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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이 너무 재미있어요.

박카스 조회수 : 4,579
작성일 : 2020-04-27 12:55:21
엄마에게 어렸을때부터 여자는 일이 있어야 한다. 결혼하고 절대 절대 일 놓지말고 다니란 얘기를 귀에 못이 박히게 듣도 자랐어요. 덕분에 직업도 나쁘지 않아요. 엄마는 대신 프로패셔널 주부였어요. 보통 또래 친구들 집에 놀러가면 엄마가 집에계시는데도 너저분 한데 우리집은 항상 반짝반짝 했어요. 도시락 싸다닐땐 다들 구경 올정도...

엄마가 살림도 안가르쳐 주고 집에서 설거지 한번 한적 없이 있다 결혼해선 주말부부로 친정에서 회사다녀서 결혼전이랑 똑같은 생홣이라 살림다운 살림 할 기회가 없었어요.

애도 없는데 남편이랑 사이가 안좋아져서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휴직하고 남편과 살고 있어요. 처음 이결정 내리기 전까진 다들 걱정하는 분위기였어요. 특히 친정엄마가..

근데요 남편이랑 관계를 떠나서요. 살림이 너무 재미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샐러드, 밥, 요거트볼 돌려가며 먹고, 점심먹고 출근하는 남편때메 점심은 밥해서 제대로 먹어요. 스타우브 20cm하나로 어제는 김치찌개하고 바로 닦고 기름 시즈닝, 오늘은 미역국국, 카레 등등 너무 유용하게 쓰고 또 정성들여 시즈닝 해줘요. 점심 준비하면서 남편 저녁 도시락 점심과 다른 메뉴로 준비해서 싸주고 출근하면 청소, 주방정리, 빨래 (빨래는 삶는 빨래, 울섬세 빨래, 어두운 색 빨래 구분해가며 하구요) 주중에 입을 남편 셔츠 착착 다리고 냉장고 청소, 화장실 락스 청소, 베란다 정리청소, 냉장고 청소, 창틀 등등 너무너무 신나고 재미있어요.

뭐 먹을지 머리 싸메 장봐서 해먹이고, 제철음식 검색해서 한번씩은 먹은것 같아요. 4월에 미더덕이 제철이래서 산지서 주문해서 착착 소분하고,
마장동시장 가서 또 좋은고기 사와서 소분하고, 연어도 곤부즈메해서 먹고, 안동에서 마사서 손질하고 소분해서 위장 안좋은 남편에게 갈아 먹이고 효과도 봤어요.
영양사처럼 식단 짜서 일주일치 장본거 깨끗하게 소진할때 희열을 느껴요. 외식, 배달음식, 즉석식품 거의 안사먹고요.

남편이랑 사이는 딱히 눈에 띄게 좋아지거나 그런건 아닌고요. 군소리 없이 잘먹긴 하지만 (입이 짧은데 식성은 고급이라 여간해선 맞추기 어려워요) 살림에 대해선 가치폄하하는 말을 많이해요., 제가 집안일에 너무 많은 노동력을 쓰는것 같단 소리를 하면서 차라리 영어공부를 하던지 니 자기개발을 하라고요. 빨래를 왜 삶냐, 물걸레질을 왜 매일하냐 화장실 좀 드러우면 어떠냐 차라리 책을 봐라 등등등

친구들 한테 제가 한 음식이나 살림하는거 보여주면 왜그렇게 열심히냐 남편이랑 사니깐 좋아서 그러냐고 말하는데요. 전 남편과의 감정은 그냥 그래요. 다만 살림이 너무너무 재미있고 즐겁고 누구와 결혼하더라도 이랬을것 같아요. 어디 부잣집 집사로 살림 건사하는 직업을 가지면 성취감이 클까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하네요.

지금 남편말고 다정하고 따뜻한 밥한끼의 고마움을 아는 남자 만나서 보통 사람 처럼 애낳고 살았으면 좋았을 껄 하는 아쉬움도 생기네요.

