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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 없이 과외했던 기억

과외이야기 조회수 : 6,491
작성일 : 2020-11-21 15:48:58
대학가서 고3때 담임선생님께 인사를 드리러 간 적이 있어요.
찾아뵀을 당시 고1 담임을 하셨는데
저한테 본인의 반 아이 과외를 해주지 않겠냐고 그래요.
아니 선생님이 저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왜 이러시냐 했더니
가서 맘 잡고 공부할 수 있게 자리나 잡아주라고.
아이가 거의 꼴찌인데
국영수 교과서 정도만 풀어주면 된다고.



그나마 양심은 있어서 고등학교때도 안한 공부 열심히 해서 과외를 하러 갔어요.
갔더니 학생어머니가 아이의 담임 추천이라 저한테 신뢰가 그냥 엄청 난거예요. 과외선생이 한달을 넘긴 분이 없었나보더라고요.
애가 다 싫다고 한다고.



부모님이 두분 다 바쁘게 일하시는 집 외동이었고
마음 둘데가 없는
방황하는 청소년이었어요.
그 뭐라 그러죠.. 막 연예인 스타일 고대로 따라하고 코스튬같은거 입고 다니고.


제가 실력이 없으니 뭘 제대로 가르치진 못했을 거예요. 지금도 기억은 안나는데 과외 2시간하면 3시간 공부해서 갔어요.
교과서나 풀어주라 했으니 교과서 정도 가르치고
시험때 되면 그냥 붙어앉아 암기과목 외우게 시키고
수업시간은 제대로 지키고 남는 시간에는 노닥거렸어요.



밖으로 돌고 돌아 돌다보니
온동네 말안듣는 애들과 연계가 돼서는 그 무리에서 빠져나오고 싶어도 못빠져나온다고. 내가 빠져나가면 우리부모님을 욕하고 어쩌고 하면서 밟으러 온댔댔나 뭐라나. 자기도 맘 잡고 싶은데 여기서 어떻게 빠져나가야할지 모르겠다고요.



부모한테 해본 적 없는 이야기를 털어놓고
결국 그 무리에서 빠져나오는 거 도와주고
저는 뭐 당시 소개팅한 남자 얘기도 해주고
노닥거렸더니 아이가
처음으로 과외선생님을 기다려봤다고



지난번에 아저씨 선생님은 문제 푸는 데 옆에서
콧바람 씩씩 거려서 미칠 뻔 했대요.
막 그런 사람 옆에 있으면 숨이 안쉬어진다고.



사실 글 쓰기 시작할 때는
정말 양심 없이 돈 번 기억이라
고3 담임샘 그때 왜 그러셨을까...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남다른 시각으로 저를 보내셨을거란
이 뭔가 스스로 뿌듯한 기운이 몰려오는
이걸 어찌 맺어야 하나 하다가
죄송한 마음에 엉뚱한 팁 드립니다 ㅋㅋㅋ

삼각김밥 안에요
아삭이고추다지고 장조림다지고 마요네즈로 양념해서
안에 넣어드세요 ㅎ 드시고나면 제 생각 날거예요.














IP : 109.37.xxx.226
3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0.11.21 3:51 PM (125.128.xxx.123)

    충분히 좋은 과외쌤 이셨네요.

  • 2. 좋은 선생님
    '20.11.21 3:56 PM (125.182.xxx.20)

    애들은 애들 수준 한 단계앞에서 한단계씩 이끌어주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너무 뛰어난 실력도 좋지만 애들 눈높이에 맞춰서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면 좋은 선생님이죠
    원글님 좋은 선생님이셨어요
    삼각김밥김을 사놓고 방치해 뒀는데...
    만들아봐야겠어요
    제가 삼각김밥김 처음산걸 어찌 아시고..ㅋㅋ

  • 3. ...
    '20.11.21 4:01 PM (180.69.xxx.53) - 삭제된댓글

    님이 해주신 역할 그걸 해주라는 거였어요. 그런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부모 대신 이야기를 들어주는 갓 성인 된 언니 형이거든요.

  • 4. ㅎㅎㅎ
    '20.11.21 4:05 PM (61.77.xxx.244)

    원글님 너무 사랑스러우셔요
    경험담도 요리팁도 감사합니당!

