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대화]
검찰개혁 언론개혁을 촉구하는 전주지역 촛불집회(매주 금요일 저녁7시, 풍남문 민주광장) 안내 문자를 보냈더니 평소 가깝게 지내던 어느 신실한 집사님이 아래와 같은 답글을 보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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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신도의 조국반대 문자)
목사님.. 문재인이 윤석렬을 임명할때 했던 얘기처럼..
살아있는 권력에도 공정하게 수사를 하라고 해서
비리가 많은 조국을 수사하는데.. 왜 그러는 겁니까..
검찰 개혁 안한다는 것도 아니구 문재인이 임명한 윤석렬이 특수부 3개만 남긴다고도 했고..
북한 인권에 대해선 한마디 못하는 문재인에게 기독교인으로써 이건 아닌것 같습니다.
특히나 차별금지법으로 동성애를 옹호하고 복음전파를 못하게 법제화해나가고
하나님나라를 무너뜨리는 것이 너무도 뻔히보이는데..(유럽과 미국을보세요)
정말 기독교인이라면 하나님나라가 교회가 먼저입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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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의 답변.)
-중략-
제 주변에 집사님처럼 생각하시는 신자들이 많이 있기에 집사님의 말씀이 그리 새삼스러운 것은 없습니다.
-중략-
집사님이 처음 보내신 문자, 짧지만 여러 주제가 다양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글의 흐름을 따라가며 제 생각을 핵심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부득이 글이 좀 길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1) 일단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데는 집사님도 동의하시는 것으로 알고 그 점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2) “살아 있는 권력에도 공정하게 수사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에 대하여
우선, 문재인 대통령과 조 국 장관이 빼어난 법률가라는 것을 인정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나는 그 분들의 법학적 식견을 진심으로 존중합니다.
윤석렬 검찰총장을 임명하면서 문 대통령이 당부한 이 말에는 몇 가지 중요한 뜻이 담겨 있습니다.
우선은, 지난날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이 땅에서 일어났던 무참한 사법살인
(예컨대, 인혁당 사건, 숱한 간첩조작 사건 등)을 전제하고 내놓은 말일 것입니다.
‘살아 있는’에 방점이 찍힌 것이 아니라 ‘공정하게’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것입니다.
조 국 장관 집을 수사하듯이, 황교안, 나경원, 김성태, 홍정욱, 장재원의 집도 똑같은 강도(强度)로 수사했다면
집사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랬다면 서초동 검찰청사에 그 수많은 사람들이 촛불 들고 나갈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검찰 입맛에 맞게 선택적으로(정치적으로) 표적 수사하는 방식은 문 대통령이 그토록 하지 말라고 했던
악랄한 구태(舊態)를 반복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윤석렬 총장을 물러가라고 하는 것이지요.
엊그제 방송된 MBC PD수첩 ‘장관과 표창장’편을 안 보셨으면 다시보기로라도 꼭 한 번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그것을 보신 뒤에도 집사님의 생각에 변화가 없다면 저하고 더 이상 대화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
검찰과 언론과 자한당이 어떻게 짜고 공작수사, 표적수사를 했는지를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길게 쓰지 않겠습니다.)
(3) “비리가 많은 조국?”
우선 저는 조빠(조 국을 무조건 지지하고 따르는 사람)가 아님을 분명히 밝힙니다.
조 국 교수가 40대 소장 학자로 활동할 때부터 그가 쓴 칼럼을 자주 읽고 그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기는 했지만,
최근 거론되고 있는 의혹들에 대해서는 제발 명확하게 규명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고,
그 결과에 따라 조 국 장관에 대한 저의 호감도도 많이 떨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집사님은 조 국 장관을 ‘비리가 많다’고 단정 짓는 듯하여 좀 성급하시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습니다.
우리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있어서 집사님이나 저를 포함해서 누구든 재판결과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는
일단 죄가 없는 것을 전제하고 다뤄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간 두달여에 걸친 먼지털이식 수사
(조 국 주변의 70곳 압수수색, 가족 소환 조사, 언론의 일방적인 ‘카더라’ 보도 등)로
이미 드러난 내용을 보면 적어도 조 국은 저보다는 훨씬 정갈한 삶을 산 사람이라는 생각이고
어쩌면 집사님도 저나 엇비슷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정도 털었어도 범죄 사실을 확증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조 국보다 깨끗하다면 거의 예수님이나 부처 수준의 삶을 산 사람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조 국에 대한 호감을 아직 거두지 않고 있어서
향후 조사 결과를 확인하고 싶기에 현 단계에서 그 사람이나 그의 가족을 함부로 ‘죄인’으로 단정하지 않습니다.
