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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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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우리집 3

청소 조회수 : 2,736
작성일 : 2019-11-26 11:39:59
붉은벽돌 담장로 둘러진 2층 양옥집들 사이에 큰 철제 대문에 인터폰까지 달려있던 1층 마당 넓은 양옥집
마당에는 전주인이 만들어 놓은 파돌 화단과 큰 대추나무,사철나무
바닥에는 붉은벽돌로 멋드러지게 장식된 바닥무늬까지..
마당에서 돌계단 4칸이나 걸어올라 가서야 열수 있었던 현관문
거실살림이라곤 부모님 친목회서 커다랗게 축이사 글자까지 새겨놓은 자명종 시계와 거실장과 tv가 다였지요
그때 눈에 들어온 거실은 예전 우리집 방두개 쪽마루 어두운 주방을 다합치고도 남은듯 운동장같이 넓고 넓어 보였지요
깨끗하게 도배 장판을 하고 부자이모네집 커튼을 받아 거실과 안방에 걸어놓았어요
속 레이스커튼이 살짝살짝 보이고 화려한 무늬의 겉 커튼이 주는 안락감 ..커튼을 활짝 치면 거실창 한가득 들어오는 마당의 사철나무 파돌화단 ..아침햇살이 거실 깊숙히 들어오는 한겨울 이른아침을 혼자서 맞이 하는 작은행복은 제겐 크나큰 그시절의 사치였지요
그때까지 한번도 아침에 그런 눈부신 아침햇살을 보지 못했고
조용하게 혼자서 그것도 넓은 거실 창을 통해 오롯이 나혼자
시간 보내지 못했었죠

참 행복하더라구요 눈물나게~
욕조 달린 욕실에서 샤워도 맘놓고 했던 우리는 또 얼마나 행복했고 따뜻한물이 나오는 주방싱크대 가스레인지 이용해 밥하시던 엄마는 얼마나 또 좋으셨을까요
식탁에 6가족 둘러앉아 밥먹으며 설거지 바로 할수 있어 좋다고 어린아기처럼 좋아했던 엄마
제사 명절때면 다락방 박스에서 그릇 꺼내느라 늘 힘들어 하셨는데
주방한켠 그리도 소망하던 문두쪽 달린 장식장까지 마련하고 없는 살림에 그릇이라곤 남루했으나 그걸 또 거기 장식하셨어요

여동생과 같이 쓰게된 생애 처음으로 가져본 내방 나의공간
오래썼던 낡은 고동색 서랍장에 안방에 놨던 옷장 한쪽
모서리가 낡아 테입으로 붙인 책상하나에 그래도 철재의자 버리고
이사기념으로 새 나무의자를 사주셨어요

그러나 대학다녔던 저는 없는 살림에 이사로 더 힘들어진 집안형편으로 장학금과 알바로 학비 용돈 책값을 모두 제가 감당해야 했네요
새벽 6시면 냉장고 뒤져 대충 아침혼자 챙겨먹고 하루종일 학교갔다 알바갔다 도서관갔다 ..들어와 겨우 씻고 1시넘어야 잘수 있었어요

오빠는 지방대 기숙사로 가고 여동생은 대학 떨어져 친척가게서 잠깐 일하고 있어 하루종일 얼굴한번 제대로 못봤죠
그리도 꿈에 그리던 넓고 좋았던 새로운 우리집에 대한 기억은
새벽 쓸쓸한 주방서 혼자 밥먹던 기억
늦은 저녁 혼자 열쇠로 문열고 들어와 욕실서 씻고 불꺼진 거실 지나 방에 들어가 잠잤던 기억뿐.
4계절 변하는 마당의 멋진 나무 화단의 모습도
따뜻한 물 한가득 채워진 욕조 목욕도
동생과 쓰던 우리물건만 가득했던 내방의
그어떤것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살았어요
거실에 서 tv를 몇번쯤 봤나? 문뜩 혼자 주말오후 그렇게 혼자 거실에 누워 tv를 보는데 그공간이 참 낯설더라구요

성장해 살았던곳인데 그옛날 가난하고 남루했던 우리집과 달리
그 집에 대한 기억은 큰공간의 칸나눔 덩치큰 가구들뿐
소소한 기억이 없어요
방학두달 꼬박 식당서 10시간이상 일해 학비벌고 제방 살림 버리고 화이트바탕에 핑크색상이 섞인 책상과 더블침대와 작은 화장대를 들여놓던날

여동생과 둘이서 손잡고 이야기하며 밤을 샜죠
돈이 조금생기면 동생은 액자도 사고 인형도 사오고 커튼도 이쁜걸로 갈아주고 쿠션도 사오고 했어요
그런데 그리 청소좋아하던 저는 꿈에 그리던 그이뻤던방 청소는 커녕 뭐가 바뀌고 어떤게 새로 생겨나도 전혀 모르고
주말에도 주말알바 학교도서관 평일에는 매일 6시 -12시 들어오는 고단한 삶으로 우리집은 그저 잠자러 들어오는 공간
그런공간였어요


IP : 112.154.xxx.39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민트
    '19.11.26 11:57 AM (118.221.xxx.88)

    원글님 글 다 읽었어요.
    제가 좋아하던 박완서씨의 소설을 떠올리게 하는 수채화같은 글이예요. 계속 시리즈로 연재해주세요 ^^

  • 2. ㅇㅇ
    '19.11.26 12:16 PM (211.220.xxx.118)

    1.2 편을 읽은터라
    3 을 보니 왜이리 반가운지요
    바로 클릭했네요.
    원글님 고맙습니다
    이렇게 잔잔한 글 읽게 해주셔서

  • 3. rainforest
    '19.11.26 12:21 PM (183.98.xxx.81)

    예전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나무 많던 양옥집도 생각나게 하는 아름다운 글이에요.
    과연 이 글의 결말은 어떨까요? 큰 반전없이 잔잔한 이야기인데 어떤 식으로 끝맺음될까 궁금해요~^^

  • 4. 잔잔한
    '19.11.26 12:34 PM (121.179.xxx.235)

    읽을수록 맘을 잔잔하게 해주는 글이네요.

  • 5. 111
    '19.11.26 1:42 PM (175.208.xxx.68)

    아이들이 자라면 아무래도 개인 플레이를 하게되죠.
    4편 기대됩니다.

  • 6. 오늘
    '19.11.26 1:56 PM (211.177.xxx.118)

    예전에 이런 양옥집들 그리워요.
    지금은 다 획일적인 아파트.

  • 7. ᆢ뜬금없이
    '19.11.26 3:59 PM (1.245.xxx.107) - 삭제된댓글

    그시절 양옥은 난방을 어떻게 했을까요
    시댁집 고치기전에 집이추워서 등을벽에 기다고 있을수가
    없었어요
    추워서 심장이 오그라드는 기분이고
    화장실도 추워서 샤워할수없고
    난방 조금만해도 기름이라 백만원든다 어쪈다 하셨거든요

  • 8.
    '19.11.26 8:39 PM (223.62.xxx.81)

    어린시절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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