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기생충과 조커

cndns 조회수 : 2,197
작성일 : 2020-01-15 21:39:43

나는 예전에 반지하에 산 적이 있다

습기를 넘어 물방울이 맺혀있는 해가 들지 않는 방

몇가지 가재도구와 낡은 옷가지들은 곧 곰팡이에 뒤덮였다

화장실은 밖에 있는 공동 화장실을 써야했다

비라도 많이 올라치면 물이 집으로 들어올세라

아버지는 밤잠을 못 주무셨다


아버지는 이상주의자이며 원칙주의자셨다

자신의 이상과 가치를 이루기 위해 타협하지 않았고

개인이나 가족의 행복은 그닥 염두에 없었다

그래서 엄마는 불행했고 우리는 늘 가난했다


그러나 우리는 송강호의 가족처럼

누군가에게 기생하거나 기댈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아마 아버지의 원칙이 우리의 원칙이 되었을 터이고

우리 형제들은 반지하에서 기어올라와

사회에서 남부럽지 않을 만큼 자신의 자리를 만들었다


내 인생이 비극인 줄 알았는데 코미디였어

한 뼘 가난한 집 병든 엄마

꿈이 있으나 이루어지지 않고

가족이 있으나 가족의 울타리는 자신을 안에 넣고 주위에 쳐져있는 게 아니라

자신과 엄마, 엄마와 아버지, 아버지와 자신 사이사이에 쳐져있고

그 어느 곳에도 소속되어 있지 못하고

한번도 행복해보지 못했는데 발작적으로  웃음이 나오는 조커


우리도 가난한 한부모 가정에서 살면서 많은 결핍이 있었겠지

조커에게 총을 건네준 친구가 없었다는 게 다행일까

세상을 원망해 본 적은 있지만

세상에 총구를 겨눌 기회는 없었다

도와주는 이도 없고

세상을 살아가기 고달팠지만

오랜 시간 돌아돌아 희망을 조금은 이루었다는 게 다를까


그런데

초반에 그가 분장을 하면서 흘리는 검은 눈물에

이미 내 마음은 젖어들었고

현실과 망상을 왔다갔다하는 그의 불안한 심리와

아무도 공감해주지 않는 차가운 이웃과 사회와 아버지라고 여기는 사람으로부터

점점 절망하고 병들어가는 조커에게

나는 왜 감정이입을 하는지


기생충에 나오는 김기택 가족, 박사장 가족, 가정부 가족

그 누구도 공감이 안 가는데


IP : 60.151.xxx.224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0.1.15 10:02 PM (210.0.xxx.31)

    기생충은 타인에게 기생해서 삶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
    김기택 가족, 박사장 가족, 가정부 가족 모두 기생충
    조커는 스스로 일어서려고 했지만 설 곳이 없어 무너져 내리는 존재의 이야기
    기생충이 되든 조커가 되든 인간이 아닌 그 무엇이 되어야만 버텨낼 수 있는 현실

  • 2. ..
    '20.1.15 10:11 PM (119.71.xxx.162)

    조커라는 영화를 보진 않았어요. 용기가 없었죠. 다크한 영화를 보기 너무 힘들어요. 조커는 거족으로부터도 철저히 고립되어있었군요.
    이 영화를 기생충과 비교하신거 재밌네요. 기생충도 작품성 화제성을 떠나서 마음이 불편해지는쪽의 영화죠. 다른건 우식이네 가족은 참 서로 사랑하는구나. 부자네 가족은 착하고 돈잘벌고 예쁜데 서로 사랑하는가에 대한 대답이 빨리 안나오는것 같아요. 엄마도 자식들한테 따뜻한 사랑을 준다기보다는 핀트가 어긋난 결정만 계속하구요. 각자가 자기 욕망과 편견에 갇혀서 산다는 느낌.
    적어도 송강호 아들과 조커는 환경이 많이 다릅니다.