  • 5. ㅡㅡ
    '20.11.21 4:05 PM (203.130.xxx.29)

    진심 큰 일 하셨네요

  • 6. 저 아는 엄마
    '20.11.21 4:07 PM (14.32.xxx.215)

    애가 하위권인데 절대 상위권 선생님 안구해요
    애가 모르는걸 이해를 못한다고...그렇게 차근차근해서 그래도 경기권 갔어요

  • 7. 요즘
    '20.11.21 4:08 PM (1.234.xxx.165)

    대학생 학습지도 멘토링이 바로 그런걸 원하는 건데요. 그걸 잘 해낼 대학생도 많지 않아요. 원글님 멋져요. 아이가 마음을 잡으면 성적도 같이 오르니까요.

    저도 그런 아이 과외했던 기억이 있는데, 전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어요. 좀 쉬겠다 해서 그러자 했는데 그 사이에 아이가 오토바이 사고로 하늘나라로 갔죠 ㅠㅠㅠㅠ

  • 8. ㅁㅁㅁㅁ
    '20.11.21 4:16 PM (119.70.xxx.213)

    ㅋㅋㅋ 맨마지막같은 그런 멘트가 학생의 마음을 돌린게 아닐까 싶네요
    최고에요 원글님

  • 9. ㅇㅇ
    '20.11.21 4:18 PM (110.12.xxx.167)

    과외 두시간위해 세시간 공부해가는거
    아무나 못하죠
    선생님이 원글님의 성실함과 정직함을 잘알아보셨나보네요
    거기에 따뜻한 마음까지 겸비하셨으니
    참좋은 과외교사에 훌륭한 멘토셨네요
    칭찬해드리고 싶어요~

  • 10. 담임 선생님 최고
    '20.11.21 4:40 PM (219.115.xxx.157)

    원글님의 성실함과 그 학생이 필요한 것인 뭔지를 제대로 연결시켜 주신 담임 선생님 최고시네요.

  • 11. ....
    '20.11.21 4:49 PM (124.153.xxx.170) - 삭제된댓글

    님 너무 귀여우세요.
    최고의 과외샘이었네요.담임샘 역시 안목이 있으시구요.

  • 12. ㅇㅇ
    '20.11.21 4:54 PM (61.254.xxx.91) - 삭제된댓글

    딱 필요한 눈높이에서
    정성을 다하니

    사람이
    가정이 구원된 거네요.

    담임 선생님의 안목과 판단도
    훌륭하시구요.
    선생님이 좋은 분 같아요.
    그 아이 엄마의 마음도 열게 해주고,
    알게 모르게 주변인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쳤을 것 같아요.

  • 13. 저도
    '20.11.21 4:58 PM (14.35.xxx.21) - 삭제된댓글

    딱 그런 역할을 했어요. 부부가 장사하느라 집에 안계신..인문계 못간다고해서 중2에 저를 만나 고2까지 4년을 했는데 제가 바빠져서 그만두고는 다른 샘 싫다고 혼자 했대요. 세종대갔다고, 넘 고맙다고 그러셨어요.

  • 14. 아으
    '20.11.21 5:02 PM (109.38.xxx.66)

    정말 생각하면 아직도 과외비주신 학생어머니께 너무 죄송했는데 이런 말씀들을 들으니 이거 내가 미안한 마음을 맘 속에서 없애려고 막 좋게 포장해서 글 썼나 생각도 들고 쑥스러우면서 기분도 좋고 그래요;;;

    기억나는 특별한 일이 있는데요
    인근학교 무리들이 이 아이가 탈퇴를 한다니 정말 어느날은 학교 앞으로 찾아왔어요. 밟아준다고요. 아이는 깡이 있는 스타일이었지만 여럿이 온다니 겁이났는지 저보고 학교 앞으로 와달라는거예요. 저 엄청 겁 많고 걱정 많은 스타일이거든요. 그날 그래서 하얀 원피스를 입고 샌들을 신고 학교 앞으로 갔어요. 뭔가 막 청순한 느낌을 주면 갸들이 저를 안거드릴 것 같았거든요. (저는 여성스러움과는 정말 거리가 먼 결혼식 드레스도 신랑 보라고 커튼 열어보는거 싫어서 혼자가서 30분만에 정한 그런 사람;;;)

  • 15. ..
    '20.11.21 5:10 PM (116.88.xxx.163)

    진짜 좋은 샘이셨네요~
    공부보다 인생자체의 방향을 바꿔주신듯요~

  • 16.
    '20.11.21 5:30 PM (180.65.xxx.50)

    원글님 용기있으신 분 !

