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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영화 가을날의 동화를 다시 봤어요

오래 전 영화 조회수 : 2,101
작성일 : 2020-03-20 00:29:55

며칠 전부터 감기증상이 있어 스스로 강제집콕했어요.

어차피 간간히 들어오던 일도 멈췄고 외출은 원래 잘 안했지만 못하게 되는 기분은 역시 남다르네요.

감기는 아무렇지도 않게 오늘은 정말 많이 좋아져서 그냥 감기였구나, 고맙고 감사했지만요

오늘은 강풍이 극심할 거란 예보답게 제가 사는 오래 된 집 유리창문이 부서질 듯 흔들리고 누군가 계속 문을 발로 차는 것 같은 바람 소리에 이상하게 참 많이 두렵더라고요.

(사실 이 감기도 멈춰있는 기간에 꼭 보고 싶던 '체르노빌'을 밤새 보고 난 후 얻은 거라...약간 목디스크도 왔어요..)

바람이 이토록 거셀 동안 내가 그 바람을 잊을 수 있도록

아주 따뜻한 물 한 잔 같은 그런 뭔가를 보고 싶었는데, 그건 영화 '가을날의 동화'였어요.


어떤 영화는 이렇게 성인이 되고 난 후 뭐랄까..

보는 시선도 마음도 달라지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참 그렇지 않네요 그대로 그대로 있어요.

전 예전 꽤 꼬맹이였을 때 언니 손을 잡고 서울의 한 변두리 극장가에서 본 영화였어요.

못되고 잘난척 하고 거만한 언니라 사춘기 땐 서로 미워하기도 했는데

그 날 따라 나를 불러 이 영화를 보자고 했었어요.

퍽도 예쁘게도 꾸미고 나온 것이 내가 아닌 그 누군가를 만나고자 했을 텐데...결과는 차갑고 무참한 바람이었겠죠.

별로 슬프지도 않은 장면에서 혼자 막 울던 언니를 기억해요. 눈이 퉁퉁 부었던 언니와 매운 쫄면을 먹던 것도요

(쫄면값은 여러모로 알뜰히 학습지나 학용품 비를 삥쳐 모았던 제 주머니에서 나갔고요)


이상하게 이 영화는 다시 보고 싶지 않아서

이 긴 세월 동안 비디오로도 다시 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근데 왜 그랬을까..오늘은 이상하게 미친 듯이 이 영화가 다시 보고 싶었어요.

주윤발, 종초홍, 그리고 진백강. 나계리 각본. 장완정 연출.

어떻게 이렇게 간결하고 힘있게 유쾌하고 서정적이게 잘 만들었을까...

여자는 '차블'이라는 대사도 새록새록 기억나고  '샘 팬'이라는 식당을 열겠다는 희망을 바라보는 두 사람..

마치 오 헨리 소설처럼 시계와 시계줄이 서로의 마음처럼 엇갈리는 선물로 등장하는 것도요

한 개도 버릴 장면이나 대사가 없어요.

키스 한 장면도 없는데 이렇게 아련한 영화도 사랑도 있구나 내내 생각하게 되네요.

전 이 영화에서 어릴 때도 지금도 진 백강이란 배우가 참 좋았어요. 가수이자 배우인 진 백강.

여러가지 이유로 젊은 나이에 요절했고 장국영과 라이벌로 이야기를 많이 남겼던 진 백강.

영화 속 그는 참 예쁘네요  깍아놓은 듯이 참 그야말로 예뻐요.

덕분에 바람이 어떻게 부는지도 모르게 지나갔어요

좋은 영화라는 건, 따뜻한 이야기라는 건 이런 힘이 있구나, 세구나 생각합니다.

주제가도 너무 좋았어요.

이젠 구해보긴 참 어렵게 되었지만 어떤 분들은 다시, 어떤 분들은 새로 마음이 힘들고 추운 이 봄에 다시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혹시 이런 사랑이 어디선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란 희망과 함께..

주제가와 제일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kAtS_S0d-I  ..

https://www.youtube.com/watch?v=mDuTNP09xHo&t=4s  ..










IP : 110.47.xxx.136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0.3.20 12:46 AM (1.237.xxx.156)

    좋아했던 영화예요.
    그때 제 머리가 딱 종초홍 스타일이었어서 같이 본녀석이 제머리를 쓰단쓰담..;;

  • 2. ㆍㆍ
    '20.3.20 12:55 AM (175.197.xxx.81)

    우리나라 영화인줄 알았어요
    내일 vod로 볼게요

  • 3. 원글
    '20.3.20 12:57 AM (110.47.xxx.136)

    1.237님 쓰담쓰담 그러셨군요..^^
    전 꼭 크면 종초홍 머리를 하리라 쫄면을 먹으면서 다짐했던 것 같아요 정말 너무 예쁘네요 더 숱이 사라지기 전 해볼까요? 가을이 오기전에요 그러고서 제 머리를 저 혼자 쓰담쓰담 하며 다시 봐야겠네요 ㅋ

  • 4. 원글
    '20.3.20 1:00 AM (110.47.xxx.136)

    추천적 동화 라고 한자는 써 있는데..
    175님 꼭 보세요
    이렇게 완벽한 영화도 참 드문 것 같아요
    다시 봄이 오면 혹은 이 봄이 지나면
    가을날의 이 동화가 제게는 계속 떠오를 것 같아요
    추천적 영화입니다

  • 5. ㅇㅇ
    '20.3.20 1:01 AM (124.54.xxx.52)

    진짜 재밌게 봤고 가끔 생각났는데 덕분에 추억돋네요
    저도 종초홍머리했고 닮았단 소리도 많이 들었어요
    다시 보니 진짜 그러네요
    원글님 감사!

