서 글을 씁니다.

어머니,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기에서 못 다한 행복,그곳에서 편안히 누리소서...








































































IP : 121.168.xxx.26
2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1.6.2 9:27 AM (223.39.xxx.2)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곳에서 평화로운 안식을 누리소서.

    원글님도 잘 회복되시기를 바랍니다.

  • 2. 건강
    '21.6.2 9:28 AM (61.100.xxx.37) - 삭제된댓글

    저도..우리 어머니
    너무 사랑하고 좋아합니다
    저 많이 예뻐하세요
    며느리 애지중지

  • 3. ㅠㅠ
    '21.6.2 9:30 AM (220.116.xxx.31)

    어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이젠 편안하게 쉬세요.

  • 4. 건강
    '21.6.2 9:31 AM (61.100.xxx.37)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기운내세요

    저도..우리 어머니
    너무 사랑하고 좋아합니다
    저 많이 예뻐하세요
    며느리 애지중지

  • 5. ..
    '21.6.2 9:36 AM (81.151.xxx.5) - 삭제된댓글

    요양병원에서 오래 계셨군요 어머님도 가족분글도 고된 시간이셨겠어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원글님 얼른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 6. 봄날에
    '21.6.2 9:36 AM (211.196.xxx.168)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곳에서 평안하시고
    한 사람을 귀히 여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원글님도 쾌차하시고요.

    날이 참 좋네요. 오늘은 . . .

  • 7. ...
    '21.6.2 9:39 AM (121.187.xxx.203)

    어머니의 명복을 빕니다.

    어머니는 며느리의 가슴에 따스한
    난로하나 두고 떠나셨네요.
    마음이 시릴 때는 언제든지 어머니를 생각하면
    따스해지겠지요.
    정말 고맙고 감사한 분이었네요.
    원글님도 속히 쾌유되시길 기도합니다.

  • 8. ..
    '21.6.2 10:29 AM (39.7.xxx.91)

    그렇게 좋은 분 이야기 전 처음 들었어요.
    꼭 비슷하게라도 닮고 싶어요.
    시어머님도 원글님도요.
    삼가 고인의 멍복을 빕니다.
    원글님, 얼른 마음도 몸도 추스르십시오.

  • 9. ...
    '21.6.2 10:29 AM (39.118.xxx.160)

    항상 돌담에 소삭이는 햇살같은 글을 주시는 원글님이기에 그런 글을 기대하고..역시..하며 읽어내려가다가 마음이 철렁했어요. 그렇게 좋으셨던 분이 돌아가셨군요. 장례식에도 못가시는 원글님 마음이 어땠을까생각하니 왠지 제 마음 한구석도 아릿해집니다.
    따뜻하셨던 시어머님 명복을 빕니다.
    원글님도 어서 완쾌하시길 바라구요...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맞습니다.

  • 10. ..
    '21.6.2 10:31 AM (112.153.xxx.133)

    왜 못 가보시는 걸까요? 사정이 있으시겠죠. 그렇게 고마운 시어머니셨다니 많이 애통하시겠어요.
    어머님의 삼가 명복을 빕니다. 좋은 날에 가셨네요. 좋은 곳으로 가실 겁니다.

  • 11. 봄날
    '21.6.2 10:39 AM (121.168.xxx.26) - 삭제된댓글

    남편이 지금 상주로 있는데 보호자와 외출했다 돌아오면
    코로나 검사를 하고 들어와야한대요.
    상 중에 휠체어를 끌며 여기 저기 다녀달라는 것도
    민폐고 침상에 누워 앓고만 있습니다.

  • 12. 어떤날
    '21.6.2 10:43 AM (121.168.xxx.26) - 삭제된댓글

    남편이 지금 상주로 있는데 보호자와 외출했다 돌아오면
    코로나 검사를 하고 들어와야한대요.
    상중에 휠체어를 끌며 여기 저기 다녀달라는 것도
    무리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해 침상에 누워 앓고만 있습니다.

  • 13. 봄날
    '21.6.2 10:43 AM (121.168.xxx.26)

    남편이 지금 상주로 있는데 보호자와 외출했다 돌아오면
    코로나 검사를 하고 들어와야한대요.
    상중에 휠체어를 끌며 여기 저기 다녀달라는 것도
    무리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해 침상에 누워 앓고만 있습니다.

  • 14. ㅇㅇㅇ
    '21.6.2 10:45 AM (120.142.xxx.17)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늘 가시는 길 편안하소서.

