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던 부모님의 격정적인 싸움에 집에 들어가는것이 너무 싫어 집앞 계단에 앉아 하염없이 멍때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대학교 내내 누군가 사귀어본적도 없었어요.
지금 말로 하면 그저 썸타는 정도... 근데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어요. 늘 제가 먼저 피하고 도망다녔거든요.
상대의 마음을 다 알면서도 모르는척 했어요.
그 당시의 제 삶에 연애는 사치같이 느껴졌고 우리집 사정을 알게되었을때 혹시 도망가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늘 점심값을 걱정했지만 겉으로는 안그런척 굉장히 유쾌한 척 ... 오죽하면 친구에게서 " 넌 좋겠다. 걱정이 없어보여" 라는 소리까지 들었으니까요.
같이 다니던 친구들은 하나같이 너무 잘사는 친구들이었고 그러지 않으려해도 자꾸만 위축이 되었던 시기였어요.
그렇지만 마음속 깊은곳에서는 나도 좋은 사람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어요.
4학년 시작하고 얼마 안되어서 친구가 그러더군요. 너를 만나보고싶어하는 선배가 있는데 한번 만나보라고요.
고민을 하다가 에이 마지막인데 나도 누군가를 한번 만나보자 싶어 그러겠다고 했어요. 왜그랬는지 저도 몰라요.
그때 만났던 선배는 그냥 생긴것도 마음씨도 제 이상형이었던것 같아요.
그리고 제앞에서 많이 수줍어하고 허둥지둥하고 하는 모습도 좋아보였어요.
군대를 다녀오고 취업을 준비하던때라 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가끔 만났어요.
조심스러워하는 제모습도 좋아해주고 이해해주고 여전히 날 좋아해주는 모습이 참 고마웠지요.
그 당시에는 좋아하는 노래를 하나하나 직접 녹음해서 선물하는게 유행이었는데 그 선배가 어느날 제게 그 테잎을 수줍게 내밀었어요. 선곡에 많이 신경쓴듯한 음악들... 그중 한곡이 조지윈스턴의 캐논변주곡이었어요.
테잎이 늘어질때까지 듣고 또 듣고 나도 이렇게 행복할수 있구나 생각했더랬어요.
저는 좋업을 하였고 취업이 바로 되지는 않아서 힘겨운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가끔 선배와 만나긴 했지만 커피값도 내지 못하는 내가 너무 싫어서 여러 핑게를 대면서 전화통화만 하기도 했지요.
마지막으로 만난날은 같이 영화를 보았는데 나오면서 선배가 웃으며 한마디 하더라구요.
" 너는 영화보다가도 몸이 약간 닿기만 하면 피하고 그러니.. 휴, 너 안잡아 먹어."
이러면서 그냥 헤어졌는데 그 이후로 몇달간 연락이 안되었습니다.
네 차였습니다.
하지만 그당시엔 그게 차인줄도 몰랐고 그냥 공부가 바쁜가부다 생각했었죠.
근데 차인거 맞았습니다. 이후에 집사정이 더 안좋아져서 다른곳으로 이사를 갔고 전화번호도 바뀌었어요.
굳이 전화해서 알려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헤어지고도 몇년을 미련이 남았었죠. 혼자만..
내가 너무 바보같았다 왜그랬을까... 후회에 후회를 거듭했어요.
내가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게 된다면 다시 그사람과 잘 될수 있을까... 생각해보지만
아닌것 같아요. 나는 아마도 그사람보다 나를 더 사랑했었나봐요. 내가 상처입고 다치는것이 무섭고 싫었나봅니다.
오늘 캐논변주곡을 우연히 들었는데 마음이 좀 찡하니 아프네요.
살다보니 돈은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나는 왜그리 바보처럼 살았을까...
사는게 쉽지 않다고 느껴질때 그시절의 나를 생각하며 좀 더 강하게 살았다면 지금 나는 달라졌을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