덧) 제가 살림이 재미있다고해서 영어공부나 독서를 안하는건 아니예요. 오히려 쉬는 기간 책도 많이 읽었고 (특히 토지, 태백산맥 완독해서 뿌듯해요) 우연히 알게된 아파트 주민인 영국인 선생님이랑 주2회 회화수업하고 평상시 남편이랑은 영어로 대화하려고 해요. 그리고 새벽 요가에 코로나전엔 아파트 짐에서 운동 2시간씩은 꼭했는데 요즘엔 폐쇄되어 남편과 5km 씩은 꼭 걸어요.












IP : 125.242.xxx.150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ㄴㄴㄴㄴ
    '20.4.27 1:00 PM (161.142.xxx.186)

    에고..안타깝네요. 남편분이 조금 알아주시면 좋은데..새출발은 생각 안 해보시나요? 남편분이 동반자에 대한 예의가 너무 없네요.

  • 2.
    '20.4.27 1:00 PM (223.38.xxx.212) - 삭제된댓글

    단순한 일들이 마음 편하게 해줄 때 있죠
    해보니까~
    얼마나 그 감정이 오래 지속 되는지가 관건 같아요
    나중에는 맨날 그날이 그날 같기도..

  • 3. ...
    '20.4.27 1:03 PM (59.15.xxx.152)

    타고 나셨네요.
    살림한지 오래되서 그냥 기계적으로 하다보면
    내가 왜 이런 일에 파묻혀사나 회의 올때도 있고 게으름 피우고 싶고 하기 싫었어요.
    직장 놓지 마시고
    남편 말대로 영어공부 자기개발 열심히 하세요.
    뭐 애 낳고 사는것도 나쁘진 않았어요.
    애들을 사랑하는 행복도 있으니까요.

  • 4. 대단하시네요..
    '20.4.27 1:03 PM (110.70.xxx.72) - 삭제된댓글

    부지런하시고 멀티가 되시는듯요..
    전 게으르고 멀티가 안되서 집안일이 즐겁지 않아요 휴휴

  • 5. 그거
    '20.4.27 1:06 PM (106.101.xxx.117) - 삭제된댓글

    휴직말고 완전 직장 그만두고
    애도 보통 둘은 낳으니 그렇게 키우면서 해보세요 .
    지금이야 소꿉장난 같죠. 얼마 안되었고 식구도 단출하니..
    왜 엄마들이 밥지옥 살림지옥 하는지 아실거에요.

  • 6. 그거
    '20.4.27 1:08 PM (106.101.xxx.117) - 삭제된댓글

    저도 직장다니고 애기 없을땐 살림만 하고싶어 회사 그만두고 싶었어요.ㅎㅎㅎ
    근데 애기낳고 애 학교갈때 직장그만두고나니 세상 싫은게 살림이더라구요..그래서 몇년 집에서 몸부림치다가 다시 일해요.

  • 7. 33
    '20.4.27 1:25 PM (211.206.xxx.4)

    음식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기
    저도 적성에 맞고 재밌어요

  • 8. m.m
    '20.4.27 1:30 PM (49.196.xxx.1)

    글에 답이 있네요. 남편이 원하지 않는 데 계속 좋다고 하기..

    제 남편은 왔다갔다 하네요, 돈도 벌고 살림도 좀 신경쓰라고요 ㅎ

  • 9. 정답
    '20.4.27 1:34 PM (211.212.xxx.184)

    그거님 말씀이 정답입니다.
    지금 휴직하고 잠시 하셔서 그리 재미나는 거에요.
    그걸 매일매일 평생, 그리고 내가 돈을 벌 기회는 전혀 없다고 생각하면
    그리 재미나지 않지요.

    저도 살림 좋아하는 워킹맘입니다. 겪어보니 그래요.

  • 10. 저도
    '20.4.27 1:40 PM (119.70.xxx.4)

    솔직히 남편 분과 공감이 가네요.
    매일 물걸레질 열심히 하는 아내보다는 재밌는 책 읽고 같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랑 같이 살고 싶을 것 같아요. 어렸을 때도 엄마가 집에서 밥 맛있는 거 해 놓고 저 집에 오기만 기다리는 거 보다 엄마 친구 대학교수 아줌마가 가끔 놀러와서 넌 요새 뭐가 관심있니, 이런 대화를 해주는 게 훨씬 좋았어요. 우연인지 엄마는 살림도 몇년 하고는 지겹다고 입주 도우미 들여서 손 놓은지 오래고 치매가 심해져서 대소변 못 가리는 신세가 됐고요. 한 살 위의 친구분은 80대 중반인데도 혼자 해외여행 다니고 아직도 강연 초청받아 다니세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원하는 게 다른 거겠죠. 그런 게 잘 맞는 사람과 사는 게 행복한 거고요.

