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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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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원래부터 외로운 사람이고.

땅콩 조회수 : 6,129
작성일 : 2021-03-20 23:18:27
가난한 유년시절,
낡은 툇마루에 앉아 
하늘의 구름을 올려다보던 일이
많았어요.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고.
어슬렁 떠가는 구름들이
혀끝에 녹는 솜사탕같이도 보이고
머릿속으론 초코파이도 떠오르고
초코우유도 먹고싶어지면서
창자깊은곳부터 서서히 올라오는
허기를 참았어요.

달콤한 초코렛을 먹으면
심심한 오후 세시도 
마법처럼 사라질듯했는데

어른이 되어가면서
심심하다는 감정대신
외로움이 더 낯익고 친숙해지더라구요.

밤낮이 바뀌고 
목둘레가 늘어난 티셔츠에도 신경못쓰면서
유모차를 끌다가 비맞으며 달려와
뜨거운 코코아차한잔 마시며
아기를 키우던 그 정신없던 시절에도
외로움은
늘 벽에 드리워진 그림자처럼
서늘하게 함께 제삶에 오랫동안 있었어요.

아기키우고난뒤면
어느정도 외로움도 덜어버릴줄알았는데
친구사귀기가 참 힘든일이었어요.

오히려
어설프게 아는 지인을
마주치면
밝은 목소리로 인사하는
제 목소리가 공허하게 울려퍼지는것을
스스로 듣고, 혼자 피곤해해요.

어린왕자를 만났던 여우가
사람들이 친구가 없는 이유는
상점에서 친구를 팔지않기때문이라고.

그래서 돈자랑, 집자랑을 서로가 앞다퉈하는
많은 사람들이 정작 친구자랑은 못하는거죠.
맘을 나눌 친구가 없어서,
겉도는 이야기만 하다가 어정쩡 일어난다는
글을 읽을때면.

나는 이런 외로움이 상당히 오래 된 사람인데.
게다가, 그런 외로움을 내색하지않은채
어릴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했던 그 습관처럼
책을 읽으면서 아이를 키우고, 저녁식사를 차리고
장을 보고, 꽃을 키우다보니
어떤때는 등뒤의 그림자가 하나인것이
당연한듯 너무도 제 삶이 익숙하게
몸에 배인것도 같아요.

그게 언제냐면.
제 눈앞의 화자가 자기얘기만 끝없이 할때.
또 듣다보면, 스스로 말과 말이 부딪쳐
혼란스러워하면서 다시 맘을 다잡아
또 아까전의 했던 이야기를 처음부터 풀어나갈때
제 정신은 이미 겉으로는 예의바르지만
속은 이미 부사와 형용사가 마구 뒤엉킨
말들사이에서 저멀리 안드로메다로 가고있어요.

그리고, 그 끝나지않은 말의 마침표가 언제쯤
모습을 드러낼까 기다리고, 언제 이 시간이 끝날까,
어제 읽었던 책이 홀연히 생각나고,
그냥 책읽고 있는 조용한 시간이 그리워지고.

누군가와 마음이 통하고,
수다하나가 끝없는 길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물길을
여는것처럼 즐거운 시간이길 바라지만,
점점 저는 알아요. 그러긴 쉽지않을것을요.

아마도 이 외로움은 
한낮의 빨래처럼 조금 퇴색할지언정.
아마 퇴장하진 않을것이라고.

그냥 마음한켠에 묻어두고
살아갈 일이 더 많을것이라고.
어쩌면 나만 그런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외로울거라고.

그래서 당근에서도
친구를 구한다는 글이 올라오고,
그 글은 매일 올라온다는 사실.
그럼에도 누구나 아는 건.
맘에 드는 친구는 쉽게 나타나지않을것을
씁쓸한 감정과 함께 예감하겠죠.
IP : 1.245.xxx.138
3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1.3.20 11:20 PM (118.32.xxx.104) - 삭제된댓글

    다들 섬처럼 떨어져 각자 외로워함.
    근데 그게 나음.

