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몇년전 돌아가셨어요. 좋은 분이었지만 남편의 무능력, 그리고 말안듣는 딸 때문에 속 많이 썩으셨어요. 그래도 다행인지 동생이 타고난 수재라 마음에 보상은 받으셨을텐데 제 입장에서는 차별을 받고 자라 나름대로 울분이 쌓였더랬죠.
암투병 1년정도 하셨는데 전 사회초년생이었고 엄마가 날마다 약해지는걸 보면서도 돌아가신다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아요. 바쁜 동생보다 제가 더 엄마 곁에 있는 시간이 많았고 부끄럽지만 엄마옆에 있는 시간이 짐이 되기도 했어요. 그리 아픈중에도 동생은 배려하시는 모습을 보며 참았던 울분을 쏟아내기도 했어요.
아직도 마음이 가장 깊이 아픈 일이 있는데 제가 설맞이 직장 상사분 선물을 고르느라 엄마와 약속했던 시간에 늦었던 일이에요. 그때는 병원에서 손쓸 수가 없어서 집에 와계셨을때인데 엄마가 불도 혼자 켜지 못하고 깜깜한 방에 우두커니 앉아서 저만 오매불망 기다리고 계셨어요. 다리에 전이가 되서 거동이 안되셨거든요.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너무나 쓰립니다.
엄마가 떠난 지금 그때 내가 왜그랬나, 엄마가 미워도 내 엄마였는데 마지막 좀 더 편히 가시게 내 감정은 숨길수 없었나 이런 회한이 깊이 남아요. 저도 생활에 치이며 살고 있지만 그 감정들이 올라올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 휑한 바람이 부는것 같아요. 엄마 돌아가시고 쌈짓돈 털어 용하다는 곳에서 천도제 지내드렸는데 그런일밖에 할수 없는 일이 너무나 맘이 아파요. 엄마도 생활에 그리 치이지 않으셨으면 나를 대할때 좀 더 여유가 있으셨을텐데. 그때는 그런걸 이해할 수 있는 그릇이 안되었네요.
저도 이제 아이를 키우고 있어요. 엄마는 남편때문에 많이 힘드시다 가셨지만 저는 엄마 덕분인지 좋은 남편 만나서 잘 살고 있습니다. 엄마에게 잘 사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은데 보여드릴수가 없어서 마음이 아플때가 정말 많아요. 주변 비슷한 또래 친구들이 친정에 기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참 많이 엄마가 보고싶어요. 일부러 제 생일 이틀 전에 돌아가신것 같은데 제 생일 즈음이 될때마다 마음이 아리네요. 이번 설에 엄마 보러가는데 엄마가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꿈에서라도 꼭 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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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키우다보니 돌아가신 엄마가 너무 보고싶네요
ᆢ 조회수 : 2,590
작성일 : 2020-01-22 22:34:48
IP : 119.194.xxx.222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저도.
'20.1.22 10:44 PM (112.150.xxx.194)돌아가시고보니 못한것만 남고 그렇죠.
한 많은 인생 살다 가셨는데.
이건 제 마음에 어떻게 치유할수없는 아픔으로 남았어요.
엄마 인생이 안타깝고.안타까워요.2. ...
'20.1.22 11:17 PM (14.55.xxx.56)눈물이 나네요..
어머님 좋은곳에서 편히 쉬시라고 마음속으로 기도해봅니다..3. 아..
'20.1.23 2:11 AM (222.110.xxx.56)직장상사 선물이 뭐라고.........
가끔은 불꺼진 방에서 가만히 누워 생각해보실것 같아요 원글님..
사람 다 그렇게 실수하고 의미없는것에 매여 더 중요한걸 놓치고 후에 가슴을 치죠.
어머니에게 못드렸던 사랑 딸아이에게는 많이주세요.
어머니도 원글님이 행복하길 바랄거에요. 원글님에겐 그 순간이 아픔으로 남겠지만 어머니는 아마 이미 다 잊으셨을걸요. 마음에 담아두지도 않고 오로지 원글님의 행복을 바라고 계실거에요.4. ᆢ
'20.1.23 10:28 AM (119.194.xxx.222)말씀들 한마디 한마디 큰 위로가 되어요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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