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이 영화는 무려 150 여년전에 씌여진 소설을 원작으로 무려 8번이나 영화화된 고전입니다.
어린 시절에 소설로 읽고 흥분하고 설레셨던 분들도 계시고 저처럼 소설은 건너뛰고 영화만 본 사람도 있을 겁니다.
무려 8번이나 영화화된 작품이지만 지금 사람들에게 가장 인상깊게 남아있는 작품은 1994년 작일 겁니다.
이미 명배우였던 수잔 서랜든, 지금 모두들 명배우가 되어있는 위노나 라이더, 클레어 데인즈, 커스틴 던스트를 비롯하여 크리스찬 베일이 그의 필모 가운데 가장 멀쩡하고 말랑말랑하고 사랑스러운 역을 맡았던 작품이었습니다.
저도 얼마전 EBS에서 다시 해주었을 때 보고 아직도 그 작품의 기억이 생생한 상태에서 2019년작 작은 아씨들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고전을 다시 영화화할 때 제게 가장 의문인 점은, 게다가 전작이 호평받았을 때에도 왜 자꾸 또 만드는 걸까?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긴 있을까? 하는 지점입니다.
리메이크되는 작품의 상당수가 혹평에 시달리는 이유가 아마도 이 때문이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누구도 함부로 다시 손대지 못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물론 '작은 아씨들'도 제 그 의심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래서 썩 호의를 갖고 볼 수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작품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주인공 조 역을 맡은 배우 시얼샤 로넌과 각색, 감독을 맡은 그레타 거윅, 그리고 그 둘의 콜라보였습니다.
시얼샤 로넌, 본인이 원하는 발음은 서샤 로넌이라고 하는데, 아일랜드어라 한국인은 물론 미국사람들도 그녀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는 사람이 드물다 합니다.
암튼 20대 중반임에도 어마어마한 필모와 수상 이력, 지명 이력으로 미루어 짐작하듯이 대단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가 오스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재작년부터 올해까지 계속 어느 부분이든 노미네이트되고 있는 배우입니다. 그러나 대작에만 출연하는게 아니라 고전문학작품을 소재로한 작은 극영화에도 굉장히 많이 출연해서 젊은 나이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 대단한 배우입니다. 많은 작품에 출연하다보니, 작품성이 다소 들쑥날쑥하는 경향도 있지만, 어떤 재미없는 작품에서도 그녀의 연기만은 독보적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20대 할리우드 여배우 가운데 가장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배우입니다.
이미 재작년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레이디 버드'에서 감독인 그레타 거윅의 페르소나로 낙점받고 그 이후 또 이 작품에서 또 같이 작업을 했습니다.
역시 이번 영화에도 캐스팅이 화려합니다.
왕고모 메릴 스트립, 수잔 서랜든이 임팩트있게 연기햇던 엄마는 로라 던, 어느새 훌쩍 커버린 헤르미온느 엠마 왓슨이 두아이의 엄마 역할까지 커버해야하는 첫째딸로 분했고, 둘째이자 극을 이끄는 둘째딸 조는 서샤 로넌, 셋째 베스는 얼굴은 알아보겠는데, 어느 작품에서 나왔는제 제게는 기억이 별로 없는 엘리자 스캔런, 막내 에이미는 요즘 빵 뜨고 있는 플로렌스 퓨가 등장합니다. 작년 공포영화 팬에게 엄청난 파장을 주었던 '미드 소마'와 박찬욱 감독의 스파이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에도 출연한 아주 핫한 배우지요.
크리스찬 베일이 맡았던 로리는 요즘 헐리웃에서 20대 남배우 가운데 가장 핫하다고 할 수 있는 티모시 샬라메가 나오죠. 우리나라에도 팬이 많아서 이번 영화를 이 친구 때문에 기다리는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영화의 미덕은 150여년 전 남북전쟁과 전후를 배경으로 한 옛날 스토리에서도 현재적인 감각과 시선으로 풀어냈다는 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1994년 작품을 흥미롭게 기억하는 영화팬의 입장에서 보아도 각 인물들의 기본적인 성향과 결은 똑같이 유지하면서도 2019년 작은 각 인물들이 또 다른 현대적인 느낌을 갖고 있어 보다 개성적이고 이야기의 감칠맛이 추가되었습니다. 같은 듯 다른 느낌?
특히 크리스찬 베일의 로리는 너무나 젠틀한 모범생 도련님 느낌이라 후반부에 방탕하게 방랑하는 느낌이 조금 겉돈다 싶었는데, 티모시 샬라메의 로리는 조금 더 로리에 찰떡으로 어울리는 느낌입니다. 순진할 때는 더 순진하게, 허무하고 퇴폐적으로 보이는데는 일가견이 있는 배우라 훨씬 입체적인 로리를 보여줍니다.
전작과 다른 시간적 편집, 같은 이야기 안에서 감독의 해석에 따라 달라진 선택과 집중 때문에 아주 새로운 작품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작품이 작품상에 지명된 것이 충분히 납득되었습니다.
다만, 너무 많은 명작이 경쟁하는 올해 같이 올라왔기에 수상은 좀 어렵지 않을까 하지만,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훌륭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작품상, 각색상, 여우주연상(서샤 로넌), 여우조연상(플로렌스 퓨), 음악상, 의상상 등 6개 부문에 지명되었습니다. 문외한인 제가 보기에 모든 부문에 경쟁자들이 너무 짱짱해서 무관이 될지도 모르겠다 싶지만, 상이 없어도 좋은 작품입니다
저는 기획전으로 조금 일찍 보았지만, 2월 두째주(?)에 정식 개봉예정입니다.
그때는 바이러스가 좀 진정되어 극장에 가는게 꺼려지지 않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