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이 글 기억나시는 분들 계세요? 벌써 9년이나 지났네요 ^^
어제 딸아이가 제 노트북으로 숙제를 하다가 82쿡에 쓴 제 글을 읽어보고 싶었는지
로긴해서 지난 제 글을 들여다보다가 들켰어요.
엄근진으로 서로의 프라이버시는 건드는 게 아니라며 훈계를 살짝한 후,
저도 갑자기 옛날 일이 생각이 나서 이 글을 읽게 되었답니다.
읽다 보니 제 정신적 육체적 힘듦이 느껴져서 살짝 제가 불쌍했네요 ^^
후기를 써보겠습니다.
그 동안 저는 일과 육아에 치여서 우울증도 오고 번아웃 증후군도 겪으면서 살았어요.
남편과는 싸움과 화해를 반복하면서 화해 기간에 늦둥이를 가져서 지금은 딸 하나 아들 하나 엄마가 되었구요.
제가 미쳤는지... ㅋ
암튼 버거움과 의욕상실에 아이들 밥도 맨날 사서 먹이고 집안도 쓰레기통 같이 해놓고 산 기간이 꽤 있었어요.
정신과는 꾸준히 다니며 지금도 약을 먹고 있구요, 다행스럽게도 약이 효과가 있기도 하고
제가 하는 일이 국가차원의 해외교류가 없으면 할 일이 별로 없는 직업인지라 (대단한 직업은 아닙니다)
코로나가 터진 후 시간적 여유가 좀 많이 생기기도 하고 해서 요즘은 꼬박꼬박 깨끗이 치우고 잘 삽니다 ^^
남편은요, 제가 일정 부분 포기한 것도 있고, 타고난 기질이 어디 가겠냐마는 본인이 좀 깨달았는지
다소 나아졌고, 본인 성향답게 제가 넋놓고 살 때 저한테 잔소리 안하고 집안일도 아이들 케어도 해주었어요.
잘 해주었다는 말은 못하겠지만 그게 어디에요 ^^ 저도 마음을 좀 바꿔먹고 많은 부분을 놓았더니
요즘엔 서로 농담도 하고 그럽니다.
딸아이는 다행히 잘 자라주고 있습니다. 지능이 높아 학업수행도 좋구요.
역시 딸이라 그런지 제가 힘들때 공감과 위로를 해주니 딸이 있어 좋다는 생각도 자주 하구요.
다만 커서 정신건강 검사를 했는데 다른 부분은 다 좋으나 사회성이 좀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예기치 않은 상황에 놓이면 어쩔 줄을 모르는 등 자잘한 문제들이 보이고
친구와의 관계도 원만하게 잘 이어나갔으면 하는 마음에 아직까지 (초6) 사회성 기르는 상담을 매주 1회 받고 있어요.
아이도 만족하고 저도 선생님과의 부모상담을 통해
아이의 마음도 알 수 있고 해서 딸과의 관계도 좋아져서 만족합니다.
둘째 아들이 요즘 최대 고민이에요. 다음 달이면 네돌인데 아직 언어가 만 두돌짜리 아이 수준도 안돼서요.
딸도 말이 늦게 트였는데 둘째는 딸램보다 한층 더 심하니 어머님이 드디어 얘기하시더라구요.
저도 그동안 물증없는 심증 100%로 제 남편이 이유였을 거라 생각했어요. ㅎㅎ
아들은 그나마 자폐아들 특유의 행동을 보이지 않아서 크게 힘들진 않은데 (남아라 놀아주는데 몸이 힘들긴 해요 ㅠ)
언어지연이 너무 심해서 요즘은 거기에 신경을 쏟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한때는 너무 하고 싶었던 이혼도 하지 않았고
나름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윗 링크의 글 말고도 제가 올린 다른 고민글들에 정성어린 댓글로 도움과 위로의 말씀 드린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