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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남편과 미역국

내팔자는 내가 조회수 : 3,707
작성일 : 2019-12-13 18:22:14
결혼 17년차 되갑니다.


결혼하기 전에 선을 봤는데, 잘생겼어요.

리차드 기어가 한국인으로 태어났더라면 이 사람 같겠네. 싶은. ㅋ

주말 오후 5시에 케잌 카페에서 만나서 4시간동안 음악이면 음악, 인생이면 인생 뭐 하나 이야기가 끊기는 법이 없었지요.

집 근처 지하철 역까지 데려다주고 인사 잘 하고 집에 가는데 배가 고픈 겁니다.ㅡ.ㅡ


아, 이 남자랑 결혼하면 생일에 미역국은 못 챙겨먹겟구나 생각해서 

주선자에게 나랑 안맞는 것 같다고 했지요. 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

어리석음은 한계가 없는 듯. 


남편이랑 결혼해서 10년 쯤 되었을 때, 내 생일에 아침 차려달라고 눈 동그랗게 뜨길래

이런 날은 남편이 미역국 끓이는 거다 했드만

자기는 끓일 줄 모른다고. 

아 그러냐, 너같은 남편을 위해 오뚜기가 슈퍼에 맡겨 놓은 거 있으니 가서 찾아오라고.

입이 댓발은 나와서 궁시렁궁시렁 슈퍼다녀오드니 끓이긴 하드만요.


지금 오뚜기 미역국라면은 참 맛있는데, 그 즉석국은 맛 없더라구요.ㅠ.ㅠ


옛날에 그 남자와 결혼했더라면 이라던가, 딴 남자와 결혼했더라면 어땠을까 이딴 생각은 안하는데

집에 가는 길에 밥 생각이 들다니 인연은 아니었다 싶어요.


인연이어서 결혼했을 남편은 지금은 이혼 직전.

이혼 각오하고 너 없이도 잘 사는 모습 보여주고 애들이랑 즐겁게 살고 있으니, 슬슬 소외감 느끼나 본데요.


2년 있으면 앞자리가 5로 바뀌는 이 마당에

내가 남편 없다고 못살 것도 아니고, 다행히 영향 안받고 씩씩하게 자라주는 애들이 있어서 좋네요.


날은 어둑해지고, 사무실에 혼자 앉아서 퇴근시간 기다리고 있다보니 별 생각이 다 드네요.

왕년에 리차드 기어 닮은 그 분은 아내분에게 미역국도 끓여주고 자상하게 잘 대해주려나 싶네요. ㅎㅎㅎ


화목한 게 최고예요. 


IP : 14.52.xxx.80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9.12.13 6:28 PM (175.127.xxx.153)

    대충 읽고 지금 남편이 리처드 기어 인줄 알았네요
    말 잘 통하는 사람 만나기 쉽지 않은데 잡으시걸 그랬네요
    근데 그 순간 왜 미역국을 못챙겨 먹을거란 생각이 들었을까요

  • 2. ㅎㅎㅎ
    '19.12.13 6:31 PM (14.52.xxx.80)

    그러게요. 그래서 인연이 아니었나보다 생각해요.
    아마도 그 남자분은 첫 만남에서 밥먹는 거 아니라는 조언을 듣고 온건가 싶기도 하구요.

    지금은 덕분에 리차드 기어 급 외모와 선 본 추억을 가지게 되었죠. ㅋ

  • 3. 밥때 챙길 줄
    '19.12.13 6:37 PM (211.247.xxx.19)

    모르는 리처드 기어가 생일을 챙겼을까요 ?

  • 4. 글이
    '19.12.13 6:52 PM (112.169.xxx.189)

    좀 정신없긴합니다만 ㅋ

  • 5. 그렇긴 하네요.
    '19.12.13 6:57 PM (14.52.xxx.80)

    퇴근하면 남편과 같이 거주하기만 하는 집으로 갈 거고
    언제부터였나, 잘은 몰라도 아내 생일에 무심한 그 때부터인가 싶기도 하고
    나는 그렇게 밥이 중요한 인간인가,
    아 맞다, 잘 생긴 남자도 밥때문에 안만난다고 한 기억이 나고.

