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심인보기자. .한만호비망록

ㄱㅂ 조회수 : 1,094
작성일 : 2020-05-15 17:39:18


#뉴스타파_심인보_기자님의_글

한명숙 2차 뇌물 사건의 핵심 증인 한만호의 비망록. 무려 1,200페이지의 노트에 손으로 갈겨 쓴 기록을 한 페이지도 빼놓지 않고 다 읽었다. 한만호는 그 안에서 계속 절규하고 있었다.

검찰은 한만호가 출소하기 며칠 전 감방을 압수 수색해 비망록을 모두 빼앗아갔다. 자기들이 독점한 뒤 분석해 필요한 부분만 제출하겠다고 했지만 재판장이 그렇게 하지 말고 모두 제출하라고 했다. 그게 아니었으면 이 기록은 영원히 검찰청 캐비넷에서 잠들었을 거다. 검찰에 유리한 내용만 알려진 채.

가장 마음이 쓰였던 부분은 기사로는 쓸 수 없었던 그의 사적인 인생이었다. 땅부자의 아들, 금수저로 태어나 승승장구했던 그의 인생은 검찰을 만난 뒤 완전히 꺾였다.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하고 가족과 친지들로부터도 사실상 버림받았다. 그가 지인들에게 쓴, 애절하고 안쓰러운 편지들이 많았다. (물론 여기까지는 한명숙과 무관한 그의 잘못 때문이다.)

출소해 재기할 날을 그렇게도 기다렸건만 출소 이후에는 검찰에 괘씸죄로 낙인찍힌 업보가 그의 남은 인생을 집어 삼켰다. 그가 위증죄로 두 번째 구속을 당하자 연로한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 자신도 홧병을 이기지 못해 다시 출소한 지 얼마되지 않아 숨졌다.

여러 경로로 수소문해봤지만 사진 한 장 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만두 님께 의뢰해 몽타쥬를 그렸다. 고맙게도 재능기부를 해주셨다.) 비록 한 때 비겁했지만, 검찰과 맞서 싸운 사람의 처참한 말로다.


비망록 가운데 일부는 한만호의 법정 진술로 이미 알려진 내용이지만 처음 나온 내용도 많다. 검찰은 이 비망록 전체가 한만호가 자신의 진술 번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지어 낸 거짓말이라고 봤다. 그러나 전체를 다 읽어 본 나로서는 그 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 두 장도 아니고 무려 1,200페이지의 글을 손으로 눌러 쓰면서 그걸 다 거짓으로 채울 수 있는 사람은 글쎄, 매우 드물 것이다.


말도 안되는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손으로 쓴다는 행위의 속성상 그렇다고 믿는다. 특히 비망록 가운데는 진술 번복 이전에 쓰여진 부분도 있다. 검찰의 주장과 달리 진술 번복 이전의 기록에서도 한만호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고뇌한 흔적들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한만호의 비망록이 진짜라고 해서 그것이 곧 한명숙의 무죄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뉴스타파 시즌2의 목적지도 거기까지는 아니다. 다만 한명숙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이 남아 있다. 그 사실들이 어쩌면 새로운 길을 열 수도 있다.
IP : 175.214.xxx.205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ㅠㅠ
    '20.5.15 5:40 PM (223.62.xxx.171)

    어제 방송보고 너무 가슴아팠어요.
    나쁜인간들

  • 2. 다음주에
    '20.5.15 5:42 PM (175.117.xxx.127)

    중요한 부분이 나올꺼같아요~~

  • 3. 명박이한테
    '20.5.15 6:03 PM (119.70.xxx.20)

    쥐박이놈한테 어이없게 당하신것 같애요, 쓰레기 검찰놈들, 천벌받을거다 이죽일놈들아

  • 4. 참기자
    '20.5.15 6:03 PM (221.154.xxx.186)

    심인보 기자님, 응원합니다.

  • 5.
    '20.5.15 6:07 PM (121.160.xxx.94)

    이렇게 오늘 역사가 새로 쓰여지네요
    응원 합니다

  • 6. 2심
    '20.5.15 6:08 PM (211.219.xxx.81)

    유죄 때린 판사는 그 유명한 정형식

  • 7.
    '20.5.15 6:21 PM (210.99.xxx.244)

    한만호씨는 돌아가셨는데 시시타파기자가 증인찾았다고

  • 8. 상상
    '20.5.15 7:24 PM (118.220.xxx.224)

    이런 기자님이 계시다니 , 심인보 기자님 , 응원 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079058 이용수 할머니는 국회의원이 되고 싶었던 이유가 일본과 화해를 하.. 34 ㅇㅇ 2020/05/24 4,042
1079057 7*년대 생 분들 부모님께 안 맞고 자란 분도 많나요? 50 ... 2020/05/24 4,522
1079056 저는 반찬하고나면 쓰러질거같아요 25 ㅇㅇ 2020/05/24 6,049
1079055 노통이 그리 안갔더라면 10 ㅇㅇ 2020/05/24 2,069
1079054 이과 4.65등급 인서울 대학교 알려주세요 18 수시 좀 봐.. 2020/05/24 4,834
1079053 복면가왕 방패 누군가요 10 mm 2020/05/24 3,125
1079052 이용수 할머니 주장이 이게 맞나요? 51 ㅇㅇ 2020/05/24 3,820
1079051 의전원은 들어가기 쉬웠나요? 18 ㅇㅇ 2020/05/24 3,202
1079050 단톡방에서 나온 질문에 개인톡으로 답하는 사람들은 왜 그런거에요.. 6 ... 2020/05/24 2,944
1079049 지방사람들의 대학인식 놀랍네요 100 지거국 2020/05/24 29,802
1079048 지금 복면가왕 판정단중 신봉선옆자리 검은 옷 여자분 누구에요? 1 복면가왕 2020/05/24 5,467
1079047 에어컨 실외기 옆 화초 문제없을까요 10 이사 2020/05/24 1,339
1079046 트레블러 다시보기로 보는데요 10 아르헨티나 2020/05/24 1,845
1079045 부세. 준영이 피셜 엄마가 그리워돌아왔다. 7 ... 2020/05/24 3,473
1079044 샌드위치 만들때 소스.. 추천 좀.. 7 자라리 2020/05/24 3,023
1079043 본어게인 드라마 보시는분들 계세요? 10 드라마 2020/05/24 959
1079042 오늘 노래 좋네요 2 열린음악회 2020/05/24 1,169
1079041 컴맹인데 도와주세요 2 무념무상 2020/05/24 857
1079040 호텔 항공업 종사자분들 어떻게 지내요? 7 ㅇㅇ 2020/05/24 3,216
1079039 2억으로 은퇴 불가능하죠? 33 2020/05/24 7,988
1079038 대패 삼겹살에 비빔면 싸먹을건데 3 저녁 2020/05/24 2,228
1079037 '귀국작전' 103개국 3만명 고국땅.."국민 있다면.. 6 윤재관부대변.. 2020/05/24 1,610
1079036 중성화수술은 했는데요...애견 냉(?)...(애견님들께 질문요).. 5 애휴 2020/05/24 2,000
1079035 트롬 건조기는 무조건 신상 사야하겠지요? 8 할부인생 2020/05/24 1,905
1079034 화성시청 맛집 문의합니다. ... 2020/05/24 7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