  • 2. ㅡㅡㅡㅡ
    '21.3.20 11:21 PM (70.106.xxx.159)

    다들 외로운데
    그걸 어느정도 느끼느냐가 차이점 같아요

  • 3. ㅂㅅㅈ
    '21.3.20 11:21 PM (211.213.xxx.82) - 삭제된댓글

    제 얘기를 많이 하던걸 반성하고, 조용히 지내는중

  • 4. 원글님
    '21.3.20 11:23 PM (118.235.xxx.179)

    몇년전에 솜사탕인지 풍선인지 비누방울인지 둥둥 떠다니는 그런 글 쓰셨던 아주 감수성 깊은 글 올리셨던분 같은데 맞나요?

  • 5. ㅇㅇ
    '21.3.20 11:24 PM (182.225.xxx.85)

    살다보니 그래요 나를 이해해줄 사람을 찾는다는 욕심을 버려야 되는 것 같아요 함께 보내는 시간, 함께 하는 일의 의미만이라도 이해해주고 공유해주는 사람을 찾는 것도 힘든걸요
    기대 내려 놓으니 전 한결 가뿐합니다

  • 6. 원글
    '21.3.20 11:25 PM (1.245.xxx.138)

    저는, 그글을 쓴적이 없고 읽어본적이 없어요^^

  • 7. 둥둥
    '21.3.20 11:29 PM (118.33.xxx.91)

    저도 외롭게 자랐는데
    어린시절 장사하러간 부모님
    학교간 오빠
    친척네 일하러간 언니
    그들 없이, 그들을 기다리며 혼자 매일을 보냈죠
    그런데 더 못견디겠는건,
    내가 외로왔던건 참겠는데 가슴 아픈건
    내 아이가 같이 놀 친구가 없다는 거네요
    나는 섬세하지만 무디고 강단있는 편이어서
    그럴러니 하고 외로움을 받아들이며 살았는데
    내 아이가 같이 놀고 수다 떨 친구가 없어
    심심해 하고 외로워 하고
    그래서 게임만 하는거 보기가 참 아픕니다

  • 8. ㅇㅇ
    '21.3.20 11:31 PM (5.149.xxx.57)

    아 코코아가 먹고 싶어지네요

  • 9. ㅡㅡㅡㅡ
    '21.3.20 11:38 PM (61.98.xxx.233) - 삭제된댓글

    글 읽으면서 느낀 점.
    글 쓰는 재주가 있다.
    글 속에 느끼는 외로움은 타고난 기질이다.

    저도 오십 바라보는 나이인데
    사람은 누구나 외로운 존재라는 전제는 동의해요.
    그런데 주위 둘러보면
    경제적인 조건을 떠나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즐겁게 사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들은 그만큼 노력을 하더라구요.

  • 10. ......
    '21.3.20 11:41 PM (112.140.xxx.54) - 삭제된댓글

    윗님 댓글 공감해요.

    경제적 조건 떠나서 사람과의 관계에서
    만족할 만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그만큼
    노력을 하더라구요. 열성적이다싶을만큼...

    저도 그런 즐거움 얻고싶지만
    전 체력도 안되고(퇴근 후 넉다운/주말엔 낮잠삼매경)
    여기저기 약속 스케줄 준수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그러다 보니 결국 혼자더군요.
    그냥 자업자득이다 싶어요.

  • 11. ????
    '21.3.20 11:49 PM (211.36.xxx.132)

    며칠 글 올리고 지우신 분 아녜요? 인관관계에서 밀린다는. 그리고 예전에 외로울 때인가.. 청소한다는 분 아닌가요. 베스트에 올랐던. 모르는 청년이 반지하 님의 집 불빛을 보면서 사무치게 님 집에 들어가고 싶어 서성였다는 글. 맞죠?