  • 15. 매니큐어
    '21.6.2 10:51 AM (124.49.xxx.36)

    오늘도 병원의 평범한 일상이야기를 들으러 들어왔는데 마음 찡한 소식이네요. 저두 우리 시어머니 돌아가시면 많이 마음아프고 죄송할것 같아요. 그동안 살면서 섭섭한것도 많았는데.. 정말 음식은 맛있게 해주셨지요. 저두 늙어가나봐요, 펄펄하고 도도하던 성격이 많이 가라앉고 다 이해되고 그러네요. 어머니께서는 좋은곳으로 가셨을꺼예요..

  • 16. 시어머님
    '21.6.2 11:07 AM (125.130.xxx.219)

    복이라도 있으셔서 정말 다행였네요.
    며느리에게 그런 살가운 정 알게 해주신 분이니
    분명 좋은 곳에 가셔서 며느리 빨리 쾌차하라고
    마음 써 주실듯요.
    원글님 그런 피치 못하는 상황으로 마음 불편해하제 마시고, 얼른 퇴원하시고 묘소 찾아봬면 되지요.
    시어머님의 명복과 며느님의 행복을 빕니다!

  • 17. Happy
    '21.6.2 11:12 AM (14.7.xxx.54)

    정말 인자하고 다정한 시어머님이셨네요.
    나이들어보니 음식 한가지만 하는것도 번거로운데
    며느리를 위해 따로 준비하신 좋은 어머님
    저곳에서는 편안하시겠죠.

    봄날님 어머님 같으신 분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어머님하면 떠오르는 그런 어머님상
    저는 100분의 일도 못따라가는

  • 18. 종이학
    '21.6.2 11:17 AM (1.246.xxx.102)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도 울컥하는데 원글님은 어떠실까 그리 자상하셨던 시어머니을 보내드리는 마음..
    원글님 빨리 완쾌하시고, 가정에 평안함과 행복이 가득하시길..두손 모아 간절히 빌어 봅니다.

  • 19. ..
    '21.6.2 12:06 PM (219.240.xxx.2)

    담담히 읽다가 울컥하네요. 시어머니의 명복을 빕니다. 원글님도 쾌차하시길...

  • 20. ***
    '21.6.2 12:08 PM (121.159.xxx.83)

    저도 그렇게 좋으신 시어머님이 계셔서
    감사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원글님도
    언능 완쾌하셔요

  • 21. 아아
    '21.6.2 12:31 PM (175.114.xxx.96)

    저도 입맛 다른 두 아이들 있는데
    매번은 아니더라도 니 입맛대로 먹어라..해줘야겠어요
    버리고 싶은 아이를 데리고 사는 기분이란 말에
    마음이 쿵..내려앉았어요

    우리 엄마가 나한테 그랬을 것이고(실제로 버렸고)
    저도 마음 한켠에 그런 부담감이 오랫동안 있었거든요.
    부끄러운 과거, 입밖으로 내기도 어려운 죄책감이에요..
    여기에 고백해봅니다
    이제 아니라서..

  • 22. ...
    '21.6.2 2:07 PM (180.68.xxx.100)

    어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천국에 가셔서 편안하시기를...

    원글님 새어머니는 영원히 마음 속에 함께 하실테니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 23. 슬픕니다
    '21.6.2 2:45 PM (223.62.xxx.170)

    마음으로 잘 보내드리세요
    그리 자식을 아끼는분이시니 원글님이 간다고 해도
    야야 오지마라 그래서 어떻게 오겠냐 얼렁 낫기나해라
    하실거에요

  • 24. ㅇㅇ
    '21.6.2 3:50 PM (118.235.xxx.159)

    그렇게 건강하시던 분이 어떤 병으로 15년이나 요양원에 계셨나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원글님은 퇴원 계획 없으신가요,
    힘드시죠.
    글 넘 잘 읽고 있어요

  • 25. 봄날
    '21.6.2 4:48 PM (121.168.xxx.26)

    아버님 돌아가시고 급작스럽게 뇌졸증이 왔어요.
    손주가 여섯 명이나 되어도 첫손주(저희 큰딸)만 보면
    눈물이 그렁그렁하시던 분이
    이젠 세상에 없네요.

    댓글 올려주신 분,감사합니다.
    여러분의 힘으로 저도 어머님을 편히 보내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 26. ...
    '21.6.8 11:21 AM (110.15.xxx.186)

    마음 따뜻해 지는봄날님

    인생을 생각하게 하는 봄날님의 글을 기다리다

    마음이 시린 사연을 접하네요

    따뜻한 심정을 가지신 어머님

    편히 쉬시길 빕니다

    봄날님도 마음 잘 추스리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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