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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들둘에 행복한 나..

줌마 조회수 : 3,227
작성일 : 2020-06-29 14:27:38
밑에 친정엄마 전화때문에 미치겠단 글보고서, 우리 엄마가 생각납니다.
아빠와 아직도 대립각 세우느라 매일마다 우울포스, 자기 연민, 남편 흉, 자기 자매흉, 안좋은 이야기밖에 모르고
얼마있지도 않지만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는 아무렇지 않은척 잘 살고 있는척하고
모든 지저분한 감정쓰레기는 딸에게만 ... 애지중지 키운 아들은 자기밖에 모르고요. 돈은 그래도 꽤 많은데,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지도 않구요.
전 아들만 있는데 사람들이 떄떄로 딸없어서 어쩌냐고 하면 
속으로 옛날이 생각나요
딸이면 참 잘 키워야지.... 힘들게 하지 말아야지...
제가 너무 딸로써 힘든 삶을 살고 있어서요.

딸좋은게  엄마맘 알아주고 살갑고 살뜰히 챙기고 나이들면 친구같고 의지되고 그런거잖아요
근데 ㅇ딸이 점점 크면서 엄마와의 깊은 교감을 배경으로 하여 엄마의 짐을 함께 지기 시작하면서 딸의 삶도 고단해지는 경우를 제가 많이 봐서 그런게 미리 겁이 났었던 거 같아요. 

근데 전 그냥 원래 결혼할때부터
남편이랑 찰떡같이 지내고
쿨보이 아들만 잇었으면 했는데
제바람대로 아들만 생겼고, 
아들의 무심함과 시크함, 내가 이런저런 이야기해도 쿨하게 어, 그래 맞아 알겟어 단답형으로 이야기해주고 
뒤끝없고 담아두지 않고
예민하지않고 잘 먹고 잘 자고. 

성격상, 세심하게 내가 얘기했던거 기억했다가 사다주고 가지고 오고  누군가 내 맘을 알아줬으면 하지 않거든요. 절대.  
그런 건강하지 않은 기대들이 얼마나 인생을 피폐하고 자기자신을 갉아먹는지 엄마와 아빠의 관계에서 평생봐왔기때문에요. 그래서 의식적으로 더 싫었던 거같아요. 엄마처럼 살지 않기 위해서...
(물론 그러면 고맙겠지만) 전혀 바라지 않고, 내가 먹고 싶으면 먹고, 가고싶으면 가고....
대신 남편이랑 다 같이하고 사이좋게 지내려고 애쓰고, 그래요. 남편도 원가정으로 부터 상처를 많이 안고 산 사람이라서 부부관계에 여러가지로 노력하는 스타일이라서.. 다행히 20년차인데 괜찮구요. 

아들들은 중고딩인데 맘에 쏙들어요. 막 다른 어떤 분들처럼 이뻐죽겠는거는 아니고, 믿음이 가요.든든하고. 
이만큼잘키웠고 바르고 멋지게 컸으니 무슨일을 하든 정신머리 잘 박히게  잘살아낼거라는 믿음..
너도 너좋아하는 여자 만나서 평생 살맛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  그래요.
음악좋아하는 큰 아이랑 같이 좋은 스피커사서 음악듣고,
삘받으면 춤도 추는데, 저한테 눈길을 안줘서 좋아요. 그냥 다들 마이웨이를 가는 집안분위기가 제가 원하던 거였는데... 그게 참 맘에 들어요. 

둘쨰녀석이 아직 애같은 구석이 있어서 중학생인데도 한번씩 재워달래거든요. 
잠자리에 누워서 어떤 드라마 이야기하다가 제가 그랬어요. 
나이가 들면 우리가 다 따로 살게 될 거고, 생각보다 아주 멀리 살수도 있어서 일년에 한번 보기 어려울 수도 있어.
그랬더니 중딩이가 
시간이 지나면 엄마는 내가 별로 필요가 없겠지만, 나는 아무리아무리 커도 엄마가 계속 있어야 할것같은데.
아니야 그렇지않아 멋진 남자로 자라서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고 이세상이 얼마나 크고 멋진가 멀리멀리 다녀도 봐야지~ 지금부터 엄마가 엄청 많이 사랑해줘서 그때가되도 모자라지 않게 해줄테니까 걱정마셩.ㅎㅎ 

남편이나 저나 고단하고 힘든 가정사 뒤로하고 그래도 이만큼 내가족 꾸려가는거 참 감사하고 기쁜 일이다 어제 주말도 이야기나눴어요. 
아직도 원가정으로부터 감정의 쓰레기통 신세로 살고 잇긴 하지만.... 소중한 정원 가꾸듯 물주고 사랑주는 내 가정이 있기에 오늘도 행복하려고 애쓰는 40대 후반을 바라보는.... 아줌마였습니다..
IP : 1.225.xxx.38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0.6.29 2:45 PM (211.106.xxx.140)

    저도 아들 둘 엄만데, 원글님 뭔가 멋지네요!!!
    전 아직 초딩들이라 손이 많이 가서 그런지 좀 버거운데, 저도 애들 중고등 되면 나한테 눈길 안주고 자기 길 잘 척해서 살아가면 좋겠어요.