  • 11. 내가 뭘하든
    '20.4.27 1:56 PM (175.223.xxx.140)

    결혼은 내가 뭘 하든 날 응원해주는 사람과 해야해요.
    원글님이 열심히 살림하든 밖에서 열심히 일하든 나의 노력을 가치있게 생각해주는 사람이요.
    전 맞벌이도 해보고 전업도 해보고요.
    둘다 장단점이 있어요.
    지금은 살림이 잼있으시니 반짝반짝 열심히 살림하세요.
    몸에 익숙해지면 그것도 편하고 좋은일이죠.
    또 나중에 일을 다시하게 되면 일 열심히 하시면 되고요.
    주변 잔소리는 걸러 들으세요.
    하나뿐인 소중한 내 인생 내가 즐겁고 행복하게 열심히 하는일이 가장 가치 있는 일이네요.

  • 12. ...
    '20.4.27 2:21 PM (218.155.xxx.107)

    재밌을 때가 있지요
    이쁜 그릇에 이쁜 음식으로 이쁘게 먹기
    그런데 원글님도 엄마가 살림 잘한 친정에 가서 그닥 감탄하는 마음이 없듯이
    남편도 살림 잘한다고 감탄해야한다는 생각은 없긴 할거예요
    사실 자기 만족이긴 해요
    하지만 아이 키우고 몇년하다보면 살림 특히 밥하는 것은 밥지옥 ㅜㅜ

  • 13. ㅡㅡ
    '20.4.27 2:56 PM (182.216.xxx.58)

    살림이 신혼때 1~ 3년까지는 재밌을 수 있어요.
    그런데 그 이상가면 ..
    헐..내가 밥하는 아줌마인가싶은 생각듭니다.
    그 이상해도 재밌고 그러면 천직인거구요.

  • 14. 요즘
    '20.4.27 3:37 PM (203.142.xxx.241)

    저도 요리에 재미 붙였어요 ㅎ
    코로나때문에 집에 있는 일이 많아지니 레시피 보고 안해보던 요리 도전해보고 반응 좋으면 또 다른거 도전해보고 하다보니 요리가 부쩍 늘었어요 ㅎㅎ

  • 15. 부럽네요
    '20.4.27 4:02 PM (110.70.xxx.69)

    부지런하신것 같고 손끝도 야무진 분이신것 같아요!
    전 살림엔 취미가 없어서.. 부엌일도 한시간 넘어가면 여긴 어디 난 누구? 모드가 되어버리는ㅜㅜ
    다행히 워킹맘이라 대충 흉내만 내도 도와주는 사람도 있고 이해도 해줘서 그냥저냥 살지만요..
    살림이 그런것 같아요 가족들이 내 노고를 알아주고 고마워해주면 그 가치가 더 높아지고 내 기쁨도 크지고 그렇지 않으면 점점 내가 이 짓을 왜하고있나 싶은ㅋㅋ
    아들이 공부도 열심히 잘하고 착하고 엄마요리 맛있다 칭찬해주면 힘나서 더 열심히 하고 게임이나 하고 누웠으면 김치에 달걀후라이 하는 내 노동도 아까운것 같고... 보통 음식 엄청 잘 하시는 분들 보면 가족사랑이 정말 남다른것 같더라고요
    원글님 남편은 무슨 복인지~ 조만간 알아차리고 고마워할거예요^^

  • 16. ..
    '20.4.27 6:26 PM (124.53.xxx.142)

    은연중에 보고 배운..
    사람은 누구나 그게 8할이나 9할쯤 된다고 봐요
    똑같은 시간을 할애해서 살림을 해도 어떤이는 집안이 반듯,반들반들..
    친정 환경이 그랬더라고요
    그러니 하나도 어렵지가 않았겠죠.
    현모 양처로 소문은났으나 살림소질은 그저그런 엄마를 둔 저는
    오십대인데도 살림이 어려워 노력대비 반짝거리지도 않고 조금만 방심하면
    금방 너저분 해지고 만족스럽지가 않네요.