그런 정죄행위 또한 자칫 하나님 앞에 심각한 범죄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4) 윤석렬 총장 왈 “특수부 3개만 남기겠다?”
앞서 말한 조 국 일가에 대한 극히 정치적인 표적수사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법률가인 대통령이 아주 불편한 심기로 “검찰총장에게 ‘지시’합니다.
검찰 스스로 검찰개혁안을 마련하여 보고하시라”고 한 데 대하여
곧바로 “특수부 3개만 남기겠다”는 안을 언론에 공표해버렸습니다.
바로 그 전에는 대통령의 당부에 대하여 곧바로 “생각해 보겠다”고 언론을 통해 대통령과 맞짱을 떴지요.
대통령은 검찰총장의 임명권자이며 그 임명권은 온 국민이 투표를 통해 대통령에게 위임한 것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착각하는 것이, 검찰에 대해 대통령이 뭐라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근간인 3권 분립에 위배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미안하지만 검찰청은 행정부(총리-법무부장관) 지휘계통 안에 있는 행정부의 한 부서입니다.
윤 총장과 검찰이 왜 그토록 조 국 장관을 낙마시키기 위해 애쓰는 줄 아십니까?
바로 그 지휘계통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지금껏 그래왔듯이 대통령-총리-법무부장관의 통제 아래 있기 싫고
그냥 지금껏 해오던 대로 검찰왕국에서 누릴 것 다 누리고 물러난 뒤에는
전관예우로 변호사로서 수임료 수억 원씩을 챙기며 평생 철밥통을 끼고 살고 싶은데
조국이 그 길을 막는 결정적인 걸림돌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지시했으면, 다소곳이 개혁안을 잘 준비해서 상관인 법무부장관에게 보고하고
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보고한 다음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그 안을 실행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받은 검찰총장의 바른 자세이지요.
우리는 대통령을 뽑았지 검찰총장을 뽑지 않았습니다.
주권자의 한 사람으로써 임명직 총장이 선출직 대통령에게 맞짱 뜨는 꼴을 더는 보기 어렵습니다.
“특수부 3개만 남기겠다”고 했던가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거짓말이지요.
윤 총장이 남기겠다는 3개 특수부가 이번 조국 사태를 주도한 핵심 기구입니다.
별 것 아닌 것 몇 개 정리하는 시늉하고 핵심은 그대로 남겨두겠다는 자세,
대통령이 아닌 언론에 제멋대로 보고하는 태도,
법무부 산하 일개 청의 수장인 검찰총장이 가질 올바른 태도는 아니라 생각되고
이것은 또 다른 항명(抗命)이라 생각합니다.
촛불 들고 나가는 분들 대부분이 아마 같은 이유로 분노하는 것일 것입니다.
참고로 이에 관한 김진극 씨의 글을 아래 덧붙이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comm&wr_id=20690392&page=3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좋은글 같이 봐요
ㅇㅇ 조회수 : 783
작성일 : 2019-10-07 19:23:23
IP : 220.120.xxx.158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ㅇㅇ
'19.10.7 7:24 PM (220.120.xxx.158)출처링크입니다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comm&wr_id=20690392&page=32. ...
'19.10.7 7:27 PM (61.72.xxx.24)이런 목사님도 계시는군요.
다행이고 감사합니다.
하나하나 다 옳은 말씀이십니다.3. ...
'19.10.7 7:30 PM (1.234.xxx.66)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런 분이 진정한 목사죠.
4. ...
'19.10.7 7:32 PM (59.15.xxx.61)이 글을 베스트로...!
5. 조국수호 검찰 개혁
'19.10.7 7:37 PM (220.125.xxx.62)언론개혁
문재인 정부 끝까지 지지합니다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6. 멋진 목사님
'19.10.7 8:53 PM (211.206.xxx.50)이건 대단한 칭찬입니다.
자상하고 논리적이고 정의가 뭔지 아시는 분.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었으면 좋겠습니다.7. 미네르바
'19.10.7 9:01 PM (115.22.xxx.132)패스하고 넘어간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8. ㅇ
'19.10.7 9:18 PM (125.132.xxx.103)이런 글 읽는 맛에 82를 못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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