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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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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인줄 알면서도 정성껏 키워본적 있어요.

어떤날 조회수 : 4,484
작성일 : 2019-12-14 00:58:21

스산한 겨울아침과, 저녁이 유리창밖너머로 물드는 이 계절에,

우리집 베란다도 너무 쓸쓸하고 삭막하네요.

10여년전, 낮은 들창으로 스며드는 햇빛과 바람도 귀하던 반지하에

살때에는, 지상의 안락한집을 꿈꾸며,

낡고 오래된 책꽂이위에 작은 아이비화분도 올려놓고 그 세월을

보냈어요,


지금생각하면, 제 기억속의 환등기속에 등장하는 그 시절은

슬픔과 기쁨이 뚜렷이 구분되지않았던 흑백텔리비젼화면같은

나날들이었어요,

빛한점도 인색한 작은 방안에서도 그와중에

제가 읽어주는 중고그림책을 들으며 잘 자란 아이는

지금도 시를 읽으며 말없이 잘크고 있어요.


계단을 내려와, 굳게닫힌 문을 열고 조우하게 된

반지하는 언제나 물컹하고 짙은 어둠으로 덩어리져서

한동안은 그 썰렁한 모습과 담담하게 마주서야만

비로소 컵이라던지, 텔리비젼같은 익숙한 풍경들을

보여주었어요,

그 익숙한 우리집의 일상이 제눈에 담기기까지

늘 처음인듯, 서먹서먹하게 열린문앞에서 마주하는

그 생경한 경험들,

그집을 떠나 지상으로 올라가기전까지 참 익숙해지지않는 일이었지요.


모든것이 제 눈에 흑백으로 점철되고

수묵화처럼 무겁던 그 풍경속에서 제가

꿈꿨던 것은 초록색식물들이 자라고, 붉고 노란 사랑초꽃들과

제라늄들이 피어난 베란다를 늘 생각했어요.


그러나, 그런 일은 쉽지않았어요.

애기별꽃도 꽃을 피우지못했고,

스킨답서스도 넝쿨지지 못했던 것은

반지하라 그렇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상으로 올라가고, 햇볕이 비치는 베란다에서도

늘 화분들이 피어나지못해서 제대로 된 화분들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고심끝에, 잡초도 키워봤어요,

지천에 피어있는 민들레, 계란꽃, 채송화등등.

그중에는 또 일찍 시들어 버리는 꽃도 있긴했지만 대개는

너무도 잘 자라주었어요,


지금은, 그때보단 실력이 좀 늘어서 여덟개의 화분들이

베란다한켠에 일렬로 잘 있어요,

보라색 달개비도 쭈볏쭈볏 잘 크고 있고, 털달개비도

앙증맞은 자태를 뽐내며 건강하게 잘 크고 있고,

수형잡히지않은 허브장미도 제법 볼만합니다.

달개비들이 은근히 종류도 많다보니,

청달개비라는 것도 어느날은 알게되어서

길가를 지나다가,  한개를 꺽어와 작은 병에 물꽂이를 해두었더니

하루가다르게 크는거에요.

일주일안에 벌써뿌리가 자라고, 이젠 그 싱싱한 줄기사이로

남색 꽃이 피었네요. 청달개비가 아니라 닭의 장풀이었네요.

그러고보니, 사랑초를 닮은 괭이밥도 참 예쁘더라구요.

나태주시인의 그 싯구절이 아니더라도,

모든 꽃들은, 다 예쁘더라구요.

참 오랜세월을 가난한 반지하에서 지내왔던 그시절의 저로썬.

너도 그렇다...

라는 말, 참 가슴에 스밉니다.