    다시 봐도 완전 의식의 흐름 맞네요.ㅎㅎ
    정신없는 글이라도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ㅎ

    나이 드니, 내가 그때그때 해온 결정들이 잘한건지 못한 건지 모르겠다.
    그냥 지금 내인생을 받아들이자 싶어서요.~~

  • 6. oops
    '19.12.13 6:59 PM (175.223.xxx.242)

    저도 원글님 또래인데....
    그 시절 첨 만나는 사람과 밥 먹는 걸 조금 천박스럽게? 여기는 그런 분위기도 있었죠.ㅎㅎ
    라처드기어 이미지면 강직한 미남 분위긴데...
    남편감으론 특a급인데....아깝네요.ㅎㅎ

  • 7. ..
    '19.12.13 7:03 PM (1.231.xxx.102)

    저도 무슨말인지... 글이 조금 두서가 없어요

  • 8. ㅋㅋ
    '19.12.13 7:28 PM (223.33.xxx.121) - 삭제된댓글

    의식의 흐름이 정신없네요
    저도 리차드기어랑 결혼해서 미역국 못먹는다는 줄
    내가 너무 글을 대충 읽나봐요 ㅎㅎ
    리차드기어한테 저녁먹자 술한잔하자 배고프다 말을 왜 못했어요?
    그리고 생일날 미역국이 대수인가요
    별일 아닌것에 꽂혀서 소울메이트가 될뻔한 상대를 놓쳤네요
    나보가 어린분이 밥이랑 미역국때문에 운명의 상대를 그냥 보내다니...
    밥에 너무 목숨걸고 살지 마세요 이제라도 ㅎㅎ

  • 9. dma
    '19.12.13 7:44 PM (222.110.xxx.86)

    미역국 안먹어도 얼굴 뜯어먹고살수 있었을텐데.. 아깝네요~

  • 10. ...
    '19.12.13 7:44 PM (59.15.xxx.61)

    울남편에게 미역국은 커녕
    그 손에 라면 하나 못얻어먹었는데
    그대신 외식하고 선물은 꼭 받았네요.
    미역국은 내가 끓이는게 더 맛있잖아요.

  • 11. 의식의 흐름
    '19.12.13 7:46 PM (110.5.xxx.184)

    저랑 비슷한 스타일이어서 그런가 저는 원글이 쏙쏙 들어오는데...

    인생은 시행착오죠.
    어떤 경우는 그 경험이 참으로 큰 댓가를 치러야 하기도 하지만 씩씩함과 쿨함, 직장과 아이들... 그만큼 얻은 것도 많으니 플러스 마이너스 하면 그리 억울한 건 아니겠네요.
    그리고 죽을 때까지 시행착오는 계속될텐데 그동안 배운 것을 바탕으로 내 자신을 위하고 지키는 쪽으로 선택해 보세요.
    원글님은 미역국이라는 생일상을 받고싶은게 아니라 미역국으로 표현되는 마음을 받고 싶은 것이겠죠.
    씩씩한 모습 뒤로 미역국을 떠올리는 원글님의 마음을 토닥여드리고 싶네요.
    따뜻한 저녁 보내세요.

  • 12. ..
    '19.12.13 8:37 PM (58.182.xxx.200)

    아주 위트있는 글인데~
    밥을 위해서 리처드 기어를 보내고 지금남편과 결혼했는데 얼굴도 리처드 기어 아닌데 미역국한번 끓여주지 않는.....

    그 리처드 기어는 내가 생각한 것과 달리 미역국 잘 끓여주는 사람이었지 않았을까 ..

    암튼 내 인생에 밥은 참 중요하다...

  • 13. rosa7090
    '19.12.14 7:11 AM (222.236.xxx.254)

    감정을 절제하며 글을 재밌게 잘 쓰셔서 전 잘 읽었어요.
    이런 글 좋아합니다.
    뭔가 물흐르듯이 넘어가며 연결되서 마지막에 또 하고 싶은 말이 나오네요.
    리처드기어 아쉽구요...
    남편분 살살 고치면서 사세요.
    가정의 화목이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우리 나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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