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이사를 오고나서 집 바로옆 자그마한 공원으로 매일 걷기 운동을 하면서 그곳에 쭈욱 살고 있던
길고양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곳에 터를 잡은 고양이들은 5마리인데, 그 중 까망이(딸이 붙여준 이름입니다)가
유독 눈에 들어와 이뻐하던 딸이 올해 고3이 되면서 학교에서 늦게 오는 자기대신 매일 공원으로 운동나가는
저한테 그 아이에게 먹을것과 간식을 주고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을 한게 만남의 시작이었죠.
사실 전에는 고양이한테 아무 관심도 없었고,오랜시간 야외에서 생활하는 동물에 대한 선입견 까지 있어서
가까이 간다는것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는데, 먹이를 주고 관심을 가진지 6개월이 다 되어가니 저도 어느덧
까망이 바라기가 되었습니다. 유독 한파가 잦았던 지난겨울과 오늘처럼 비가 오는날은 까망이 걱정에 마음이
편치 않을 정도였으니까요. 근데 그 까망이가 길냥이로 떠돈지 8년차쯤 되어서인지(이건 동네 캣맘이 알려줘서
알았어요). 사람손길을 거부하거나 하진 않아도 선뜻 맘을 주지를 않다가(매일 봐도 첨보는 사람처럼 대합니다)
지난주부터는 저를 알아보는지 제가 멀리서 먹이담은 비닐을 흔들면 저한테 다가오더라구요. 더구나 제가 벤치에
앉으니 제 옆에 와서 저의 손길을 한참이나 받다가, 제 다리로 내려와서 스윽스윽 비비기도 하는데, 허~ 이거
이 아이를 데려다 키워야하나 갈등을 일으킵니다.
사실 그 전에도 딸아이가 집요하게 키우면 안되냐구 할때마다 흔들리긴 했는데, 막상 저한테 조금씩 애정을
표현하는 고양이를 보니 맘이 많이 흔들립니다. 사실 인터넷으로 검색도 해보고 나름 키우는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도 했는데 여러가지 현실적인걸 고려하니 키운다는게 엄두가 나질 않았거든요.
이곳 게시판에 종종 올라오는 고양이 관련 글들 읽어보기도 했는데... 마음에 걸리는게 크게 3가지더라구요.
먼저 까망이가 길냥이 8년차라고 하니 제가 키우게 되면 병원비로 제가 감당할 수 없는수준의 병원비가 들 것이라는
예상, 그리고 두번재가 털의 문제입니다. 단묘종이긴 하나 제가 쓰다듬을때 털이 정말 많이 빠지더라구요. 그리고 마지막
확장형 아파트라 고양이 화장실을 놓을곳이 마땅치 않은 것입니다.사막화 문제로 고민하시는 분들 글들 종종 봐서요.
물론 제가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 우려되는 것들이 위의 세가지 외에도 있겠지만, 당장 지금은 3가지가 가장 걱정이 되긴 합니다. 제가 고양이를 키우는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서 알려주시면 보다 숙고해본 뒤에 딸아이와 상의하여 결정을 하려고 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