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개봉하고 있는데 개봉을 했는지 말았는지 소리소문없이 몇개 극장에서만 상영 중입니다.
영화 '열두번째 용의자'
참 우스운게 전 이 영화가 한국영화인지 외국영화인지, 어떤 장르의 영화인지, 어느 배우가 출연하는지도 모르고 단지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했다는 이유와 바로 집 코앞에 있는 극장에 퇴근 후 내가 볼 수 있는 시간에 걸려있다는 이유만으로 봤습니다만, 기대하지 않은 뜻밖의 재미를 얻었습니다.
오프닝 크레딧을 보고서야 한국영화인 줄 알았고, 주연이 김상경이란 것도 알았습니다.
김상경 배우가 요즘 '청일전자 미쓰리'에도 나오시더니 주연 영화도 개봉하고 요즘 바쁘시군요.
목소리 좋은 남자를 좋아하는 저는 김상경 배우 목소리 아주 좋아합니다. ㅎㅎㅎ
영화는 1953년 가을을 배경으로 문인, 화가, 예술가들의 방앗간 오리엔타르 다방에서 벌어지는 일을 중심으로 시작합니다.
내연관계로 추정되는 나이든 유명시인과 젊은 문학도 여제자의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추리극으로 시작합니다.
영화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연상케하는 느낌으로 진행되며 영화라기 보다 매우 연극적입니다.
주 무대인 오리엔타르 다방 내에서 벌어지는 일이 영화의 90% 이상이며 배우들의 연기도 연극에 더 가까와 보입니다.
처음엔 수사추리극인 것처럼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스릴러가 되더니 조폭폭력극을 거쳐 역사 비극으로 마칩니다.
이렇게 한편안에서 장르를 뛰어넘어 분위기를 잡는 건 주연 김상경 배우의 연기가 큰 몫을 합니다.
좀 더 자세하게 쓰고 싶어 입과 손가락이 근질근질하지만, 더 나아가는 순간, 대왕 스포가 되기 때문에 더이상은 쓰지 않겠습니다.
영화를 보고나면 지금 국가권력의 한귀퉁이를 점유한 양반들이 벌이는 조작과 모함의 유구한 역사가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인가, 어떤 유전적 적통 그리고 가지치기한 방계 라인으로 이어져 오늘까지 이어왔는가의 한편을 보는 것 같아 살깣에 약간의 소름이 돋습니다.
여기 출연하는 배우들은 한눈에 알아봄직한 배우가 절반쯤, 누군지 알듯 말듯한 배우가 절반쯤 출연합니다.
김상경 배우를 비롯해서 허성태, 박선영 배우는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익숙한 얼굴이고, 얼굴을 익숙히 잘 아는 명계남, 남성진 배우도 잠깐 등장합니다.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한데 누군지는 모르겠네 하는 배우들조차도 연기가 아주 좋습니다. 아마도 저만 모르는 그바닥에서는 나름 꽤나 유명한 배우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나 재미있는 것은 배우가 가진 지난 이미지와 이 영화에서 맡은 역할이 사뭇 정반대라 배우 기용의 묘미가 있습니다.
아마도 타인에 대해 갖는 인상과 선입견이 얼마나 부질없고 무의미한 오류인지 보여주고 싶은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모든 배우의 연기가 좋습니다만, 특히 김상경 배우 연기의 A부터 Z까지 한편에 다 나옵니다.
이 배우가 이렇게 다양한 연기가 가능한지 처음 알았습니다.
그간 이 배우는 물흐르듯이 무난하게 배역을 소화하는 배우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영화에서는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서서히 가속하는 브레이크 없는 스포츠카처럼 영화진행에 따라 폭주하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영화 자체가 연극적인 스타일이라 이런 과장되고 폭주하는 연기 표현이 훨씬 두드러지게 잘 보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2019년에도 데자뷔처럼 연상되는 많은 사건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개봉관이 많지 않고, 그나마도 적당한 시간에 걸어주는 경우가 많지 않은 영화라 쉽게 보기는 힙듭니다만, 김상경 배우의 팬이거나 이 영화가 흥미나 관심있는 분은 잘 뒤져서 한번 보시길 권합니다.
전 기대하지 않았던 보물을 하나 건진 느낌잉라 한번 더 보고 싶지만, 제가 볼 수 있는 마땅한 타임에 걸려있는 극장을 찾기 힘들어서 볼 수 있을까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