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딸 키우다보니 돌아가신 엄마가 너무 보고싶네요

조회수 : 2,590
작성일 : 2020-01-22 22:34:48
엄마가 몇년전 돌아가셨어요. 좋은 분이었지만 남편의 무능력, 그리고 말안듣는 딸 때문에 속 많이 썩으셨어요. 그래도 다행인지 동생이 타고난 수재라 마음에 보상은 받으셨을텐데 제 입장에서는 차별을 받고 자라 나름대로 울분이 쌓였더랬죠.

암투병 1년정도 하셨는데 전 사회초년생이었고 엄마가 날마다 약해지는걸 보면서도 돌아가신다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아요. 바쁜 동생보다 제가 더 엄마 곁에 있는 시간이 많았고 부끄럽지만 엄마옆에 있는 시간이 짐이 되기도 했어요. 그리 아픈중에도 동생은 배려하시는 모습을 보며 참았던 울분을 쏟아내기도 했어요.

아직도 마음이 가장 깊이 아픈 일이 있는데 제가 설맞이 직장 상사분 선물을 고르느라 엄마와 약속했던 시간에 늦었던 일이에요. 그때는 병원에서 손쓸 수가 없어서 집에 와계셨을때인데 엄마가 불도 혼자 켜지 못하고 깜깜한 방에 우두커니 앉아서 저만 오매불망 기다리고 계셨어요. 다리에 전이가 되서 거동이 안되셨거든요.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너무나 쓰립니다.

엄마가 떠난 지금 그때 내가 왜그랬나, 엄마가 미워도 내 엄마였는데 마지막 좀 더 편히 가시게 내 감정은 숨길수 없었나 이런 회한이 깊이 남아요. 저도 생활에 치이며 살고 있지만 그 감정들이 올라올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 휑한 바람이 부는것 같아요. 엄마 돌아가시고 쌈짓돈 털어 용하다는 곳에서 천도제 지내드렸는데 그런일밖에 할수 없는 일이 너무나 맘이 아파요. 엄마도 생활에 그리 치이지 않으셨으면 나를 대할때 좀 더 여유가 있으셨을텐데. 그때는 그런걸 이해할 수 있는 그릇이 안되었네요.

저도 이제 아이를 키우고 있어요. 엄마는 남편때문에 많이 힘드시다 가셨지만 저는 엄마 덕분인지 좋은 남편 만나서 잘 살고 있습니다. 엄마에게 잘 사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은데 보여드릴수가 없어서 마음이 아플때가 정말 많아요. 주변 비슷한 또래 친구들이 친정에 기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참 많이 엄마가 보고싶어요. 일부러 제 생일 이틀 전에 돌아가신것 같은데 제 생일 즈음이 될때마다 마음이 아리네요. 이번 설에 엄마 보러가는데 엄마가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꿈에서라도 꼭 보고싶어요.
IP : 119.194.xxx.222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20.1.22 10:44 PM (112.150.xxx.194)

    돌아가시고보니 못한것만 남고 그렇죠.
    한 많은 인생 살다 가셨는데.
    이건 제 마음에 어떻게 치유할수없는 아픔으로 남았어요.
    엄마 인생이 안타깝고.안타까워요.

  • 2. ...
    '20.1.22 11:17 PM (14.55.xxx.56)

    눈물이 나네요..
    어머님 좋은곳에서 편히 쉬시라고 마음속으로 기도해봅니다..

  • 3. 아..
    '20.1.23 2:11 AM (222.110.xxx.56)

    직장상사 선물이 뭐라고.........

    가끔은 불꺼진 방에서 가만히 누워 생각해보실것 같아요 원글님..

    사람 다 그렇게 실수하고 의미없는것에 매여 더 중요한걸 놓치고 후에 가슴을 치죠.

    어머니에게 못드렸던 사랑 딸아이에게는 많이주세요.

    어머니도 원글님이 행복하길 바랄거에요. 원글님에겐 그 순간이 아픔으로 남겠지만 어머니는 아마 이미 다 잊으셨을걸요. 마음에 담아두지도 않고 오로지 원글님의 행복을 바라고 계실거에요.

  • 4.
    '20.1.23 10:28 AM (119.194.xxx.222)

    말씀들 한마디 한마디 큰 위로가 되어요
    감사드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027932 어떤 시어머니가 되고 싶으세요? 32 예비 시어머.. 2020/01/23 2,824
1027931 자기자신한테 화가날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9 2020/01/23 1,646
1027930 시판갈비찜 양념과 양조간장 섞어서 하는 방법 문의 6 ㅇㅇ 2020/01/23 1,682
1027929 반도체디스플레이 국산화에 호사카 교수님 진짜 행복해보이세요^^.. 1 두분이 그리.. 2020/01/23 1,636
1027928 어제 정경심교수 재판서 중요한부분 30 ㅇㅇㅇ 2020/01/23 3,344
1027927 장염, 전염인가요? 7 자유부인 2020/01/23 2,262
1027926 국내여행 숙소 결정할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이 뭔가요? 2 여행 2020/01/23 1,091
1027925 일본의 개수작 논리 1 ㅇㅇㅇ 2020/01/23 1,122
1027924 두루미도 No Japan하나봐요 1 싱기방기 2020/01/23 1,113
1027923 휴대폰 분실 시 다시 찾을 확률 몇 프로나 되나요? 6 2020/01/23 1,137
1027922 설날 ktx표 간신히 구했는데.. 17 ... 2020/01/23 4,660
1027921 쌀이 많이 남아도는데 어떻게 처리할까요? 7 ㅇㅇ 2020/01/23 2,510
1027920 아이 수학 가르칠때 9 ... 2020/01/23 2,280
1027919 편하게 독서할수 있는 쿠션이나 의자 추천 부탁드려요 ... 2020/01/23 554
1027918 우한 폐렴 사망자 17명으로 급증..확진자 500명 넘어 5 즁국 입국 .. 2020/01/23 3,738
1027917 3중언어 아이 언어 문제요.(국제결혼 ) 17 ... 2020/01/23 4,379
1027916 서태지 크리스말로윈 콘서트는 거의 망~ 이였더라고요 32 콘서트 2020/01/23 23,628
1027915 집사님들 이게 고양이가 긁은 건가 봐주세요 16 happ 2020/01/23 2,454
1027914 러 블라디보스토크 세관 "수입 일본차, 방사선 초과.... 1 뉴스 2020/01/23 989
1027913 데미지, 어디쯤일까요? 3 영화 2020/01/23 1,171
1027912 공효진 실망 5 ㅇㅇ 2020/01/23 7,432
1027911 리누리추카추카심마담 글이 7 ^&.. 2020/01/23 4,906
1027910 갑자기 생각 난 우리개 이야기 36 ㅎㅎ 2020/01/23 5,283
1027909 수영시 매너.. 판단 좀 부탁드려요 16 티니 2020/01/23 4,143
1027908 얼마나 열심히 해보셨나요? 9 공부 2020/01/23 2,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