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이야 구구절절한데 너무 많아서 패스하고요
아버지 빚이 수십억대라는 말을 몇 년 전 들었어요.
직업은 농부예요.
우리 자랄 때부터 지금까지 늘 돈없다 돈없다 타령하면서(돈이 있을 때조차 없다고....)
대학은 다 보내고 학비, 용돈, 생활비에 결혼할때도 3천만원 정도씩 보태주셨어요.
남동생은 사고도 많이 치고 뭐 하다가 말아먹기도 하고 우리가 모르는 빚도 지고 이래서 아마 딸들보다 더더더 많이 들어갔을거예요.
부모님 덕에 편하게 학교 다니고 결혼도 했지만 그걸 아무리 크게 잡아도 아버지가 졌다는 빚의 반도 안되거든요.
귀가 얇아서 누구한테 사기도 당하고 무슨 사업한다고 일벌이다가 조용히 망하고
바람피우느라... 어디 갖다 쓴 돈도 꽤 될 거예요.
그리고 아마 이자도 그 엄청난 빚에 포함돼 있겠죠.
어머니는 생활력도 없고 몸이 약해서 경제활동을 오래 못하셨어요.
이혼을 하네마네 30년 동안 그러는 중인데 아무튼 사이는 기본적으로 안 좋지만 필요할 때는 만나는...
약간 졸혼 같은 형태로 오래 사셨어요.
어머니 뿐 아니라 가족 누구에게도 말 하지 않고 혼자 겁없이 대출을 쓰시다가 몇 년 전에 드디어 빚이 터졌다고 고백을 하는데, 솔직히 무슨 사업을 하다가 망한 것도 아니고 직장에서 잘린 것도 아니고 여태 있던 빚이 왜 갑자기 그 시점에 다 터졌다는지 전 이해가 안되는데 얘기를 안하시니 모르고요.
그냥 돌려막기 하다가 한계에 이른 거 아닌가 추측합니다.
문제는 자식들도 집 한칸 없이 다들 사는게 변변치 않아요.
이건 저희 잘못이지요.
공부도 그닥, 생활력도 그닥, 뾰족한 재주도 없고 그냥 저냥 별 생각없이 곱게 자라서 살다보니 저희도 사는게 답답해요.
좋은 직장도 못 구했고, 다니다보니 직장이 망하기도 하고.
암튼 그래서 부모님을 도울 방도가 없는데
이자가 감당이 안 되니 아직도 거액의 빚을 새로 지고 계신 것 같더라고요.
땅이 팔리면 빈손으로 나 앉되 빚은 갚을 수 있다고 한게 몇 년 전인데
개발호재도 없는 시골땅이라 팔리질 않아요.
저흰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런 경우 뭘 해야 할지, 어딜 가서 누굴 만나 뭘 정리해야 하는지 정말 답답합니다.
빚의 규모는 너무 무서워서 자세히 알고 싶지도 않아요. 솔직히... 하지만 회피할 수 없는 문제라 이제 나서야 하는건가 싶은데 자식이 나선들 뭘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가족들 건강도 안 좋아서 병원비도 매달 백만원 넘게 나가고
어머니는 치매 위험도 있고 90대 중반의 할머니는 거의 운신도 못하시는데 정신은 말짱하셔서 왜 나는 이렇게 죽질 않고 고통받느냐 늘 우세요.
아버지는 밉지만 80 다 된 노인네가 아직도 빚과 생계에 허덕이며 혼자 농사짓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고요.
자식들은 간신히 자기 밥벌이 중이라 평소에는 용돈도 잘 못 드려요.(저희 같은 경우는 실직 기간이 길어서 가정 경제가 완전히 무너져서 집 팔고 월세살고 있고, 남동생도 간신히 취직한지 1년이 채 안되는데 자기 빚 갚느라 늘 허덕여요)
어차피 자식이 돈을 잘 번들 저 엄청난 빚을 갚을 방도도 없고요.
돈이 있어야 해결되는 문제에 돈이 나올데가 없으니 어디부터 손을 써야할지 모르겠고
친정만 생각하면 우울감 때문에 한없이 가라앉아요.
늘 돈이 없다, 큰일났다, 어디가 아프다, 누가 누구랑 싸워서 몇 달째 말을 안한다, 누가 빚이 갑자기 터졌다는데 돈 좀 없냐.... 매일 이런 얘기라서 전화만 와도 위산이 역류하고요...
부모님은 기본적으로 교양있고 똑똑하고 깔끔한 성격이셨고
극단으로 몰리기 전까지는 저희한테도 만원 한 장 요구한 적이 없으신데
나이 들고 병 들고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으니 점점 허물어지시네요.
특히 늘 공정하고 중심이 잘 잡혀있던 자랑스러웠던 엄마가 우울증에 완치도 안되는 극심한 만성통증에 시달리다가
치매 고위험군으로 변해가는 모습 보는게 가슴 아파요.
빚을 도저히 자식들이 갚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서 아버지 돌아가시면 빚잔치를 하든 포기를 하든
아버지 남은 재산으로 빚 청산하는 방향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생각했는데
더 늙어서 농사도 못 지으시는 상태로 저 빚을 그대로 안은 채 80-90 늙어가시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합니다.
당연 노후보장도 안 돼 있으시고요.
너무 답답해서 썼습니다.
곧 펑할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