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혁쌤 글입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00228009700109?input=1195m
'병을 옮긴다'라는 것은 인간에게 공포와 혐오를 동시에 퍼뜨린다. 즉 '전염병'의 또다른 이름은 혐오이다. 어떤 면에선 이런 공포와 혐오가 인간 사회를, 병원균보다도 더 극심하게 망가뜨린다.
CNN에서는 뉴욕의 지하철 안에 마스크를 쓰고 있는 한 아시안 여성을 한 남자가 구타하면서, "이년 병 걸렸어" 라고 외쳐대는 장면을 보도한 적이 있다. 같은 방송에서 어떤 남성이 "모든 병은 다 중국에서 와. 왜냐하면 그들은 구역질나는 것들이거든" 이라고 말하는 장면도 나온다. https://edition.cnn.com/…/coronavirus-racist-att…/index.html
질병은 모든 인간이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그 이유를 자신이 평소에 싫어하던 대상에게 전가시킨다. 여기에는 그 어떤 합리성도 객관성도 없다. 그저 돌을 던지고 뒤집어 씌울 대상이 필요할 뿐이다.
한국에서 일부의 언론이 아직도 "Covid 19"라는 공식 병명을 무시하고 "우한 폐렴"이라는 이름을 고수하며, "중국인을 전면 통제하지 않아서 이렇게 됐다"라는 정책 비난이 여론의 공감을 얻는 현상도 이와 똑같은 것이다.
그러나 위의 연합뉴스 기사를 보면 이탈리아 총리와 프랑스 대통령간 정상회담에서 코로나19 대응책을 함께 논의한 걸 보면 이와는 많이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콘테 총리는 "국경을 폐쇄하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큰 경제적 피해를 줄뿐더러 실현 가능하지도 않다"고 단호히 반대했고, 마크롱 대통령 역시 "바이러스가 국경에서 이동을 멈출 것 같지는 않다"며 사실상 거부의 뜻을 밝혔다. (본문 중)
유럽은 지금 지도상 우리가 보는 그 국경선이 확정된 지 얼마 안 된 나라들이다.
공국들로 쪼개져서 어제는 이쪽 왕 통치를 받다가 오늘은 저쪽 공작 통치를 받다가 ... 이랬던 곳이다.
서로간 교류도 워낙 빈번하고 문화와 언어, 종교 모든 면에서 큰 이질감이 원래 없던 곳이다. 그러니 질병을 놓고 서로 인종차별과 혐오가 별반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렇다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은 훨씬 더 쉬워질 것이다.
그러니,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지금 정말로 경계해야 하는 것은 과연, 치사율 1% 미만의 어떠어떠한 바이러스인지, 아니면 우리의 주변국 주변 민족에 대한 지독한 혐오, 증오심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