  • 17.
    '20.11.21 5:36 PM (125.183.xxx.243)

    원글님~~~~

    이야기 마저 해주셔야죠~~~
    흰 원피스 입고 그 애도 다 물리치셨나요???

  • 18. 흰원피스
    '20.11.21 5:41 PM (211.202.xxx.198)

    얼른 저 저녁 먹고 기다릴 테니 어떻게 해결했는지알려주세요.

  • 19. 아 ㅎㅎㅎㅎ
    '20.11.21 5:49 PM (109.38.xxx.66)

    더 할 얘기가 없어요 ㅎㅎㅎ
    제 마음의 컨셉이 비오는날의 수채화의 옥소리씨 컨셉이었어요. 너무 결이 다르면 아예 건드리지 않을거라는 그런 한가닥 희망을 걸고 학교 앞에 서 있었어요. 엄청 잔뜩 쫄아서 학교앞에 있었고 아무 일 없이 하교해서 집까지 가는 걸 봐준 것 같아요. 이제는 뭐 거의 20년 일이라 가물가물한데 아이가 애들이 학교 앞에 오긴 왔었다고 해요. 저는 그 애들이 누군지도 모르고 아마 고개도 제대로 못들었을거예요. 어떻게 흰 원피스가 있었는지 그게 미스테리 ㅎㅎ

  • 20. 하하
    '20.11.21 6:00 PM (116.41.xxx.141)

    흰원피스 웨딩드레스 삼각김밥
    넘나 재미지고 따따시한 이야기네요 ~~

  • 21. ㅇㅇ
    '20.11.21 6:06 PM (211.225.xxx.208)

    선생은 학벌이나 실력이 다는
    아니라는 살아있는 증거시네요

  • 22.
    '20.11.21 6:40 PM (189.121.xxx.50)

    성격 너무 좋다 선한 기운이 느껴져요
    지금 무슨일하시는지 궁금해요

  • 23. 핫!
    '20.11.21 6:56 PM (85.203.xxx.119)

    삼각김밥팁 넘 뜬금없어서 귀여워요!!!!

  • 24. 나는나지
    '20.11.21 7:17 PM (182.215.xxx.142)

    제기준에 매우좋고 멋진쌤이에요!

  • 25. 나는나지
    '20.11.21 7:18 PM (182.215.xxx.142)

    그나저나 삼각김밥까지읽고나서 나도모르게 스크롤해서 글제목확인햇어요.눈깜박한사이에 다른거클릭했나싶어서ㅋㅋ

  • 26. ㅇㅇㅇ
    '20.11.21 7:21 PM (116.39.xxx.49)

    원글님은 모두가 기다리고 원하는 인강상이세요~
    선생님의 혜안이 있으셨네요!!

  • 27. ㅎㅎ
    '20.11.21 8:09 PM (118.42.xxx.172)

    이 엔딩 뭔가요?ㅎ
    지금은 귀엽고
    그때는 따뜻하고 멋진 과외쌤~

  • 28. 엔딩
    '20.11.21 9:03 PM (219.251.xxx.55)

    가르치는 사람과 학생과의 관계는 성적이 다가 아닌 것 같아요.님 좀 짱인듯♡

  • 29. 원글님
    '20.11.21 9:11 PM (61.81.xxx.191)

    마음이 넘 예뻐요
    집에 하얀원피스가 있던걸 보면, 외모도 예쁘실거같네용~^^
    종종 글 올려주세용

    삼각김밥팁 때땡큐!
    장조림 해둔게 없는딩...통조림장조림 하나
    사올까영?ㅎ

  • 30. 학생들이
    '20.11.21 9:33 PM (121.166.xxx.43)

    기억하고 좋아히는 선생님은
    공부 열심히 많이 가르치는 분이 아니고
    자기를 잘 이해해주고 관심 가져주고 마음을 움직이게 해주는
    원글님 같은 선생님이랍니다.
    선생님의 안성맞춤 과외샘 선택이 훌륭합니다.

  • 31. 꿀팁
    '20.11.21 10:48 PM (221.140.xxx.230)

    장조림 처치곤란이었는데..
    근데 글 전개가 진짜 삼천포에요 ㅎㅎㅎ

  • 32. 잘될거야
    '20.11.22 12:08 AM (39.118.xxx.146)

    담임선생님이 혜안이 있으셨네요
    그 아이에게 님이 어떤 영향을 줄지 잘 아신 듯 해요
    님은 님이 모르는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이신 듯.
    좀 엉뚱해보여서 모르는 사람만 몰라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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