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그 논쟁을 다 알지 못하고 의견들을 다 읽기에도 성의 부족이라 정확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 작품을 보고 나서는 영화세계에도 이제 패러다임의 변화가 오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리시 맨'은 그 변곡점에 있는 작품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 변곡점은 한 시대를 마감하는 지점으로써의 의미이지, 새 시대를 열거나 연결하는 지점의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이미 극장에서도 선 공개가 되었고 넷플릭스에서도 상영을 시작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감독 마틴 스콜세지의 연출, 조 페시, 알 파치노, 로버트 드 니로 등 이름만 들어도 후덜덜한 거장이 총 동원되어 그들의 마지막 힘을 다해 만들어 놓은 대작입니다.
워낙 마피아 영화, 조폭 영화 등등을 좋아하지 않는 제 취향 때문에 이 작품이 제게 그냥그냥 그랬나보다 싶었습니다.
스콜세지의 '좋은 친구들'을 개봉 당시에 봤는데도 아무 느낌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의 취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성, 디에이징 기법같은 첨단 기술의 사용, 배우 연기 뭐 하나 대단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명작은 명작입니다만, 2019년 작품임에도 진한 복고의 향을 풍깁니다.
앞서 '작은 아씨들' 리뷰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현재의 관객이 원하는 건 과거의 이야기지만, 현재의 시각에서 다시 조명하는 작품을 원할 것이고 그것에 반응할 거라 생각합니다.
즉 복고의 감성이라도 현재 감각과 센스의 측면에서 새로 해석한 복고, 요즘 예능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단어 '뉴트로'이어야 하지 않나, 그냥 옛날의 그 감각이 지금에도 통할 것이냐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좀 과격한 한 영화 팟 캐스트에서는 '꼰대'라는 단어가 결국 나오고야 말았습니다.
이 영화를 좋게 평가하면서도 말이죠.
저도 이 의견에 동의하게 되었습니다.
209분에 달하는 엄청난 러닝타임도 일견 노화의 증거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스타일의 영화가 그나마 관객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영화가 아닐까, 그리고 그들이 마지막으로 남길 수 있는 대작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연전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이라는 작품을 보고 조금 놀랐습니다.
스필버그 나이에 이런 영화가 가능하다니...
저보다 더 아랫 연배의 사람들도 비교적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길래 조금 더 놀랐고요.
'아이리시 맨'과 '레디 플레이어 원' 사이의 간극, 제게는 느껴지는 것이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남우 조연상을 포함하여 무려 10개 부문에 지명되었습니다만, 왠지 노장에 대한 예우 같은 느낌의 지명입니다. 훌륭한 작품이라서, 훌륭한 작품이지만, 제게는 한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시그널처럼 느껴집니다
이건 매우 개인적인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