  • 6. 원글
    '20.3.20 1:14 AM (110.47.xxx.136)

    124님 덕분에 저도 너무 기분좋아요
    아니 그런데 종초홍 머리는 이렇게 여러 분이..^^
    닮으셨다니 정말 미인이실듯요
    정말 너무 예뻐요

  • 7. 주윤발이
    '20.3.20 1:40 AM (222.120.xxx.44)

    나오는 군요. 재미 있을 것 같네요.
    https://m.youtube.com/watch?v=dw9Z_yb0C9g

  • 8. 종초홍
    '20.3.20 2:12 AM (221.161.xxx.36)

    너무 이뻤어요.
    최근 모습도 보니 여전하더라구요.
    댓글에
    종초홍 닮으셨다는 분들도 미모가 상당하시겠어요.
    홍콩 여배우중에 제일 좋아했고 제일 감명깊은 영화인데, 원글님 덕분에 추억 돋네요^^

  • 9. 원글
    '20.3.20 2:35 AM (110.47.xxx.136)

    222님. 제 생각에 이 영화에서의 주윤발은 힘을 한껏 뺀 채로 눈빛으로도 그리고 눈동자로도 연기해요
    사랑하지만 지금은 사랑할 수 없는 어떤 촌남자의 역할을 너무나 잘 해준 것 같아요. 그냥 주윤발이 샘 펜이에요. 그냥 늘 어딘가 그 곳을 가면, 두 자리세요? 하며 레스토랑 안으로 안내해 줄 것 처럼요.

    221님. 종초홍은 왜 이렇게 이쁠까요. 아름답다는 말이 더 맞는 것 같고 젊음 이상의 이쁨..그 무엇인가 같아요. 사정이 있어 일부러 보지 않았다가 오늘은 정말 다시 보고 싶어 봤는데 그대로인 영화. 그 이상의 영화. 저도 덕분에 추억 이상의 따뜻함입니다.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urggae1&logNo=221587718385&jumpingV...
    이 곳에서도 이 영화가 있어요 혹시 못 보셨다면 한 번 보셔도 좋을 것 같은 추천적 영화입니다.

  • 10. ㅎㅎ
    '20.3.20 2:55 AM (121.148.xxx.109)

    제목이 너무 눈에 익어서 기억을 더듬어 보니 분명 제가 본 영화
    그것도 극장에서 본 영화인데
    저는 왜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날까요?

  • 11. 대딩때
    '20.3.20 4:50 AM (121.182.xxx.73)

    극장서 보고 동경하던 뉴욕.
    주윤발 싫어했는데 종초홍 너무 이뻐서좋았던...
    이제는 어린시절의 추억이 된 영화예요.
    무척 좋아서 두번 봤네요.
    시험기간이라 그랬나 싶기도 하네요. ㅎ

  • 12.
    '20.3.20 4:51 AM (125.132.xxx.103)

    영화들 보고나서 삭제해버리는 것들이 대다수인데
    제 외장하드에 간직해 놓은 영화중 한 편 입니다
    다시 보고싶은 영화들이 꽤 많이 있어요

  • 13. ...
    '20.3.20 5:00 AM (109.169.xxx.15) - 삭제된댓글

    최근 장국영, 매염방을 좋아하게 돼서 홍콩영화도 여럿편 봤는데 이 영화는 못봤네요. 한번 봐야겠어요. 감사해요.
    종초홍 얼마 전에 근황사진 봤는데, 세월 떠올리며 안타까운 마음 하나도 안 들게(?) 여전히 진짜 곱더군요. 미소도 그대로...
    진백강도 나온다니 잘 됐네요. ^^ 아련아련. 볼 기회 주셔서 감사해요.

  • 14. 추억돋네요
    '20.3.20 6:39 AM (61.105.xxx.161) - 삭제된댓글

    89학번인데 친구집이 학교 근처라 거기서 자주 모여서 라면도 끓여먹고 비디오 빌려다 단체관람도 하고~유덕화 열혈남아는 재밌게 봤고 가을날의 동화는 보다가 세명이 그대로 다 곯아떨어진 기억이 ㅎㅎ 잔잔한 내용이라 정신차리고보니 다 끝나서 지금도 결말을 몰라요 ㅜㅜ 30년후에는 어떻게 느껴질지 한번 챙겨봐야겠어요 그때 보다가 같이 자버렸던 친구들 나는 김해 하나는 인천 하나는 대구 시집가ㄱㆍ 다 연락이 끊겼는데 어찌사나 궁금하네요

  • 15. 뭐였더라
    '20.3.20 8:15 AM (211.178.xxx.171)

    홍콩영화 별로 안 좋아하는데 추천사가 정말 좋네요.
    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 16. 뉴욕
    '20.3.20 11:01 AM (211.246.xxx.1)

    아무리 구해도 없던데 어떻게 구하셨나요?
    너무오래되서 구할수없데요 ㅠㅠ
    보고싶은데

  • 17. ...
    '20.3.20 11:28 AM (59.7.xxx.211)

    정말 내 마음 속에 보석 같이 남아 있는 영화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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