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도 아니면서 절교라고 쓰고 이따금씩 그 친구가 머릿속으로 떠올라요.
그냥, 제 맘속에 슬그머니 떠올라요.
자주 제 핸드폰은 받지도 않고,
자기 기분이 동할때에만 카톡주던 그 친구.
그친구와의 약속이 제대로 이행된적이 정말 없었어요.
일주일전부터 미리 약속을 하든, 그전날 약속을 하든 당일날 전화안받고
메세지,카톡 다 안받고
그렇게 밤8시쯤되어서 무성의한 카톡 날아오고
혹은 호들갑스럽게 웃어대면서 바빴다는 상황으로 무마하는 전화벨이 울리고.
그러면서도 그 당시의 약속은 잊지않았던지,
다음날 갑자기 지금 시간되면 나올수있느냐고 톡이 날아오곤했어요.
그럼에도 내 친구겠지, 바빠서 그런거겠지 하고 넘어가곤했는데
어느날 이 친구가, 남편과 별거중인관계로, 요즘 만나는 사람이 있는데
그사람과는 매일을 만나왔다고 하는거에요.
저와는 전화한번이 가뭄에 콩나듯 그렇게 어려웠었으면서요.
카톡을 보내도 늘 묵묵부답인날들이 더 많았고요.
그럼에도 제 친구라고 생각을 했었던 이유가 만나면 그 시간들이 참 유쾌했어요.
한시간남짓의 그 함께하던 시간들중에도 이 친구는 끝까지 말을 들어주는 경청의 자세와
오랫동안 알고 지내왔던 나름대로의 편안한 느낌이 꼭 제 몸에 꼭맞는 의자같았거든요.
그런 친구였는데,
저와의 약속은 늘 중요하지 않고, 그로인해 제 기분이 어떨지, 그런 것따위는
안중에 없었을 것같다는 낌새를 그 친구의 카톡에 올려진 사진들에서 감지하게 되었어요.
저말고 어디 유원지인지, 다른사람들과 어울려 먹는 장면들이라던지,
커피한잔 하면서 즐겁게 웃는 모습들이 많이 있더라구요.
이친구와 점심한번 먹으려던 그날에도 두번쯤의 제 전화는 끝까지 안받고
메세지나 카톡에도 답이 없더니, 오후 7시쯤되어서 벨이 울리더라구요.
안받았습니다.
카톡에서도 그친구를 지웠어요.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몇번 전화가 왔어요.
다 안받았어요.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한달이 지나고, 두달이 지나니, 이제 그 친구도
연락이 오지 않네요.
꼭 그 친구는 제게 있어서 어쩌다 가끔 연락되는 그런 전화기같았어요.
알포인트라는 영화에서 일방적으로 신호가 오는 그런 전화기같은 존재.
제쪽에서는 전화를 해도 수신되지않는, 상태.
꽤 오랫동안 연락을 주지않으면 어쩌다 가끔 시간이 많이 흐른뒤에
카톡한번 살짝 깃털처럼 가볍게 날아와주던 인사.
한편으로는 시원도 하고 섭섭도하고, 그러면서도 종종 제 머릿속을 맴도는
그 친구, 너무 혼란스러워요.
주변사람들에게도 자랑스럽게 소중한 친구라고 이야기하곤 했는데
정작 그친구는 그게 아니었겠지요,
안그래도 전 친구들이 별로 없어 가끔 제 속내도 털어놓았던 동갑내기여서
더 소중했던것같은데, 이젠 그래도 정말 그 친구는 아닌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