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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보석을 캐고 왔어요

가을날 조회수 : 2,944
작성일 : 2020-10-25 15:11:03
으음?
무슨 보석이냐 싶지요?^^;

시골 친정집에 왔다가
고구마를 캐신다기에 아침 일찍 일어나서
엄마랑 함께 밭으로 갔어요
와...고구마 정말 오랫만에 캐본다~ 하면서요

어렸을때는 그냥 당연하게 고구마 캘 때가되면
밭에 가서 고구마 캐고 담고
즐거운놀이 같았는데
커서 사회인이 되고 외지에 떨어져 살면서
결혼까지 하고 터를 잡고 사니
시골에 한번 다니러 가는 것도 저에게는 참 큰일이고
시간을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직종의 직장에
다니는지라 시골에서 계절마다 이뤄지는 일들을
함께하기 너무 어려워져 버렸어요



엄마는 고구마 줄기를 낫으로 툭툭 쳐내시고
저는 비닐을 벗겼어요
비닐 벗기는 것도 쉽지 않네요
고구마 캐기 위한 기본 작업을 끝내고
드디어 고구마를캐기 시작했지요

올해는 왜그런지 땅이 딱딱하게 굳은 곳이 많아
호미로 땅파기도 힘들고 잘못 팠다간
흙속에 핫핑크 고구마가 긁히고 옆구리 살이
찍히거나 두동강이 날수 있으니
정말 보물 캐듯이 살살 흙 만져가며
고구마를 캐는데
와...정말 누가 보면 보석 캐는줄 알 정도로
저는 심혈을 기울여서 살살살 호미질을했답니다

허리 구부리고 비닐 벗기고 쪼그려 앉아
살살 호미질을 하니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크고 길다란 고구마가 열개나 달린 대물 고구마를
캐느라고 땅굴을 팔 정도였어요
허리는 아픈데 흙속 고구마는 예쁘고
땀은 나는데 간간히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산속 나무들이 싸라라락 거리며 춤을 추니
가을 햇살에 물든 나뭇잎 냄새가 바람을 타고
코끝까지 전해져와서
기분은 마냥 좋았어요

저는. 정말 시골이 맞나봐요
같은 가을 햇살인데도 도시에서의 햇살보다
시골에서의 햇살이 왜 더 부드럽고 예쁜지.
바람도 그래요 도시에서도 바람은 부는데
시골바람은 산속 나무들을 훑고지나와서
나무 냄새가 담겨오니 그런지 더 깨끗하고
향긋하게 느껴져요

마음이 안정되고 좋습니다.
그래서 늘 시골을 다녀 갈때마다
내가 삼십분거리 도시에서 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한탄하곤 하지요

아주 오랫만에 캐본고구마.
그냥 고구마 캐는 일인데도 팔아프고 다리아프고
허리 아픈데 일흔이 훨씬 넘은 친정엄마는
얼마나 힘드실까.
내가 젊었을때는(60대) 이건 일도 아니었다는
엄마는 하루하루 몸이 나이들어 가고
그 쉽던 일들이 힘에부침을 스스로 느낄때마다
세월이 야속하다 하시네요

몇시간후면 또 시골집을 떠나야 하고
다시 이것저것 딸 챙겨 주느라 엄마의
마음이 한가득 이겠고
제 마음은 또 짜르르 하겠지요

제가 올때마다 산책을 시켜서 언니 오빠 오기만을
기다리는 강아지는 저희가 가고나면 또
시무룩 해지겠고요

그러거나 말거나 가기전에 한숨 자라고 하시더니
엄마는 또 밭에 가신듯 합니다

아침에 시끄럽게 울어대던 물까치 무리와
참새떼와 까마귀는 어디 마실 갔는지 조용하네요
피곤해서 눈을 좀 붙여야할텐데
쉽게 잠도 안오고요

떠나기전은 항상 마음이 그렇지만
가을이라서 그런가 더 마음이 그래요

어우...글은 또 왜이리길어진 걸까요...
좋은 주말 저녁되세요

IP : 117.111.xxx.93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0.10.25 3:17 PM (61.74.xxx.169)

    다칠까봐 조심조심 다루어야하는군요
    오늘 오랜만에 고구마 먹었는데 감사하는 마음이 듭니다.

  • 2.
    '20.10.25 3:23 PM (125.132.xxx.103) - 삭제된댓글

    늦게 캐시네요.
    여기 중부지방은 언제 벌써 서리 왔는지
    안 캔 밭 한군데 고구마 덩굴이 검게 죽어 있네요.
    고구마는 냉해에 약해서 기온 내려가기 전에 캐서 저장해야 빨리 안썩고
    저장성이 좋아요.

  • 3. 원글
    '20.10.25 3:38 PM (117.111.xxx.93)

    저희는 중부 아랫쪽인지라
    이곳은 이번주에 캔곳이 많은 것 같아요
    아직 서리는 안내렸고요
    다음주는 늦을 듯 싶어요
    고구마라도 같이 캐고 정리해서 다행이지 싶네요

  • 4. 가을 느낌
    '20.10.25 5:40 PM (124.53.xxx.142)

    컴앞에 앉아 가을 들판을 보는듯한
    기분좋은 글입니다요.^^

  • 5.
    '20.10.25 5:41 PM (58.120.xxx.107)

    좋은 따님이시네요.

  • 6. ㅎㅎ
    '20.10.25 7:42 PM (218.233.xxx.193)

    더 길어도 기꺼이 읽었을 좋은 글이네요.
    엄마와 딸이 오순도순 고구마캐는 그림을
    상상해 보게 합니다
    보석을 캤다는 의미 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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