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스쳐지나가면서 만나는 광경들.

맑은하늘 조회수 : 1,255
작성일 : 2021-05-05 17:01:11
오래전에.
이팝나무가로수아래를 걸어가다가
작은 전등이 반짝반짝 빛나는,
돈까스가게 유리창너머 식탁에서 가족들이 둘러앉아
즐겁게 먹으면서 웃는 표정을 찰나의 순간에 보았어요.

급히 고개를 돌려서 건너편으로 길을 건너갔지만,
그런 모습을 성인이 되고 아이엄마가 된 지금도
나이도 많이 들었는데도
그런 광경을 맞딱뜨리면

얼른 그자리를 참새처럼 피해버려요.
제 유년시절은 확실히 저런광경은 없었거든요.
늘 부부싸움이 기차화통처럼 뜨겁게 들끓고
심지어는 새벽녘까지 칼을 들고나와서 펄펄 날뛰던
아빠의 광기어린 눈동자를 어찌하면 잠재울수있을까
달래도 보고 울면서 
초조한 심정으로 다음날이면 학교에 가던 그 초등시절.

교실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일제히 제게 쏠리던 그 많은 급우들의 얼굴과.
책상까지 걸어가 책가방을 내려놓고 앉을때의
아무렇지않은척 마음을 다스려야 했던 그 기분들이
잊혀지지 않지요.

외식한번 해본적없고
그래서 식당 테이블에 앉아 가족들끼리
즐겁게 먹어본 기억은
없어요.

물론, 결혼해서는 남편과 아이들과
있지요.
그런데도, 그런 광경들.
특히 노란색전등불빛에서
가족들이 즐겁게 식사하면서
미소짓는 그런 모습을
텔리비젼 광고가 아닌 현실에서
갑자기 마주치면,

전 그자리를 일단 1초도 바라보지못하고
도망가버려요.
어떤 형식으로든 그 유리창너머를 기웃대는
모습으로도 보여지는게 싫고.

사랑받은 기억이 없는 유년시절이 
그때마다 깜박이도 없이 끼어들어서
절 당황하게 해요.

엄마아빠의 불화와 안정적이지못한 가정환경탓에
잠시 1년을 고모네집에서 지냈을때
고모네는 제가 학교에 간 사이에
외식하고 돌아오기도 했고
자기들끼리 생일파티를 치루고 오기도 했어요.
그런 상황에서도 한번도 참여해보지 못하고

8살의 제게 낯익은 무늬는
물걸레질을 한뒤에 청결히 빛나는 고동색 나무무늬가 선명한
응접실 바닥이었어요.
제가 고모네집에서 자고 먹는 댓가로 열심히 닦아낸 흔적들이
거기 있었어요.

그런데도 그땐 그게 불행하진 않았어요.
진짜 불행했던건 다시 돌아가 살게된 우리집의 가난과 부모님의 
싸움을 지켜봐야 했던 것.

한때 부모님이 식당을 운영했기때문에
정작 제가 앉아보지못한 테이블들이
6개쯤 놓여있었어요.

그 테이블에 여러 손님들이 다녀갔어요.
물병을 갖다주고 치우고.
반찬을 갖다주고 치우고.
상을 치우고, 의자를 정리하고.
고등학교 학창시절내내 
반복적으로 그 일을 도우면서
테이블과 의자가 낡고 녹스는걸 보았어요.

그런데도 정작
불이 노랗게 환하고
맑은 유리창너머
한때 즐거운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
얼른 그 시야에서 사라지려고
급히 가버려요.

참 웃기죠.
그 유년은 이미 오래전에 
없어졌는데, 평소엔 생각안나다가
그런 상황에선 어린시절의 내가 생각나서
얼른 도망가요, 

IP : 1.245.xxx.138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1.5.5 5:21 PM (180.66.xxx.46)

    세나개를 보면 멍이들 안좋은 기억을 간식으로 보상시켜 좋은 경험으로 바꾸더라고요. 제가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는 그 며칠. 그중에 해질녘을 서러워하고 못견뎌했더랬는데요. 어느날 엄마집에서 베란다밖을 보며 엄마 기분이 이상해했더니 그래 보일러켜자 하시면서 따뜻하게 해주고 커텐 닫고 불을 환하게 켰어요.금새 따뜻함이 집안에 퍼지고 맛있는 저녁 준비 해주신 엄마를 보면서 그날의 기억이 아늑했어요. 그후 그시즌 될때 그 기억이 떠오르며 더이상 쓸쓸해하지않아요.

  • 2. 원글
    '21.5.5 5:23 PM (1.245.xxx.138)

    저도 그런 가을로 접어드는 저녁무렵에 보일러 돌려요^^
    그런 저녁날, 알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196483 등산 고수님. 검단산 정도면 6 2021/05/07 1,675
1196482 한강의대생 사건은 비밀의 숲2 드라마를 보시길바랍니다. 11 하나 2021/05/07 5,683
1196481 옻올랐을때 어떻게해야되나요? 7 ㅇㅇ 2021/05/07 3,223
1196480 이거 다들 보셨나요 너무 충격 컨테이너 사고 89 너무한다 2021/05/07 25,362
1196479 스트레스 없는것도 스트레스다 5 2021/05/07 2,102
1196478 (90500) 동양대 PC 등 검찰의 표창장 위조 증거조작을 공.. 11 국민청원 2021/05/07 1,545
1196477 코로나 헬쓰장 다닐수있나요? 4 운동 2021/05/07 1,821
1196476 고 이선호씨 도우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 후원계좌 있으면 알려.. 27 ㅇㅇ 2021/05/07 3,703
1196475 정민이사건 맘이 안좋아요 30 00 2021/05/07 6,542
1196474 양배추 샐러드 먹고 싶어요 4 양배추 채 2021/05/07 3,297
1196473 82에서 추천받은 다이어트앱 깔았는데 너무웃겨요 13 ... 2021/05/07 5,979
1196472 컨테이너 사고로 목숨을 잃은 대학생 청원부탁드려요 46 청원 2021/05/07 3,031
1196471 한강사건으로 젊은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분들!! 38 똑같은죽음 2021/05/07 4,566
1196470 한강, 정민군 자료모음(5.8) 29 .. 2021/05/07 18,586
1196469 한 청년의 죽음은 82에 도배 또 한 청년의 죽음은 관심 밖 59 ........ 2021/05/07 4,228
1196468 제2의 가족인질극, 단국대 장영표 교수는 출국금지까지 9 변호인은적입.. 2021/05/07 3,058
1196467 독립만세, 3개월짜리 체험 프로였네요. 14 ㅇㅇ 2021/05/07 7,655
1196466 Cj대한통운 서울에서 서울로 택배보내면 요즘은몇일걸리나요? 6 혹시요즘택배.. 2021/05/06 2,866
1196465 최저시급도 못 받는데 사업 계속 해야 하는지.. 14 최저시급이하.. 2021/05/06 3,799
1196464 주문진 맛집 추천해주세요 2 대게 2021/05/06 1,266
1196463 수육용 돼지 고기로 제육볶음해도 될까요? 4 ... 2021/05/06 1,233
1196462 비빕밥에 낙지젓갈 좀 넣었더니... 2 ... 2021/05/06 4,282
1196461 정선근 tv에 나오는 허리베개는 어떤건가요? 2 건강해 2021/05/06 2,719
1196460 배 수술하고 주변 소독 세척 5 수술 자국 .. 2021/05/06 1,535
1196459 공수처 1호 사건은 윤석열의 조국죽이기 위한 '표창장위조' 공작.. 5 .... 2021/05/06 1,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