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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혜원검사페북, 수사와 기소의 분리 필요성

좋은글 조회수 : 1,225
작성일 : 2020-02-16 09:17:16
오늘 장관님께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되, 서울, 대구, 광주부터 시작하도록 구체적으로 지시하셨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실무자로서 결론부터 기재하자면,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크게 두 가지 면에서 그렇습니다.

1. 검사가 경찰의 수사 결과를 처리하는 경우

검사가 사법경찰관(=경찰)이 수사한 사건을 기소하려고 할 때에는 법령, 대법원 판례에 어긋나지 않는지 객관적인 입장에서 천천히 검토하게 되고, 법리 검토가 통과되면 증거는 충분한지 다시 검토하게 됩니다. 즉, 사건별로 법리와 증거 두 단계로 검토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기소 의견이더라도 불기소하게 되는 사건 비율이 개인적으로는 해마다 매월 3~4% 가량 됩니다.

이런 사건을 기소했다면 당사자들은 억울할 것이고, 재판부는 불필요한 재판과, 무죄 판결문을 작성하는 아까운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한편, 기소 절차와는 달리, 불기소 사건은 당사자들의 항고, 재항고, 법원의 재정심사로 다시 기소 필요성 여부를 주임검사 이외의 기관이 체계적으로 검토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2. 검사가 직접 수사한 경우: 일반론

작년경 어떤 분의 인터뷰 내용과 같이 '검사는 구속으로 명성을 얻고, 불기소로 돈을 번다'는 격언이 일반에 통용되는 검찰의 업무 처리에 대한 이해라면, 구속 등 검사의 직접 수사가 수사 검사의 명성을 얻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부작용은, 수사를 받는 국민을 검사 개인의 명성취득을 위한 객체로 전락시키고, 신체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안타깝게도 수사 검사가 소속 부장검사, 차장검사 또는 검사장을 설득할 수만 있으면 피의자의 구속과 기소 여부를 아무런 제한 없이 결정할 수 있어 위와 같은 격언이 제도적으로 사실과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닙니다.

따라서, 원론적으로 볼 때, 검사가 수사를 통해 명성을 얻으려고 하더라도 다른 검사의 리뷰를 거쳐야 비로소 구속영장 청구 또는 공소제기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검토 단계를 다층화하면, 수사 과정에서 기자들에게 몰래 알려 보도되도록 함으로써 명성을 취득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고(보도가 되었는데도 불기소하도록 결정된 경우나 불구속 수사하도록 결정된 경우 망신살이 오를 것이 예상되므로 스스로 수사기밀 유출을 자제할 여지가 높아집니다.), 경찰관이 수사한 사건에 대한 꼼꼼한 검토의 수준으로 법률적, 증거관계적 검토를 거침으로써 더 수준 높은 공소제기와 절제된 구속영장 청구가 가능해 질 것이라고 전망됩니다.

3. 검사가 직접 수사한 경우 : 구체적 사례

마침, 장관님의 지시 이행이 꼭 필요한 사례를 제 스스로 만든 것이 오늘이므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기재하여 이러한 조치가 왜 필요한지 간략히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작년 하반기경 청와대 국민신문고를 통해 '어떤 분이 대구 지역에서 외국 명품 브랜드 상표를 도용하여 물건을 만들어 팔고 있으므로 처벌해 달라'는 진정이 접수되었고, 제가 그 사건을 배당받아 행위자를 특정한 후 입건해서 사무실과 주거지 등 압수수색 후 구속 기소한 사실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국민신문고에 게시된 사건 중 형사와 관련된 내용은 대검찰청을 거쳐 관할 검찰청에 배당됩니다. 하명수사인지 여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 상태에서는 '진정'이라고 하고, 범죄와 관련된 구체적인 증거가 더 확보되면 '입건' 단계로 나아가게 됩니다. '입건'부터 직접 수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제가 직접 수사하는 과정에서 압수한 것은, 도용된 상표가 사용된 물건, 상표를 도용한 물건을 만들기 위한 도구, 각 도구와 상품이 보관되어 있는 사무실에서 물건을 빼돌리는, 즉 증거를 인멸하는 장면이 촬영된 방범용 CCTV 등이 있었고, 전체적으로 비교적 광범위하고 양이 많았습니다.

한편, 저는 그 사건의 범인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와 공소를 제기할 때 같은 사실관계 양식을 사용했는데, 사실 공소제기를 위해서는 상표법위반 범죄사실 특정에 관한 종전 대법원 판례의 기준을 준수하는 다른 양식을 사용했어야 했습니다.

제가 그 기준을 준수하지 못해 그간 재판이 3회나 연기되었고, 그간 구속된 피의자는 불필요한 기간을 교도소에서 보내야만 했습니다.

다행히, 며칠 전 재판부의 요청 사항에 대하여 전달받아 알게 되어 오늘 바로 재판부의 요청과 대법원 판례의 기준에 부합하도록 다시 공소장을 정리해서 변경허가신청을 접수했고, 이번 주부터는 제가 직접 재판에 참석하여 종전 공소장의 미비점에 대하여 양해를 구할 예정입니다.

4. 마무리하며
이와 같이,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하게 되고, 직접 수집한 수천 가지 압수물을 분석하고, 구속사유인 도주, 증거인멸 우려에 대한 입증자료를 첨부하고, 증거기록을 만들다 보면, 막상 공소를 제기하는 단계에서는 가장 중요한 판례나 법률의 기준을 준수하지 못하여 재판을 공전시키는 실수를 범할 여지가 높아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저만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표창장 사건에 이은 하명수사 사건 등 최근에 많은 이슈가 된 사건의 재판 진행 과정을 보면 저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특히, 결재라인 이외에도 시스템에 의한 검사 검토 단계가 추가될 경우, 수사검사 스스로도 더 엄격하게 보게 될 것이고, 시스템상 검토하는 검사는 객관적 입장에서 기록을 보게 될 것이므로 더 인권친화적, 법치국가적 공소제기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IP : 121.129.xxx.187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요약기사
    '20.2.16 9:18 AM (121.129.xxx.187)

    현직 검사 “기소권, 검찰에 주어진 천부인권 아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5273&fbclid=IwAR1n3...

  • 2. ...
    '20.2.16 9:20 AM (223.33.xxx.37)

    읽어 볼게요. 진검사님 글 고맙습니다.

  • 3. 이러니기레기
    '20.2.16 9:22 AM (121.129.xxx.187)

    진 검사는 추 장관 제안에 검찰 내부에서 부글부글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뉴스1 ‘추법무, 서울·대구·광주부터 수사-기소 분리 검토…검 부글부글’)를 들어 “실제로 ‘부글부글’하는 검사님들은 거의 없는데, 그런 것처럼 기사제목을 단 점, 법무부 장관 지시 사항이 실무자 입장에서는 정확히 딱 필요한 사항이었다는 점을 페친과 방문자들에게 알려드리면 사안을 객관적으로 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서 썼다”고 설명했다.

  • 4. 그렇다면
    '20.2.16 9:25 AM (223.62.xxx.152)

    누군가가 언플을 하고 있는거네요?
    진검사님 같은 분이 많이 나와 진실을 전달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5. 경찰수사권기소권
    '20.2.16 10:56 AM (221.150.xxx.179)

    만일 분리안하면 경찰에 수사권기소권 다 줄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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