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편 바람을 느꼈으나 그냥 안 파헤쳤습니다.
아이들은 초등학생이었고 나 또한 바람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하면 가만히 못 지나갈 걸 아니까요.
10년이 지난 지금 그 때 당신 바람 피웠지? 하고 말을 꺼내면 그냥 노래방 갈 때마다 나온 여자다라고 말만 합니다.
전화 온 걸 말하면 고객 유치로 전화 온거다 라고 바람은 아니라고 합니다.
하긴 나도 결혼 전에 남자 없었다고 말하니까요. 결혼 전에 남자 있었던 게 그나마 덜 분한 이유이기도 하네요.
남자를 안 사귀고 할 거 다 해 본 것...내가 인생에서 잘 한 일 중 하나에요.
그렇지 않았다면 바람이 느껴지던 남편에 대한 배신을 못 참고 넘었을 거 같아요.
지금 그냥 친구로 보고 삽니다.
남편은 자기에게 사랑한다 말하라고 하곤 합니다. 난 그 말을 해 주면서 의미없이 한 말이야 말합니다.
사실 의미없이 말은 해 줍니다.
내가 노력할 때 바람 피웠고 내가 힘들 때 아무 신경도 안 썼습니다..
남편이 바람 피울 때가 제주도 땅 사 놓고 돈 벌 일이 눈 앞에 보일 때였어요.
나는 그 재테크 성공시키려고 아주 알뜰하게 살 때구요.
남편은 그 때 돈이 올 듯 하니 바람을 피운 거지요.
그렇게 흥청망청 쓰니까 결국 제주도 땅들은 더 안 가지고 있다가 팔았고 팔고나서 1년 뒤 신공항 발표로 폭등...
내가 화병이 오더라구요.
직장에서 제일 검소해 보일 정도로 입고 다니고 맞벌이했는데...
그냥 내 짝은 이 사람이라서 사는거고 같이 있을 때 내가 즐거우려고 웃지만
마음으로는 내게 그닥 그런저런 사람이네요..
바람을 느꼈으나 그냥 모른 척 넘어가는 것..내가 해 보니..
바람 파 헤치는 부인들은 촉 오다가 느끼다가 더 이상 궁금해서 못 참겠다 싶을 때 파 헤치는구나 싶더군요.
아니면 내가 해 준 것에 비해. 내 고생에 비해..너가 어떻게 바람을 피해 너무 억울할 때 파헤치는구나 싶더군요.
그냥 덮어버리고. 나는 눈치를 못 챘어라고 자기 체면을 걸고 넘어가는 것은..
이 법적인 가정에서 자식을 지키고 내 사회적 포지션을 지키려고 가만히 있는 경우
또 그 외 덮어야 할 이유가 한 두가지가 아니라서 ..그렇구나..
를 내 경우에서 느꼈어요
난 남편과 수입이 같기에 경제적인 의존이 크지 않아서. 경제 외에 생각해봐도
덮어야 할 이유가 너무나 많더라구요.
파헤친다는 것은 그렇지 않으면 숨이 안 쉴 정도로 미칠 거 같아서..파헤친 뒤에 지옥이 있을 거 알면서도 파헤치게 된 거구나..를 짐작하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