IP : 220.89.xxx.104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밤에
    '19.12.14 1:00 AM (221.161.xxx.36)

    감성돋는
    이쁜글~
    잘 읽었습니다~^^

  • 2. ...
    '19.12.14 4:50 AM (58.236.xxx.31)

    글 잘 읽고 갑니다~
    파릇파릇한 베란다를 꿈꾸며 잡초를 정성들여 키우셨던 그 때의 원글님~
    지금은 다 이뤄내신 원글님 참 장해요^^
    평안한 밤 되시길

  • 3. ..
    '19.12.14 6:48 AM (126.11.xxx.132)

    원글님 글 보니 꼭 그림이 그려지듯 넘 편하고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원글님의 감성 넘 좋네요..

  • 4. 말이
    '19.12.14 7:36 AM (39.7.xxx.248) - 삭제된댓글

    잡초지 고급??진 말로 바꾸면 야생화 아닌가요?ㅎㅎ
    똥손인 저는 걔네들도 키우기 쉽지 않아보이는데...
    작은 풀에 정성들이는 원글님 마음이 너무 곱고 다정하네요.
    원글님 삶에 따듯한 햇살만 가득하길 바래요.

  • 5. 아침 이슬
    '19.12.14 7:47 AM (222.120.xxx.44)

    머금은 달개비 좋아해요.
    아기메꽃도 우연히 보면 반갑고요.

  • 6. ..
    '19.12.14 7:55 AM (221.138.xxx.81)

    글 잘 읽었어요~~^^

  • 7. ...
    '19.12.14 8:05 AM (73.97.xxx.51)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눈에 보이는 것 같아요. 이런 글 종종 써주세요.

  • 8.
    '19.12.14 8:08 AM (125.132.xxx.103) - 삭제된댓글

    지난 초여름에 언니네 농장에 갔다가
    뒷쪽 건조실 가는 길옆에 괭이밥이 길따라 소복해서 다른 잡초들 뽑으면서 다 뽑아주었는데
    형부가 언짢은 표정으로
    어, 그거 일부러 두는 건데.... 해서 미안했어요
    뱀딸기도 화분에 심어놓고 빨간 열매가 늘어져 익었는데 귀엽고 예뻤어요

  • 9. 아 그러니까요
    '19.12.14 8:41 AM (123.212.xxx.56)

    지가 이름 모른다고
    잡초라고 뭉뚱그려 칭하는것들.
    얼매나 예쁘고 이름조차도 예쁜데...
    닭의 장풀.
    깨끗하고 단정한 그 푸른꽃이
    얼마나 이쁘던가요?
    어릴때
    그꽃이 피어있으면
    그 예쁜 꽃을 왜 화분에 심어서 집안에서도
    감상을 안했는지 이해가 안갔고
    늙어서 보니
    집보다 그냥 자연스럽게 자리지키는게
    더 많은 사람이 즐겁겠구나.
    생각이 바뀌었어요.

  • 10. wisdomH
    '19.12.14 8:48 AM (116.40.xxx.43)

    님 여유가부럽네요.

  • 11. uri
    '19.12.14 10:16 AM (60.151.xxx.224)

    물컹하고 짙은 반지하의 어둠을 경험했고
    들꽃을 예뻐라 하는 한 사람으로
    감수성 돋는 원글님의 글 참 예쁘네요

    잔잔한 들꽃같은 인생의 꽃길을 걸으시기를...

  • 12. 승아맘
    '19.12.14 10:36 AM (222.108.xxx.240)

    좋은글이에요..따뜻해지는...

  • 13. 원글님
    '19.12.14 12:20 PM (211.179.xxx.129)

    시인이세요?
    감성 돋네요.^^

  • 14. 지난번에
    '19.12.14 1:00 PM (47.136.xxx.224)

    청소하는 것에 대해
    너무 정감가게 쓰쎠서
    기억이 납니다.
    또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15. ..
    '19.12.14 1:26 PM (39.119.xxx.57)

    저도 달개비 키웁니다
    웃자라면 쫑쫑 순만 잘라서 다시심어주면 또 풍성하게 자라요.
    엄마랑 저는 얘를 풀때기라 불러요.
    볼때마다 싱그러운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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