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 ◀ 앵커 ▶
퇴직금을 한번에 다 받는 대신 다달이 연금으로 나눠서 받으면 세금을 깎아주는 은행 상품이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당연히 이 조건을 선택할 겁니다.
그런데 막상 나중에 계좌를 들여다 보면 그렇게 아낀 세금보다 은행이 가져간 수수료가 더 많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미리 확실하게 물어보고 가입하시기 바랍니다.
강나림 기잡니다.
◀ 리포트 ▶
5년 전, 30년 가까이 근무한 회사를 퇴직한 박우현 씨.
퇴직금을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의 개인형 퇴직연금 계좌로 넣어놨습니다.
퇴직금을 한꺼번에 찾으면 퇴직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퇴직연금 계좌에 넣어놓고 매달 연금처럼 받으면 세금을 30% 깎아주기 때문입니다.
[박우현/개인형 퇴직연금 가입자] "(세금) 30% 감면해준다고 하니까 내가 어차피 지금 목돈 필요한 상황은 아니니까 감면받고 예치하자…"
2년 뒤, 퇴직연금 계좌를 들여다본 박 씨는 깜짝 놀랐습니다.
가입 첫해에 수수료로 346만 원, 다음해에 또 316만 원이 빠져나간 겁니다.
박씨는 가입할 때 수수료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냥 신청서 던져 놓고 '형광색 칠한 데 서명하세요' 이런 거고. 퇴직연금이 어떻게 굴러가고 그 수수료가 1년에 한 번씩 이 정도 차감됩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안내를 전혀 못 받았던 거죠."
박 씨의 퇴직연금 계좌 수수료율은 0.46%.
퇴직금에다, 여기 붙은 이자까지 다 합친 금액에 대해 수수료를 떼다 보니 4년 동안 은행에 낸 수수료만 1천2백만 원이 넘었습니다.
반면 수익률은 1%대.
세금 아낀 액수보다 수수료를 더 내게 생긴 겁니다.
그렇다고 중도 해지하자니 세금 혜택을 포기해야 합니다.
[박우현/개인형 퇴직연금 가입자] "수수료는 이미 많이 뜯겼지 이걸 지금 나가게 되면 세금도 또 그대로 물어야 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있는 거예요."
개인형 퇴직연금은 어디에 얼마나 투자할지 본인이 직접 정해 운용하는데 이렇게 수수료를 많이 떼는 게 맞느냐고 박씨는 묻습니다.
"'선생님, 이런 좋은 상품 나왔으니까 이런 상품도 한번 검토해보세요' 이런 말이라도 제가 귓등으로 들었다면 덜 억울하겠어요.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제가 선택하고 제가 결정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돈은 다 가져가고."
특히 저금리 때문에 퇴직연금 수익률도 사실상 마이너스가 나올 정도로 저조하다 보니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체감하는 수수료는 최근 3년 사이 최대 4배까지 높아졌습니다.
[김병덕/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과거에는 고금리 시절이었으니까 (수수료가) 크게 높지 않다고 느낄 수가 있는 거죠 체감적으로. 그런데 지금은 수익률이 1%..버는 거의 반을 수수료 내는 거니까 훨씬 더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이 높은 거죠."
[박우현/개인형 퇴직연금 가입자] "퇴직자들한테는 피와 땀의 결정체이고 진짜 소중한 돈이거든요… 연금이 완전 소진될 때까지 계속해서 수수료를 떼야 한다는 게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죠."
이에 대해 은행 측은 "모든 금융기관이 수수료를 받고 있으며, 박 씨의 경우 장기 이용자에 대한 할인도 제공했다"고 밝혔습니다.
국민들의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정부가 세금 혜택을 내세우며 퇴직연금 가입을 유도하고 있지만, 높은 수수료를 받는 금융사에 대해서도 감독의 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MBC뉴스 강나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