  • 3. ...
    '20.1.15 10:12 PM (125.178.xxx.90)

    원글님 마음에 아직 분노가 쌓여있나 봅니다
    조커의 주요정서는 분노죠
    기생충은 분노의 상황을 희화화 시켰고요
    분노를 한단계 넘어서면, 정신적으로 극복하면 희화화 시킬수 있어요
    그때가 되면 극복한 거고요
    분노가 지배하고있으면 극복을 못한거예요
    원글님이 극복할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 4. 희화화
    '20.1.15 10:20 PM (39.125.xxx.230)

    화 날 게 없고
    슬프지 않았던게 아니죠......

  • 5. 아니
    '20.1.15 10:34 PM (223.62.xxx.48)

    쩌증나는개 불우하고 상처받아 미치면 살인귀가 되면 그걸 공감하고 이해해야해요??? 미친 억지죠

    불우한 환경 속에 성공한 사람도 많아요

    내참 합리화 할걸 해야지

    어떻게 사회가 전점 나약해자고 악해져가는지
    공짜만 바라고 남의 노력 댓가 질투하고.... 이게 젤 문제이죠
    본인은 노력않고 남의 떡만 노라고 배아파하죠

  • 6. ...
    '20.1.16 12:43 AM (203.243.xxx.180) - 삭제된댓글

    저도 윗님과 공감되는부분이 있었죠 최악의상황에서도 바르게 이겨낸사람도있는데 살인의 잠재력과 증오를 잘못전하려나 .. 그래도 영화는 실감났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025912 무료셔틀은 대명비발디파크만 운행하나요? 2 스키장 2020/01/16 539
1025911 집안정리 도와주세요 8 집안대개조 2020/01/16 2,308
1025910 남산의 부장님 영화 잘나왔나봐요 9 .. 2020/01/16 2,391
1025909 Cj택배 노조기사한테 받는 분 계세요? 7 ㅡㅡ 2020/01/16 1,348
1025908 마음 결심 무무무 2020/01/16 506
1025907 역대 대통령들 때도 7 가을여행 2020/01/16 1,185
1025906 무쇠팬 쓸때마다 검뎅이가 묻어나와요 ㅜㅜ 15 ㅇㅇ 2020/01/16 3,188
1025905 파킨슨병 실제로 겪으신분 이야기듣고 싶어요 4 .... 2020/01/16 3,103
1025904 한국인중 성공한 비혼 여성이 있나요? 18 ... 2020/01/16 4,275
1025903 부모는 돈버는데 애는 놀까봐 3 2020/01/16 3,624
1025902 가만보면 모시고 사는 며느리보다 8 .... 2020/01/16 5,066
1025901 한국 점령하고 있는 조선족피아(ft. 얻어맞는 한국경찰) 10 ㅁㅇ 2020/01/16 1,664
1025900 요요는 이호선씨도 비켜가지 못하네요 15 .. 2020/01/16 9,160
1025899 삶은 계란, 고구마, 아메리카노 - 이 중에 아침으로 뭘 먹어야.. 6 다이어터 2020/01/16 3,138
1025898 오늘도 어디 가시네요. 8 애들엄마들 2020/01/16 1,660
1025897 스벅 돌체라떼 효과를 기대하면서 마셨는데 무반응이네요 5 대실망 2020/01/16 2,597
1025896 임은정 검사여- 동료 선후배 검찰로부터 더 많은 욕을 얻어먹으시.. 7 꺾은붓 2020/01/16 2,131
1025895 70,80대 할머니들 선물 9 선물 2020/01/16 2,020
1025894 이탄희, “사법농단 연루 66명, 국회에서 탄핵해야” 9 ㄱㄴ 2020/01/16 1,675
1025893 연예인들이 집 팔아치운 이유가 있어요. 24 ... 2020/01/16 32,464
1025892 영어공부하기 좋은 유튜브 추천해보아요 49 ... 2020/01/16 3,861
1025891 하나님을 잘 아시는 분들 12 질문 2020/01/16 1,955
1025890 수제 그릭요거트 너무 맛없어요. 4 .... 2020/01/16 2,096
1025889 헬스클럽 오전에 다니는데 전업? 7 하하 2020/01/16 4,114
1025888 일한지 두달 되었는데 힘드네요;; 46 ㅠㅠ 2020/01/16 13,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