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의료보험

최초의 조회수 : 703
작성일 : 2020-03-27 17:55:31

http://www.timehumor.net/bbs/board.php?bo_table=goodfree&wr_id=8099&fbclid=Iw...






전우용
3월 23일 오후 3:25 ·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유럽보다 코로나 대처를 잘 하는 건 다 박정희가 만든 의료보험 덕"이라고 주장하는 자가 너무 많기에, 1년 반 전에 썼던 글을 다시 올립니다.

----------------

우리나라 의료보험법은 1963년에 처음 제정되어 1964년부터 시행됐습니다. 당시 군사정권은 '무상의료'를 자랑하는 북한에 맞서기 위해 '선전용'으로 이 제도를 만들었지만, 임의가입 방식이었기 때문에 가입자는 거의 없었습니다. 고용주와 피고용인이 보험료를 분담하는 강제 가입 방식의 의료보험 제도가 시행된 건 1977년이었습니다. 이때는 공무원, 군인, 교사, 상시 500인 이상을 고용하는 대기업 노동자만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습니다.

1977년은 유신체제가 종말을 향해 치닫던 때였습니다. 특히 당시 주력 수출산업으로 육성하던 중화학 공업 분야 대기업 노동자들은 극단적인 저임금에 불만이 매우 높았습니다. 대기업에서 파업이 일어나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것이라 판단한 박 정권은 대기업 노동자들을 회유하는 한편, 공무원 군인 교사 등 정권의 중추를 이루는 사회세력의 환심을 사기 위해 ‘특권적 의료보험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의료보험증은 특권층의 신분증 구실을 했습니다. 의료보험증만 맡기면 어느 술집에서나 외상술을 먹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니 박정희가 만든 건 빈부를 따지지 않는 한국의 현행 건강보험보다는 일부 사람만 혜택을 받는 '미국식 의료보험'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정희가 만든 의료보험을 지금까지 쓰고 있다면, 중소기업 직장인이나 자영업자 절대다수는 코로나에 감염되어도 병원 문턱을 넘을 수 없을 겁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민정당 노태우는 ‘전국민 의료보험 혜택’을 공약으로 내세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의료보험증이 우리 사회의 불평등 양상을 두드러지게 표현하는 ‘증거물’이었기 때문이죠. 이 ‘가시적인 불평등의 증거물’을 없애지 않고서는, 6월 항쟁으로 뜨겁게 분출한 민주화 열기를 가라앉힐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1989년부터 ‘전 국민 의료보험 제도’가 시행된 건 이 때문입니다.

현재의 국민 건강보험 제도는 박정희가 준 ‘선물’이 아닙니다. 우리 국민들 자신이 살인적 폭력과 최루탄에 맞서 싸워 만든 제도입니다. 자기 자신이, 또는 자기 부모가 싸워서 얻은 권리를 남이 ‘선물’한 것으로 생각하면, 허무하게 빼앗기기 쉽습니다. 우리 스스로 만든 것을 누구라도 함부로 훼손하게 놔둬선 안 됩니다. '민영 의료보험증'을 가진 사람이 공공연히 특권층 행세하는 시대로 되돌아 가서도 안 됩니다.

IP : 211.177.xxx.72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0.3.27 6:04 PM (58.235.xxx.246)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빨갱이 잡던 시절에, 빨갱이 잡던 사람이, 빨갱이 제도를, 빨갱이 제도가 아닌"복지"라고 쓰면서 시작했으며, 지금도 빨갱이를 죽이자고 말하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한 업적으로 꼽는 그 시절의 제도들은 실은 빨갱이 제도이다. 그러므로, 지금 이때, 사회주의 제도라는 것이 무엇이며,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자본주의, 전체주의 제도들, 그리고 진보와 보수라는 것의 정의적 개념이 무엇이며, 지금 우리 사회는 "실상 어떤 사회인가"를 재고하고, 오픈 디스커션이 일어나도록 할 시기입니다.

    지금, 해야합니다.
    이 일이 지나가버리면, 다시 빨갱이 소리를 부르짖는 애들이 전면에 나올 것이기 때문에
    지금, 해야합니다.

    누구의 진정한 업적인지 그걸 주장하고 싶겠지만, 그 문제가 이 일보다 더 중요한 건가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086818 먹방 유투버들은 어떻게 그렇게 많이 먹을 수 있을까요? 16 Darius.. 2020/06/19 7,329
1086817 한지혜 남편분은... 17 ... 2020/06/19 17,489
1086816 아버지가 폐암 2기... 8 힘빠진다 2020/06/19 4,525
1086815 길병민 존 노 유채훈 다 흩어진걸보니 8 ㅇㅇ 2020/06/19 3,509
1086814 통합간호간병병실입원하면 보호자 진짜 없어도 되나요? 12 궁금하다 2020/06/19 2,981
1086813 팬텀싱어 길병민 볼때마다.. 10 베베 2020/06/19 3,978
1086812 옥상입니다. 2 지금 2020/06/19 1,630
1086811 한지혜 출산 했나요? 17 2020/06/19 17,711
1086810 드라마 엄마의 바다 좋아하시는 분 2 ... 2020/06/19 1,496
1086809 전에 썸타던 썸남 연애하는 듯 2 ㅡㅡ 2020/06/19 2,563
1086808 누구나 음악에 담긴 추억하나는 있죠? 8 음악 2020/06/19 1,249
1086807 마음에 균열이 온 게 아니라 원래 깨진 쪽박이었던 것... 24 ... 2020/06/19 4,017
1086806 아이를 봐달라고 하네요 24 ㅇ ㅇ 2020/06/19 20,914
1086805 8월에 쓰레기 대란...재활용 폐기물 '수거 포기' 우려 .... 2020/06/19 1,822
1086804 이런 가위 눌려보신 분 계세요? 3 가위 2020/06/19 1,747
1086803 방글라데시 유학생들 7명 무더기 확진이라는데 9 이거 2020/06/19 3,631
1086802 사실 저 일하는 거 좋아해요 3 2020/06/19 2,121
1086801 윤석열 화이팅. 65 2020/06/19 4,258
1086800 예민한 사람 취급받는건 왜 기분이 나쁠까요? 11 1ㅇㅇ 2020/06/19 3,909
1086799 팬텀 팀 구성 좋네요 3 .. 2020/06/19 1,731
1086798 10시 다스뵈이다 120회 2 본방사수 .. 2020/06/19 776
1086797 설겆이 팁 알려 주신분 감사해요. 32 2020/06/19 20,130
1086796 부부는 삼시세끼처럼^^ 12 ㅡㅡ 2020/06/19 6,149
1086795 일본제품인데 혹시 아시나요? 목캔디같은건데 종이로.. 2 통나무집 2020/06/19 1,282
1086794 지지하는 마음에 균열이 온 건 39 KLL 2020/06/19 3,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