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살 먹은 할아버지개 2마리랑 딸과 동갑인 야옹이 하나랑 살고 있습니다.
나이 많은 개들은 작년부터 기저귀 생활하고 있는데,
둘 중 하나는 앞이 거의 보이지 않아 걸어다니며 여기 저기 부딪치고.. 귀도 안들리는 것 같네요~
언젠가부터는 자꾸 미끄러지고, 서있을 때 다리가 벌어지고 해서 관절약 먹이고 있고,
발작때문에 간보호제 먹이고 있고, 밤에 써클링 때문에 치매에 좋다는 영양제 먹이고,
양치질는 너무 힘들어서 그냥 포기하고 치석 덜 생기게 도와준다는 가루 밥에 섞어 먹이고 있습니다.
약 섞으면 안 먹으려고 해서, 숨겨서 몰래 먹이는 것도 일입니다.
두 마리에게 4~5가지 안약을 5분이상의 간격으로 보통 하루에 4번씩 넣어주고,
1~2일에 한 번 수액을 주사해주고,
딸아이가 기저귀 떼고는 다시는 살 것 같지 않았던 기저귀를 사서 갈아주고,
하루 2~3번 밥 먹을 때 도와주고 ( 밥 먹으면서 흘리고, 먹던 밥 그릇을 못찾기도 하고 해서)
미용실 언니도 털 깎는 것을 너무 힘들어 해서, 지난 번에는 제가 화장실에서 죽기살기로 깎았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고 너무 발버둥치고, 그러다가 똥싸고, 오줌싸고..
목욕도 그렇고, 미용은 말할 수도 없이 힘들어졌습니다.
어제는 두 마리 다 너무 미끄러져서, 발만 제가 깎아줬는데.. 역시 진이 빠지네요~
그래도 덜 미끄러지는 걸 보니.. 깎아주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발바닥 털을 깎아주고, 씻겨야 하는데.. 두 마리 다 하고 기운이 다 빠져서 그냥 털고..
다시 기저귀를 채워 내보내야 하는데 화장실로 기저귀를 챙겨오질 않았네요.
밖에서 혼자 놀고 있고 있던 아이에게 '엄마, 기저귀 하나만 가져다 줄래?'하니,
아이는 쪼르르 가서 기저귀를 가져다 줬고..
저는 온몸에 털이 붙어 있어서 강아지를 꽉 안지도 못해서 기저귀 채우는 걸 힘들어하니까,
40개월짜리가 '엄마, 내가 잡아줄게~' 하면서 기저귀 채울 수 있게 어깨쪽을 잡아주네요.
기저귀 다 채워 거실로 내보내고, 화장실 문을 닫고 털들을 치우는데 눈물이 나면서 너무 고맙고, 대견하고..
털깎아줄 때, 화장실 앞에 와서 쉬가 마렵다고 해서..
'거실 화장실로 가서 발 받침대 놓고, 아기 변기 놓고 쉬할래?' 했었는데, 나와보니 물까지 다 내려 놓았어요.
16여년을 같이 살아온 이 개들에게 죽는 날까지 지켜주겠다고 약속했었는데..
일본 한 효부가 거동못하는 90대 시어머니와 시아버지, 병든 남편을 살해했다는 뉴스를 보고
혼자서 그 노인 셋을 돌보다 그런 일을 한 며느리를 안타까웠습니다.
저도 생각으로는 그 며느리와 비슷한 일을 이미 여러번 했네요.
아기가 더 어릴 때는 아기 보느라 강아지들은 거의 방치 수준..
이제 아기랑 같이 산책갈 수 있게 되었는데.. 서글프게도 개들은 그러기 힘든 컨디션이 되었버렸네요.
결혼하면서.. 아기 낳으면서... 저에게는 무심한 남편..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요즘도 많이 지쳐 있었는데... 어제는 딸아이의 말에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에게 소리지르고, 정신 차리고 나서 사과하면..
'괜찮아, 용서해줄게. 엄마, 이리와~'하면서 저를 안아줍니다.
제가 울면 휴지로 눈물을 닦아주고, '엄마, 걱정하지마.' 그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