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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세 엄마 촛불집회 참가기

검찰개혁 조국수호 조회수 : 2,529
작성일 : 2019-10-06 10:13:06
85세 엄마가 90세 아버지 돌보시며 두분이 사세요.
평생 냉장고에서 뭘 꺼내 본 적도 없으신 아버지 냉장고 열면 문 닫는 것도 잊으시네요.
그래서 집에 항상 누가 있어야 하는데 요양보호사가 잠시 오니 그 때야 외출하세요.
근데 요즘 엄마도 깜빡깜빡하시는 일이 잦아 걱정이에요.

엄마의 어린 시절은 50년대 전쟁
젊은 시절은 6.70년대 박정희 독재, 80년대 군부독재 시절이었어요.
50년대 누군가 미운 사람을 빨갱이로 고발하면  빨갱이 소리가 나왔다는 이유로 그냥 몰살 당하는 걸 보시기도 하셨대요.
요즘 우리 조국 장관 가족 당하는 걸 보면 그 시절이 생각난대요.
진실은 필요없이 몰아세우면 당하던 그 시절과 대명천지 지금이 어떻게 동일시 될까요?

어쨋든 하야촛불 집회때 
팔순 노인들 혹시라도 집회에서 다치실까봐 안 모시고 다녔는데 
제가 집회만 갔다 하면  걱정이 많으셨거든요.
지난 주에 촛불 집회 참석하고서  개천절 광화문사태를 보시고는 어제 집회 간다니 엄청 걱정을 하시는 거에요.

그래서 직접 모시고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집에서 어느 노선으로 가야 재미있고 즐겁게 다녀올 수 있을까 궁리하고,
2인 1조 분대장 노릇 했습니다.

5시 누에다리 통행제한 되기 전에 누에다리 통과해보고 싶은데.. 
너무 일찍 가면 힘들지 않을까...

이 궁리 저궁리 하는데 약속시간도 되기 전에 엄마가 저희 집에 오셨네요.
그래서 생각보다 일찍 출발했어요.

누에다리 위 공원까지는 즐겁게 갔는데, 다리 위에 기자들, 경찰들 있는 것 보고는 주춤하시는 거에요.
아직도 무서우신가봐요.
살살 손잡고 내려갔더니 이제는 우공당 집회가 요란벅적하게 벌어졌네요.'
12시부터 한다는 집회 인데 사람들은 듬성듬성 도로에 있는 우회전 좌회전 다 보이게 앉아있네요.
길 가에는 담배연기에.. 인상 사나운 욕쟁이들이 한가득이라 집에 돌아가겠다시면 어쩌나 걱정이 되긴 했지만 직진했죠.
그쪽 스피커는 얼마나 빵빵한지 무서울 정도였어요.

어쨋든 나중에 집에 가시기 쉬운 자리 잡는다고 중간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는데
돗자리 깔린 곳에 앉아계시던 언니들이 10시에 와서 자리 잡아놨다고 하네요.
언니들 고맙습니다~~

울 엄마 문통님과 찍은 사진이 엄마의 보물인데 그거 꺼내서 자랑도 하시고,
식 전에 하던 파도타기 연습도 잘 참가하시고 
노래는 아는게 없으시니 그냥 입 다물고 계시지만 
정말 정말 좋아하시네요.
그동안 복지관 가면 목소리 큰 태극기 모독부대원들 때문에 스트레스 좀 받으셨거든요.
함성도 잘 지르시고..
다음에는 아버지도 모시고 왔으면 좋아하시겠다고...
엄마! 아버지 휠체어는 민폐에요..

제가 5시에 노통 문통 조장관 펜화 그림 받으려고 서초역7번으로 내려갔다가 사람에 치어 못 돌아오니 엄청 걱정이 되셨나봐요. 1시간이면 충분히 그림 구하고 돌아올 거라 계산했는데 그 왕복 200미터 정도를 사람이 너무 많아 오도가도 못하겠더라구요.
촛불집회니 촛불도 하나 앵겨드리고, 간식도 챙겨가며 열심히 한판 놀다왔어요.

제가 이렇게 긴 글을 쓰는 이유는 
옆 자리에 계시던 용인에서 올라오신 부부
얼마나 아들처럼 울 엄마를 챙겨주시는지 그 감사함을 적기 위해서에요
저 사라진 시간동안 엄마 간식도 챙겨주셔서 갔다오니 간식이 한웅큼이네요. ㅎㅎ

엄마 추울 것 같다고 본인 조끼도 양보해주셔서 정말 미안하고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갔다오고선 딸내미 무서운 곳에 가는 거 아니고 재미있는 축제에 놀러갔다 생각하게 되신 듯하네요.

득템한  노통 문통 조장관 펜화 아버지 방에 붙여드리고 왔습니다. 

엄마.. 아버지 돌보느라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다음 소풍 때까지 저랑  이렇게 즐겁게 노시다 가세요.

