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4월의 쾌청한 봄날. 나는 도살장 앞이었다. 서울애니멀세이브에서 진행하는 ‘비질(vigil), 진실의 증인되기’라는 활동에 처음으로 참여한 것이다. 약간의 걱정, 긴장과 함께 버스를 타고 도착한 그곳은 그저 평범한 공장 지대였다. “도살장이라니. 물론 이런 곳이 있는 게 당연하겠지….” 바로 옆에는 도살장에서 갓 나온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식당도 있었다.
도착해서 주위를 둘러보는데 갑자기 벽 너머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찢어지는 고음, 처음 듣는 낯선 소리에 나를 포함해 많은 이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몇몇 이들은 증거를 수집하듯 핸드폰의 녹음 버튼을 눌렀다. 난 우연히 범죄 현장에 있게 된 사람처럼 몸이 얼어붙었다. 낯선 그 소리가 살려달라는 고통의 절규임을 이내 알아챘기 때문이다.
당신에게도 이 소리가 들릴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