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기억하는 최초의 순간부터 요리하는 흉내를 내고 엄마 그릇들을 깨부쉈어요.
특히 비싼 엄마의 찻잔들을 많이 보냈죠.
종갓 집인 우리 집엔 손님들이 많이도 드나들었고
손님이 오실 때마다 달여놓은 쌍화고를 물에 풀고 대추를 잣에 돌돌 말아 썰어내고 잣과 호두를 잘게 다져 띄워내는
엄마 모습이 너무 좋아서 고집을 피워 어린 제가 도맡아 했었어요.
손님들이 어린 아이가 차를 끓여내는 걸 보고 예뻐해 주시는 걸 즐기기도 했었고요.
즐기면서 많이 저지래를 했죠.
엄마는 단 한번도 그릇을 깨 먹은 저를 혼낸 적이 없었어요.
항상 제가 먼저였습니다.
안 다쳤어? 그럼 됐어 (그릇이)죽을 때가 돼서 죽은거지 안 다쳤으면 된 거야
어린 마음에도 그게 얼마나 고마웠나 몰라요.
대신 엄마의 찻잔들이 점점 높은 찬장 위로 올라갔던 건 비밀 콩나물 처럼 쑥쑥자라 다 꺼냈던 건 안 비밀
저도 엄마가 그랬듯이 너만 괜찮으면 됐어 라고 합니다.
대신 놀랐어 걱정했어 조심해야해 를 하죠.
의식적인게 아니고 그냥 결과가 먼저보여요.
가장 중요한게 먼저보여요.
잘못을 따지기보다 상대를 먼저 생각하고 해결점을 먼저 찾는 거의 제 유일한 좋은 면입니다.
유튜브를 돌다보니 어느 정신과 의사분이 그런 걸 나 대화법이라고 하대요.
울 엄마는 안 배우고도 참 현명하셨구나 생각합니다.
아침바람 찬 바람에 접시하나 골로 보내고 글써요.
이놈의 가시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