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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일이

이런인생 조회수 : 3,437
작성일 : 2021-01-21 22:24:29
예전에도 한번 제 글에 언급은 했었는데.
요즘은 보육원에서 만 19세가 되면 나와야 하지만
그때는 그렇지 않았어요.
다른 원은 어땠는지 모르나 제가 살던 원은 당시에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국민학교나 중학교 졸업후
공장을 다니거나 숙식제공 되는 곳으로 떠났어요.

저도 고등학교를 졸업후 원을 떠나고 싶었으나
재수하면서 원의 일을 도우라는 원장님의 말씀에 원에 머물렀어요.
아침에 일어나 원장실의 밥을 하고
국민학교에 입학한 원장님의 막내아들의 등하교와 공부,
씻는거를 주관하고 원에 후원하는 분들께 편지 문구를 작성해서
애들에게 그 편지를 쓰게하는 일들도 제 일이었어요.

그외에도 우물과 물탱크 물도 체크하고 원장실 다림질.
그리고 틈나는대로 아주 어린 원아들도 돌봐야 했어요.
하루종일 너무 바빠서 제 공부나 앞일은 생각할 겨를도 없었어요.

당시 우리 원에 있는 보모들 중 가장 무서운 사람이
원장님 여동생의 시동생이었어요.
정식보모는 아니었으나 언제부턴가 애들을 관리했어요.
그때 이사람이 도입한게 내무사열이었어요.

매일 저녁 7~8시 무렵에 각방을 돌면서 일렬로 대기하고 있는
원생들의 각방 청소상태와 머리, 손톱 등의 용의복장을 검사했어요.
당구 큣대만한 막대기를 들고 근엄한 표정으로 건들거리면서
아이들의 머리나 몸이나 손톱 등을 특툭 치면서 지적을 하고
때로는 구타를 했어요.

당시의 원장님이나 사모님은 용인하는 분위기였고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았던 다른 보모선생님들은 방관하는 상태였어요.
거칠거 없이 혼자 설쳐대는 그 삼촌( 우린 그렇게 불렀어요.)에게
동조하면서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조수 노릇을 충실히 하는
보모가 하나 있었어요.
저랑 동갑이면서 고등학교 시절 연합교회 학생회 임원을 같이 하던
친구였는데 여상 졸업후 원에 보모로 왔던거죠.
원에 취직하고선 저랑 친구였다는 사실을 망각이라도 한듯
도도하게 굴었어요.
마치 간수와 죄수의 신분이라도 된듯이 저를 내려다봤죠.
저는 다른 보모들과는 비교적 친하게 지내는 편이었어요.

그런 그녀는 보모들 중 유일하게 그 삼촌이 내무사열 할 때마다
하얀 장갑을 끼고 거만하게 손가락으로 창틀문을 쓰윽 닦았죠.
그러면서 하얀 장갑을 낀 검지손가락에 묻은 먼지를 일렬로 늘어서
있는 원생들 눈앞으로 하나하나 보여주며 내가 깨끗이 닦아놓으라고
했지? 그러면서 거만한 몸짓으로 째려보았죠.

그때 저는 원아들과 일렬로 같이 서 있지도 않았으나 또 과감하게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용감하게
왜 이런 짓들을 하느냐고 말도 못했어요.
오로지 속으로만 비겁하게 네깟것들이 뭔데 감히 이런 짓을 하는거지?
하면서 울분을 터뜨렸어요.

그리고 다음해에 저는 대학진학을 하고 그녀는 원을 떠났고
삼촌이라는 사람은 여전히 원에 남아 있다가 원을 떠났지요.

그후 많은 세월이 흘렀고 우리의 아이들이 당시의 우리보다
나이가 많아졌어요.

당시의 다른 보모선생님들과는 아직까지도 연락하며 지내고 있는데
얼마전에 그녀의 근황을 들려주더군요.
저에게는 일제강점기에 일본군 앞잡이 노릇을 하던 순사의 모습으로
마지막 모습이 각인되어 있었는데 세상에 유명인이 되어 있네요.
하얀 면장갑을 끼고 손가락 끝에 묻은 먼지를 거만하게
아이들의 눈앞에 들이댔었는데 그 손으로
내가 기억하는 그 손으로 사람들 앞에서 환호를 불러 일으켜요.

유명인이 됐어요.
큰상도 많이 받았대요. 좋은 일도 많이 한대요.
여러 대학에 출강도 한대요.
인터넷에 검색하면 그녀의 얼굴과 근황들이 소상히 나와요.

그녀도 그때는 어렸으니까 부화뇌동하듯이 어느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에 앞잡이 노릇을 한거겠죠?
그녀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겠죠?
그랬을지라도 이젠 개과천선 했겠죠?



IP : 222.109.xxx.116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사람이
    '21.1.21 10:28 PM (124.57.xxx.117)

    나이먹는다고 개과천선하거나 좋은 방향으로만 바뀌진 많더라구요.

  • 2. Juliana7
    '21.1.21 10:30 PM (121.165.xxx.46)

    누군지 알것도 같은 느낌이네요
    그런 사람들은 작은권력이라도 이용해서 남을 누르고
    위로 치솟아 올라가는 방법을 아는 사람들이에요. 주위에서도 다 알죠.
    물론 높아지고 유명해진 사람들이 다 그렇다는건 절대 아니에요
    남편의 친구도 정말 권력층 지배구조의 최상위에 있는 사람인데
    너무 멀어져 이제 아는척도 못할 정도가 됬지만
    옛날에도 그런 소양들이 보였었어요.
    다 사람 타고난 품성대로 살죠. 그런거 같아요
    님글은 이상하게 기다려집니다. 떠나지 마시고 편안할때 종종 글 남겨 주세요.
    인생 기록같은글에서 배울점이 많습니다.

  • 3. ...
    '21.1.21 10:35 PM (118.37.xxx.38)

    어디나 그런 인간들은 존재하지요.
    그들도 나름 열심히 사느라고 그런거죠.
    개과천선은 무슨...

  • 4. 읽어서
    '21.1.21 10:39 PM (121.154.xxx.40)

    유익한글 자주 올려 조세요

  • 5. 잘 읽혀요
    '21.1.21 10:54 PM (223.62.xxx.48)

    상황이 눈에 그려지듯 디테일 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담담한 글
    인생을 미리 살아 본 것처럼 능숙하고 약게 사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그게 뭔지 잘 모르면서도 부러우면서도 무서운 사람..
    차이가 뭔지 지금도 명확히 모르지만 분명한건 서늘함 때문인지 가까이 하긴 싫은 사람.
    기다릴게요 또 올려주세요

  • 6. ..
    '21.1.21 11:17 PM (118.32.xxx.104) - 삭제된댓글

    누굴까 궁금하네요..

  • 7. 순이엄마
    '21.1.21 11:27 PM (125.183.xxx.167)

    누굴까 궁금하네요.

  • 8. 이뻐
    '21.1.22 12:35 AM (183.97.xxx.170)

    여러번 올리신 글 읽아보는데
    참 담담하게 글을 너무 잘 쓰시네요

  • 9. 연화
    '21.1.22 1:02 AM (175.201.xxx.200)

    님의 어린 시절이 얼마나 힘 들렀을지 상상도 안되네요.
    부디 꽃길만 걸으시고 다음 생엔 꼭 좋은 부모님 만나세요

  • 10. 누군가요?
    '21.1.22 6:22 AM (217.149.xxx.33)

    정말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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