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결혼 이야기'이나 실제는 한 부부의 이혼 이야기죠.
이 작품의 감독 노아 바움벡 감독의 본인 이혼 이야기를 비롯하여 많은 이혼 커플을 인터뷰해서 만든 스토리에 참여 배우인 스칼렛 요한슨, 로라 던 본인들의 이혼에 관한 이야기까지 첨가하여 수정하고 전 부인의 의견까지 종합하여 성실한 각본을 토대로 만든 영화라고 합니다.
노아 바움벡 감독은 같은 작품상 후보에 오른 '작은 아씨들'의 감독 그레타 거윅과 파트너(우리나라 용어로는 사실혼) 관계라 짝꿍끼리 헐리웃을 다 해 먹는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할 정도로 요즘 핫한 감독이라 합니다.
결혼에 대한, 그리고 이혼에 대한 다양한 감정과 심리를 조심스럽고 성실하게 다룬 작품이라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부부간의 갈등은 별 차이 없구나...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부부 두사람이 결코 사랑하지 않아서 이혼하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결혼이 사랑만으로 유지되는 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걸 풀어가는 방법은 부부마다 서로 다른 방법을 사용하겠죠
사랑하지만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는 인식의 차이.
그걸 서로에게 이해시키고 인식시키는 것조차 힘들어진 관계를 어떻게 잘 정리할 것인가....
정해진 정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서, 사소한 사사건건에서 한번쯤 두번쯤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이를 매우 진지하게 표현한 스칼렛 요한슨과 아담 드라이버의 연기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담 드라이버의 집에서 폭발하듯이 싸우는 장면, 가슴아프지만 대단했습니다.
외화 자막이 한번도 내 감상에 방해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으나, 이 영화, 이 씬에서만은 자막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숨넘어가게 빨리 지나갔습니다
자막만 읽기에도 벅차서 배우들 표정, 상황을 챙겨볼 겨를이 없을 정도로 휘몰아치는 씬이었습니다.
외국어로 싸울 수 있으면 그 언어의 경지에 갔다고 할 수 있다던 후배의 말에 우스개로 동의했지만, 이 씬에서는 내가 영어로 싸우기는 커녕 쌈 구경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대화와 감정의 폭탄을 쏟아놓는 격한 씬이었다는...
이렇게 따라가기 힘든 대사 듣기 평가와 자막에도 불구하고 그 두사람의 절규와 감정을 다 이해할 것 같았으니, 두 사람의 연기가 얼마나 폭발적이었는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페터슨'에서 그 잔잔하다 못해 졸음을 유발하던 아담 드라이버가 맞는지 띵할 정도로 그의 연기에 매료되었습니다.
스칼렛 요한슨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요.
오스카에서는 작품상, 각본상, 남녀 주연, 여조연, 음악상 등 6개 부문에 지명되었다고 하며, 여우 조연상의 로라던이 거의 수상 확실시에 가깝다고 전망하네요.
무관의 영광을 얻을지라도 수상과 무관하게 권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이제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으니, 집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감상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