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전에 반지하에 산 적이 있다
습기를 넘어 물방울이 맺혀있는 해가 들지 않는 방
몇가지 가재도구와 낡은 옷가지들은 곧 곰팡이에 뒤덮였다
화장실은 밖에 있는 공동 화장실을 써야했다
비라도 많이 올라치면 물이 집으로 들어올세라
아버지는 밤잠을 못 주무셨다
아버지는 이상주의자이며 원칙주의자셨다
자신의 이상과 가치를 이루기 위해 타협하지 않았고
개인이나 가족의 행복은 그닥 염두에 없었다
그래서 엄마는 불행했고 우리는 늘 가난했다
그러나 우리는 송강호의 가족처럼
누군가에게 기생하거나 기댈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아마 아버지의 원칙이 우리의 원칙이 되었을 터이고
우리 형제들은 반지하에서 기어올라와
사회에서 남부럽지 않을 만큼 자신의 자리를 만들었다
내 인생이 비극인 줄 알았는데 코미디였어
한 뼘 가난한 집 병든 엄마
꿈이 있으나 이루어지지 않고
가족이 있으나 가족의 울타리는 자신을 안에 넣고 주위에 쳐져있는 게 아니라
자신과 엄마, 엄마와 아버지, 아버지와 자신 사이사이에 쳐져있고
그 어느 곳에도 소속되어 있지 못하고
한번도 행복해보지 못했는데 발작적으로 웃음이 나오는 조커
우리도 가난한 한부모 가정에서 살면서 많은 결핍이 있었겠지
조커에게 총을 건네준 친구가 없었다는 게 다행일까
세상을 원망해 본 적은 있지만
세상에 총구를 겨눌 기회는 없었다
도와주는 이도 없고
세상을 살아가기 고달팠지만
오랜 시간 돌아돌아 희망을 조금은 이루었다는 게 다를까
그런데
초반에 그가 분장을 하면서 흘리는 검은 눈물에
이미 내 마음은 젖어들었고
현실과 망상을 왔다갔다하는 그의 불안한 심리와
아무도 공감해주지 않는 차가운 이웃과 사회와 아버지라고 여기는 사람으로부터
점점 절망하고 병들어가는 조커에게
나는 왜 감정이입을 하는지
기생충에 나오는 김기택 가족, 박사장 가족, 가정부 가족
그 누구도 공감이 안 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