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팅만 하다가 오만 년 만에 글 써봅니다.
심상찮은 시국에 이런 글 죄송하지만, 어이없는 일이 있어서 82언니들한테 털어놓으려고요.
(꽤 긴 글 주의)
그러니까 일주일 전 이야기입니당.
한 번 갔었던 미용실을 네이버 예약으로 예약했었어요.
당일 예약스케줄에 오후 시간대가 30분 단위로 주루룩 비어있고
저도 마침 오후 시간이 비길래 한 시간 10분 뒤로 예약하고 준비했지요.
접수 후에 바로 확정 되는 게 아니고 예약 확정에 2, 30분 걸린다고 뜨더라고요.
그런데 30분이 지나도 예약 확정 문자가 없어서 예약문의 번호로 전화했는데 통화도 안 되고.
예약 시간은 다가오고 이상해서 네이버에 들어가보니까 접수한 지 40분 후에
'예약이 마감됐습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그쪽에서 예약을 그냥 취소했더라고요?
다시 들어가서 예약스케줄표를 보니
제가 예약했던 시간과 그 이후 쭉 비어있던 시간들이 다 마감된 걸로 나오고요.
애초에 빈 시간이 없으면 예약 자체를 못 하는 구조고요.
미리 예약 들어왔던 걸 표에 반영 못 했었나?
양해나 사과 멘트 하나 없이 저렇게 취소해버린 게 황당했지만
혼자 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겠지, 좋게 생각하고 다음 날 빈 시간대로 다시 예약 했습니다.
이번에는 확정까지 3, 40분이 걸린다고 뜨더라고요.
내일 예약이니까 뭐, 했는데 이번엔 두 시간이 지나도 확정 문자가 없더군요.
예약문의 번호로 전화 했는데 이번에도 통화가 안 되고요. 문자 피드백도 물론 없고요.
무슨 문제 생겼나? 일단 취소를 했습니다. 시간 비워놨다가 어긋나면 제 일정이 어긋나니까요.
그런데 그 후 예약스케줄표를 보니 제가 예약했던 시간과 다른 비었던 시간도 마감된 걸로 나오더라고요?
헐...?
그동안 동네 미용실 포함해서 잘 나간다는 미용실 두루 이용해봤어도
이렇게 무례한 경우는 처음 봤습니다.
선 예약한 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 사과나 양해도 없고,
예약 확정은 안내한 시간 안에 하지도 않고.
예약 문의 통화가 안 됐으면 그후 어떤 식으로든 피드백 하는 게 예의 아닌가요?
그런데 일주일이 지난 오늘,
혹시 이런 일이 자주 있는 건가? 문득 궁금해져서 인터넷 검색을 좀 해봤어요.
조금 전 82쿡 지난 글 검색도 해보고요. 그리고 알았네요. 제가 세상을 정말 몰랐다는 걸요. 허허...
미용실에서 커트나 드라이 손님은 돈 안 된다고 싫어한다는 글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심지어 어떤 1인 미용실 사장이 쓴 글을 보니
돈 안 되는 드라이나 컷트는 손님한테 예약있다고 하고 보낸다고 하네요.
퍼머나 염색은 2시간 정도에 영양도 거의 추가하니까 돈이 된다고요.
저, 커트 예약이었거든요.
지난 번에 갔을 때 긴 머리를 단발로 잘랐고 이번에는 다듬으려한 거였고요.
그날 미용실에서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었나하면 전혀 아니고요.
신상 이야기 하는 건 피하는 편이어서
무난한 동네 이야기나 헤어 이야기 등 많이 나눴고 좋은 분위기였어요.
그래서 재방문하려고 했던 거였고, 주변 지인들, 방송하는 친구들한테 추천까지 했었... 하...
그러고보니 그날 머리하면서 중간중간 저에게 하던 질문들,
헤어스타일 자주 바꾸세요? 염색은 집에서 하시나봐요. 머리 빨리 자라는 편이세요? 등등의 질문이
결국 손님별 단가? 파악을 위한 체크리스트인가 싶네요.
펌, 염색 한 후에 머리카락 많이 상하고 많이 빠지기도 해서 안 한 지 좀 됐다고,
당분간 커트만 하려 한다고, 두 달에 한 번 정도면 될까요? 물었고
그 정도면 적당할 것 같아요 라고 답하길래 두 달에 한 번 다듬어야겠다 생각했는데,
그 분한테는 '1년에 커트 여섯 번 = 연 21만 원짜리 돈 안 되는 손님'이란 결론이 될 수 있나봅니다.
요즘 제법 보이는 1인 미용실의 100% 예약제니, 한 사람을 위한 공간이라는 말이
결국 '돈 되는' 한 사람을 말 하는 건가 싶고요.
예약 접수 후에 바로 확정 안 하고 몇 십 분씩 지난 후에야 확정 가능 여부 알려주는 것도
혼자 하니 바빠서 그런가 했는데, 그 이유외에도
돈 되는 손님, 돈 안 되는 손님 골라 받는 것일 수 있겠다는 의문이 들고요.
전 예약제라는 게 서로 안 기다릴 수 있으니까 편의를 위해 하는 건줄만 알았어요.
아, 그리고 네이버에 관련 검색해보다가 알게 된 건데
네이버 예약은 그 업소를 예약, 이용한 사람만 리뷰를 쓸 수 있는 거여서
혹시 손님이 맘에 안 들어하는 것 같으면 후기를 못 쓰게 하려고
결제 후에 업소 측에서 일부러 예약 취소를 해버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네이버 예약 거의 안 쓰기도 하고 후기 써 본 적도 없어서 이것도 처음 알았네요.
그동안은 블랙 컨슈머들한테 업주 분들이 피해 입는 게 대부분인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아요.
앞으로 네이버 미용실 예약은 가급적 이용 안 하려고요.
혹시 하게 되더라도 예약 바로 확정 안 되는 곳은 피하려고 합니다.
개인 정보 나가는 것도 찜찜한데
돈 되는 손님, 돈 덜 되는 손님으로 저울질 당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불쾌해지네요.
혹 마음 상하실지 모를 디자이너 분이나 점주 분들께는 양해 구합니다.
모든 미용실이 이렇지 않다는 거 잘 알고 있어요, 저도 이런 경험 처음 해봐요.
그리고 사람 보는 눈 좀 키워야겠다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