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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살짝 스포)

한땀 조회수 : 2,689
작성일 : 2019-10-23 21:38:58

그냥 김지영으로 빙의해버린 정유미.

시모, 피붙이, 타인들이 무심코 내뱉는 사나운 말에 할퀴어지고 피흘리는 순한 영혼,

속으로만 삼키는 여리디 여린 영혼을 잘도 그려낸다.

정유미와 공유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가 이토록 설득력 있었을까.

더불어 가족의 풍부한 캐릭터와 섬세한 디테일덕에 82년생 김지영은

아주 희귀하게도 원작보다 나은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경력 단절, 사회 단절의 공포를 느끼며 자존감은 위축될대로 위축되고

노는 것 쉬는 것으로 치부되는 육아와 살림

그리고 시부모 스트레스를 끙끙 참으며 감내하는 젊은 엄마들,

아내가 안쓰럽지만 고부 사이에 갈팡질팡하는 남편들,

오빠들 공부시키려고 공장에서 일한 어머니 세대,

남존여비로 군림하다가 급변하는 시대에 부적응하고 화내는 아버지 세대,

그리고 몰카 돌려보기와 맘충드립이 일상인 쓰레기들...

서로가 무례하게 상처 주며 속으로만 곪아간다.

 

 

이 영화가 생생하게 소환해버린 나의 종살이 같았던 시집살이와

아토피 아이 육아의 슬픈 기억으로 내 안경은 이내 눈물미스트로 뿌얘졌고

상영관은 훌쩍임으로 가득찼다. 심지어 옆자리 남자분도..

그렇다고 주구장창 우울한 내용뿐인 것은 아니다.

김지영이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씩씩한 엔딩에서 보드라운 위로를 받았다.

“저를 아세요? 왜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려고 애쓰세요?”라는 담담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고마운 영화다.

 

 

 

사족.

당면한 인구절벽을 우려하고 진정으로 이 나라 미래를 생각한다면,

출산정책을 위해서라도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이 단체관람해야 하는 영화다.

 

IP : 121.160.xxx.2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내심정
    '19.10.23 9:44 PM (1.237.xxx.57)

    내일 혼자라도 보러가야겠어요ㅜㅜ

  • 2. 그러게요
    '19.10.23 10:15 PM (222.102.xxx.245)

    정유미 연기 잘하더라구요..근데 얼굴이 이뻐서 방해가 될 정도
    공유만 나오면 어두컴컴 분위기 우울죽죽

  • 3. 책을
    '19.10.23 11:03 PM (58.127.xxx.156)

    워낙 책을 형편없이 재미없게 봐서.. 안보려고 있었는데
    다시 생각해봐야겠네요

  • 4. mrspencil
    '19.10.23 11:25 PM (219.248.xxx.194)

    안보려고 했는데 보고 싶어지는 글입니다..^^

  • 5. 로즈허브
    '19.10.24 7:44 PM (58.239.xxx.218)

    오늘보고왔어요~20년전 남편도움없이 육아하던시절이 떠올라서눈물났어요~그놈은 신생아때만 애봐준걸로유세떨고 그후론 늘 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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