  • 17.
    '20.4.27 7:36 PM (82.8.xxx.60) - 삭제된댓글

    뭐라도 취미를 붙이는 건 좋은 일 맞는데요..남편과의 관계를 위해 직장을 쉬실 정도면 남편이 뭘 좋아하는지를 먼저 생각해 보셔야 할 듯. 제 남편도 살림에 전혀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아무리 잘해도 시간 아깝게 뭐하냐고 해요. 대신 밥이나 청소 상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도 불평이 없구요. 남편 기준에서 살림은 전혀 생산적인 일이 아니라 최소한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의 쾌적함을 유지하면 그걸로 된 거예요. 그런데 주변에 보면 살림에 기준이 높은 남자들은 대부분 잔소리쟁이들이고 아무리 잘해도 만족을 몰라서 오히려 더 피곤한 것 같기도 해요. 암튼 살림 잘하고 힘들여 그림같은 집 유지해줘도 남자들은 대부분 몰라요. 완전 신혼이면 모를까..다른 남자라도 그닥 다르지 않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 18. 엄행수
    '20.4.27 10:10 PM (124.54.xxx.195)

    스타우브는 에나멜 코팅 돼있어서 시즈닝 안해도 돼요 저도 요즘 안하던 살림 재미붙여서 하고 있는 중이라 질문 하나만 해도 될까요? 방충망 먼지는 어떻게 닦으세요? 어찌해도 답이 없네요ㅜㅜ 일년 전에 방충망 갈았는데 다시 먼지가 끼어서요ㅜㅜ

  • 19. 자끄라깡
    '20.4.28 12:05 AM (14.38.xxx.196)

    젊은분이 대단하시네요.
    남편분 살림폄하 하지말고 그 정성을 알아주셨으면

  • 20. 잘 하니
    '20.4.28 3:33 AM (39.115.xxx.155) - 삭제된댓글

    좋은 일이긴 한데...
    한 20년 그렇게 살림하고 나면
    그게 다 부질없었다는 소리만 안 하면 됩니다.
    차라리 운동을 열심히 하던 건강을 더 챙길걸
    살림한다고 일벌리고 꾸미고 하는 게 너무 재밌었는데
    지나고나서 그 시간에 아이 챙길 걸, 자기 개발에 더 힘쓸
    거ㄹ, 건강 더 챙길 걸 등등 다 쓸모없더라 라는 50,60대 선배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 21. 잘하니
    '20.4.28 3:35 AM (39.115.xxx.155) - 삭제된댓글

    '20.4.28 3:33 AM (39.115.xxx.155)
    좋은 일이긴 한데...
    한 20년 그렇게 살림하고 나면
    그게 다 부질없었다는 소리만 안 하면 됩니다.
    차라리 운동을 열심히 하던 건강을 더 챙길걸
    살림한다고 일벌리고 꾸미고 하는 게 너무 재밌었는데
    지나고나서 그 시간에 아이 챙길 걸, 자기 개발에 더 힘쓸
    거ㄹ, 건강 더 챙길 걸 등등 다 쓸모없더라 라는 50,60대 선배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특히나 남편도 그런 시각이라면
    가사노동에 대한 인정 받기는 애초부터 틀린 것 같고,
    나중에 힘들다하면 누가 그러게 하랬냐 소리 안 나오면 다행일 듯. ㅠㅠ

  • 22. 잘하니
    '20.4.28 3:39 AM (39.115.xxx.155)

    좋은 일이긴 한데...
    한 20년 그렇게 살림하고 나면
    그게 다 부질없었다는 소리만 안 하면 됩니다.
    차라리 운동을 열심히 하던 건강을 더 챙길걸
    살림한다고 일벌리고 꾸미고 하는 게 너무 재밌었는데
    지나고나서 그 시간에 아이 챙길 걸, 자기 개발에 더 힘쓸
    거ㄹ, 건강 더 챙길 걸 등등 다 쓸모없더라 라는 50,60대 선배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특히나 남편도 그런 시각이라면
    가사노동에 대한 인정 받기는 애초부터 틀린 것 같고,
    나중에 힘들다하면 누가 그러게 하랬냐 소리 안 나오면 다행일 듯.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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