  • 12. ....?
    '21.3.20 11:52 PM (112.140.xxx.54)

    반지하 불빛 보면서 그 곳에 들어가고 싶다는 청년의 심정은
    전지적시점에서 원글님이 해석한 건가요?
    아님 청년의 입에서 나온 소리?
    211님 뭐죠? 읽고보니 궁금하네...

  • 13. 당근에서
    '21.3.20 11:56 PM (217.149.xxx.12)

    친구도 구하나요?

  • 14. ..
    '21.3.20 11:56 PM (121.44.xxx.73)

    원래 엄마가 없고, 형제도 없고, 10대중반에 나머지 부모도 죽은
    저같은 사람은 외로워하는게 당연하겠죠...

  • 15. 누구에게나
    '21.3.20 11:59 PM (112.161.xxx.15)

    외로움은 그냥 인간의 숙명이예요.
    마당발이고 핸폰 벨소리가 끊이지 않는 지인도 막상
    진지한 인생 친구 하나 없어 늘 톡으로 저를 찾더군요.
    그것도 나는 지겨움.
    껍데기같은 겉도는 속물적인 대화...
    그래서 톡은 받아주지만 만나진 않지요.
    와로움에 익숙해서 이런 제가 좋아요.
    그렇다고 사람을 기피하진 않는데 약속해서 만나는건 지겨워요. 나는 다른 세계에 사는듯해서요.

  • 16. ......
    '21.3.21 12:22 AM (112.166.xxx.65)

    나만 외로운 건 아니구나...
    이게 또 위안이 되네요 ㅜㅜ

  • 17. ...
    '21.3.21 12:35 AM (118.38.xxx.29) - 삭제된댓글

    필력이 좋으시네요
    자주 글을 써 보세요

    이번 삶, 그 여행의 마지막 순간 까지
    무엇인가를 꿈꾸고 노력 하는 사람은
    외로움 을 덜 타는것....

  • 18. 그러게요
    '21.3.21 12:52 AM (218.55.xxx.252)

    그 솜사탕 그분이랑 문체가 너무비슷

  • 19. ...
    '21.3.21 12:52 AM (118.38.xxx.29) - 삭제된댓글

    필력이 좋으시네요

    젊은날 읽었던 보들레르, 랭보 의 시와 비슷한 느낌

    자주 글을 써 보세요

    사람들이 너무도 한심해 보여서
    사람 에게는 기대할것이 없다는것을 일찍 깨달았기에
    사람에 대한 기대는 일찍 접었던 1인

  • 20. ...
    '21.3.21 12:55 AM (118.38.xxx.29)

    필력이 좋으시네요

    젊은날 읽었던 보들레르, 랭보 의 시와 비슷한 느낌

    자주 글을 써 보세요

  • 21. 모스키노
    '21.3.21 1:05 AM (106.101.xxx.130)

    외로움..글이 너무좋아 글남깁니다
    종종 글 올려두세요

  • 22. 정말
    '21.3.21 1:28 AM (39.7.xxx.91)

    외로우면
    글을 쓸 에너지가 없어요..

  • 23. 00
    '21.3.21 1:45 AM (58.148.xxx.236)

    외로움 글
    표현력? 감수성이 돋보이는 글이네요

  • 24. 솜사탕
    '21.3.21 1:46 AM (58.235.xxx.119) - 삭제된댓글

    그분은 절대 아닌듯.
    그분과 문체가 많이 달라요.