  • 2. 쿨보이
    '20.6.29 2:46 PM (39.122.xxx.59)

    저와 비슷... 유일한 딸이란 이유로 엄마편이 되어줘야하는줄
    살아보니 엄마가 내편되어줄 생각은 없었더라고요

    저는 딸만 있는데 쿨딸이에요 ㅎ
    엄마 감정에 신경쓰지 않고 엄마 눈치 보지 않고
    세상 속편하게 사는 쿨딸 보면 아 내가 잘살았다 싶어요
    어린시절 힘들었지만 남편과 대화 통하는 가정 만들었고
    딸은 부모에게 부채의식 없이 마음 건강하게 자랐으니
    저도 때때로 행복하다 잘살았다 스스로 대견하게 여기네요 ㅎ
    우리 같이 대견해해요 ㅎ

  • 3. 우우
    '20.6.29 3:01 PM (175.223.xxx.137) - 삭제된댓글

    "그냥 다들 마이웨이를 가는 집안분위기" 라고 쓰셨는데
    서로 같이 있어도 각자 할 일하면서
    서로가 있어도 행복하고 혼자서 있어도 충만하고
    그런 분위기 느껴져서 좋네요

    뭔가 인간관계에 대해서 주관이 뚜렷하고 성숙하신 분 같아요.

  • 4. 원글님~~
    '20.6.29 3:01 PM (118.221.xxx.212)

    엄지척!!

  • 5. 3살아들맘
    '20.6.29 3:08 PM (116.41.xxx.121)

    인데 원글님 맘에드네요 !

  • 6. 오~
    '20.6.29 3:09 PM (116.32.xxx.154)

    공감되네요..비슷한면이 많은데 아들만 위한다던지 그치만 다른점은 감정을 나누지도 않고 방치 정도의
    거리를 두던 엄마기 나이들수록 딸에게 감정의끝을 보이려 하고 베풀지도 않았던 사람이 누군가와
    비교 하며 나에게 서운해한다는 사실이요

    아들하나 있는데 너무나 자존감이 높고 독립적으로 커서 엄마 사랑 갈구하며 컸던 나와는 다르네요.
    둘째 아드님과 얘기한 이 세상 멀리멀리 다녀보라는 말 엄마로서 한적도 없고 걱정만 됐는데 본인이
    대학가서 방학마다 또 제대후 6개월 텀에 세상 이곳 저곳을 혼자 돌아다니더라구요.
    지금은 코로나 직전 돌아왔는데 이제서야 자유로운 영혼으로 잘자랐구나 싶네요

    저도 무심한 아들 고맙고 행복합니다

  • 7. 와...
    '20.6.29 3:50 PM (67.180.xxx.159)

    저랑비슷해요. 저도 아들 둫인데 제 성격과 딱 맞아요

  • 8. ..
    '20.6.29 5:49 PM (118.36.xxx.236)

    많은 부분 공감 합니다
    표현력이 좋으셔서 집안 분위기가 소설속 한장면처럼 그려지네요.

  • 9. ...
    '20.6.29 6:14 PM (211.202.xxx.163)

    원글님 현명하시네요.
    저는 40대 후반이 되서야, 이런 관계가 건강하다는걸 꺠달았어요.
    조금..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걸요.

  • 10. 저도
    '20.6.29 6:38 PM (223.38.xxx.135)

    아들둘 40대 후반인데...
    원글님 같은 마음을 가지려 노력해보죠~
    잘 안될것 같지만..
    정신건강을 위해서~
    나름 괜찮은 녀석들인데 .. 내 욕심에 힘들것 같아요..ㅠ

  • 11. ..
    '20.6.29 7:08 PM (219.251.xxx.216)

    멋지네요
    저도 생각은 하지만 아들에게 말로 응원하지는 못했네요
    저도 말해줘야 겠어요
    너는 멋진 남자로 자랄거라고, 넓은 세상에서 하고 싶은 것 하라고...

  • 12. 글에
    '20.6.29 7:23 PM (116.36.xxx.231)

    행복이 뚝뚝 떨어지네요 ㅎㅎ
    너무 좋아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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