써놓고 보니 그러네요.
제가 어린 꼬맹이일 때 
엄마가 직장서 집 챙길려고 잠시 들르면 
엄마 따라간다고 떼 써야 할 애가
"엄마 놀다 가~~" 이랬다고 했대요
근데 지금도 "엄마 놀다 가~~" 네요. ㅎㅎ


IP : 211.178.xxx.171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9.10.6 10:15 AM (116.39.xxx.162)

    대단하시네요.
    그 연세에...
    오래 오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 2.
    '19.10.6 10:17 AM (223.38.xxx.31)

    우리도 힘든데
    대단하고 장하시네요
    어제 길이 인파로 너무 막혀
    꼼짝달삭 못하고 갇혀있었죠
    원글님도 대단하십니다

  • 3. 섬백리
    '19.10.6 10:20 AM (220.81.xxx.252) - 삭제된댓글

    감사하네요
    건강하게 장수하시길 기원합니다

  • 4. ....
    '19.10.6 10:32 AM (1.227.xxx.251)

    너무 예쁜 후기네요
    진짜 서로 돌보고 서로 나누고 그런 집회라 다녀오면 마음이 꽉찬것 같아요

    어머니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 5. ...
    '19.10.6 10:32 AM (125.181.xxx.240)

    어제 사람들 너무 많아서...

    저도 제 한몸 건사하며 걷는거 힘들었는데

    연로하신 어르신 분도 많이 힘드셨을거예요.

    원글님과 원글님 주변에 계셨던 분들

    대단하십니다. 감동이네요!

  • 6. ^^
    '19.10.6 10:33 AM (61.77.xxx.223)

    부모님께서 건강하게 오래 사시길 기원합니다
    좋은 부모님과 속 깊은 따님이시네요

  • 7. 00
    '19.10.6 10:41 AM (222.108.xxx.214)

    어르신들 많이 오셧더라구요
    태극기 모독 부대와는 달리 다들 얼굴도 온화하시고요
    저도 그렇게 나이들고 싶어요
    존경합니다

  • 8. ㅇㅇ
    '19.10.6 10:44 AM (110.12.xxx.167)

    따뜻한 글에 마음이 흐믓해집니다
    참 착한 따님에 멋진 어머니
    어머님 응원합니다 아버님도 어머님도 건강하시고요
    원글님도 행복하세요~

  • 9. 존경합니다
    '19.10.6 10:52 AM (182.224.xxx.119)

    정말 참 어르신이세요. 어른들이 저렇게만 나이 드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건강하세요 어머님!

  • 10. 감사
    '19.10.6 11:23 AM (223.38.xxx.154)

    글읽는데 눈물나네요
    그날이 오겠죠 노짱도 바라고 부모님도 바라시는
    글고 휠체어 민폐아니에요 예당쪽서 휠체어 계신분봤어요
    그런데
    날이추워서 걱정이지요 담주는 더추울것같아요
    바람이 엄청났어요

  • 11. 내마음
    '19.10.6 11:30 AM (182.227.xxx.157)

    읽으면서 눈물이 나네요
    두분모두 존경스러워요~
    용기도 부럽구요

  • 12. ㅠㅜ
    '19.10.6 12:50 PM (1.177.xxx.78)

    저 울어요.ㅠㅜ
    원글님도 어머님도 너무 이쁘고 부러워서....

    구순을 바라 보시는 우리 엄마는 대학졸업후 지금까지
    30여년동안 생활비 보내 드리는 딸이 처음으로 부탁드린
    조선일보 구독 하시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끝내 못들어 주시더라구요.
    울 엄마는 침대 옆에 박근혜사진 붙여 놓으시는 분이세요.ㅠㅜ

    얼마전에는 저희집에 오셔서 몇일 계시는데 티비에 나경원이 나오자
    얼마나 반색을 하며 좋아 하시는지...
    하...엄마지만 정말 만정이 다 떨어져서 안보고 살고 싶은 심정.
    엄마에 대한 애정은 없고 돌아 가시면 후회할까봐 의무감으로 대하는 내가 속상하고 슬퍼요.

  • 13. 83세
    '19.10.6 3:46 PM (223.38.xxx.77)

    우리 엄마는 83세인데 저와 같이 참석했어요.
    이 번이 2주째 참석이구요.
    뉴스 보면 속에서 불이 나 견딜 수 없대요.
    작은 체구지만 소싯적부터 몸이 날쌔서
    아직도 활동에 지장이 없거든요.
    무대 앞쪽에 80세 노인전용석도 있다고 들었어요.
    엄마는 그리로 안갔지만요.

  • 14. O1O
    '19.10.6 5:17 PM (14.43.xxx.143)

    응원합니다.
    근데 이제 날씨가 추워져 담엔 그냥 집에 계시라 하세요.
    노인분들 건강은 장담 못해요.

  • 15. 검찰개혁 조국수호
    '19.10.6 8:11 PM (125.131.xxx.131)

    83세님 앞자리 노인 전용석이 있다는 정보는 처음이네요.
    너무 시끄럽지 않을까요?
    다음에 덜 추우면 아버지도 모시고 가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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