  • 25. ...
    '21.3.21 2:03 AM (218.51.xxx.107)

    요즘세상에 친구는 없어요 우리가 아는의미의 친구요

    그런친구를 가지신분 천복이죠

    저도 없어요 하지만 없는친구를 아쉬워하거나 외로워하지는 안아요
    왜냐면 전 제가 집중할일들이 재미있기 때문이에요
    그일들은 소소한것들이지만
    인간관계속에 지치는것보다 전 훨씬 재밌어요
    어젠가? 어떤 친구글에서도 그러죠 50되면 있던 친구도 쳐낸다고

    그냥 시대가 그래요
    그냥 다 타인일뿐이예요
    글쓰시는 취미 가지시면 잘하실것 같아요

  • 26. 외롭던
    '21.3.21 2:33 AM (182.219.xxx.35)

    어린시절 비슷하네요. 엄마는 시장에 장사하러 가고 저는
    밤늦도록 늘 혼자였어요. 혼자 일어나 밥먹고 학교가고
    학교에서도 친한 친구도 없어 걷돌고 집에 오면 밤늦도록
    혼자 있어야 했던 어린시절....지금은 남편도 아이도 있지만
    쓸쓸함이 채워지질 않네요. 이렇게 나이들고 쓸쓸히
    죽어 갈거같아요.

  • 27. ..
    '21.3.21 2:55 AM (183.98.xxx.95)

    사람마다 친구의 정의가 다르고
    삶의 가치관이 다르고
    그래서 그런거죠
    그런가보다하면서 살아요
    가끔 책을 읽다가 어쩜 내생각이 이런데 이런걸 발견하는 소소한 기쁨으로 살아요

  • 28. 가끔 생각해요~
    '21.3.21 9:04 AM (175.117.xxx.127)

    또다른 내가 있어 친구가 되러 줬으면 하는 바램이요. 늘 외로워요~ 헛헛하고ㅠ

  • 29. ..
    '21.3.21 10:50 AM (211.179.xxx.77)

    모든 인간은 외롭다는걸 인정하면
    이렇게 복잡하게 긴글쓸필요 있나요
    가끔 친구 만나는것도 귀찮아 지던데

    친구 많고 어울리는 사람도
    친구 관리 스트레스 많더라구요
    50초반 지인이
    친구들과 어울릴려고 애쓰는 모습이
    안타까울정도였어요

  • 30. 글쎄요
    '21.3.21 11:13 AM (211.36.xxx.145)

    솜씨 좋은 글이지만 너무 많은 부사와 형용사가 뒤엉켜서 작위적이고 진정성이 별로 안 느껴지는 건 저 뿐인가요. 투머치 꾸미지만 매력이 안느껴져서 친구하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 31. 다 외로운데
    '21.3.21 11:30 AM (112.149.xxx.254)

    어느 포인트에서 제일 외로운가의 차이같아요.
    저도 초인싸 인생 살았었는데 지금은 드라이브스루로 맥도날드 사고 집에돌아와 속옷만 입고 맥주 마시며 늘어지는 거 좋아하네요.
    너무너무너무 외롭고 누군가 나를 돌아봐주고 사랑해주면 좋겠다 싶다가 그 말을 혼자 입밖에 냈다가 진짜 그런일 생길까봐 무서워서 취소취소 퉤퉤퉤 해요.

  • 32. ...
    '21.3.21 1:35 PM (118.38.xxx.29)

    >>솜씨 좋은 글이지만
    >>너무 많은 부사와 형용사가 뒤엉켜서
    >>작위적이고 진정성이 별로 안 느껴지는 건 저 뿐인가요.

    분명 조금 힘이 들어간 문장이고
    조금 힘을 더 빼면 더 나은 문장 이 될것은 확실하지만
    초보자... 라는 입장 을 생각하면
    너그러이 보아줄수 있는 수준 인것 같은데
    너무 세상을 뽀족하게 보시는듯......

  • 33. 형용사님들
    '21.3.21 6:11 PM (211.186.xxx.3)

    내인생의형용사님은 저렇게 길게 쓰지 않아도
    단 몇 줄만으로도 1000배 이상의 감수성을 건드릴수 있겠죠
    단지 유년시절의 이면에 대한 내용을 풀었다는것 외엔
    문체도 다르고,
    무엇보다 감성측면에서 비교도 안됩니다
    내인생의형용사님 글은 제가 20년 가까이 82하면서 봤던 글중 최고존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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