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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우리는 모두 잠재적인 피의자입니다-고일석 전 기자

맑은햇살 조회수 : 866
작성일 : 2019-10-04 17:24:26




많은 분들이 이번 사태를 통해 깨달은 것은, 그리고 아직 깨닫지 못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반드시 깨달아야 하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잠재적인 피의자입니다.

조국 장관은 소위 작전과 불법행위가 횡행하는 펀드라는 곳에 부인이 돈을 넣었다는 이유로 검찰의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부인은 그걸 모르고 돈을 넣었을리 있느냐는 이유로 의심을 받더니, 아예 그 '횡행하고 있는 작전과 불법행위'의 주모자로 몰리고 있습니다.

무슨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의심 뿐입니다. 그런데 의심도 무슨 근거가 있어야지요. 그 분이 의심받고 있는 근거는 그냥 그곳에 돈을 넣었다는 것 밖에 없습니다. 돈을 넣은 곳을 파봤더니 이리저리 엮이고 엮인 곳에서 횡령이 있었고, 주자조작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업체들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차명 보유라고 볼 수 있는 무슨 이면계약서가 발견된 것도 아닙니다. 횡령을 해서 금전적인 이익을 얻은 것도 없고, 주가조작을 지시했다는 근거 비스무리한 것도 없습니다. 그냥 의심입니다. 의심만으로 수사받고 더 나아가 주범으로 몰려서 조사받고 지금 구속이 되니마니 하고 있습니다.

조국 장관은 또 그걸 몰랐을리 있느냐는 이유만으로 검찰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고 있습니다. 몰랐을 리가 왜 없나요? 조국 장관이 무슨 전지전능한 하느님입니까? 주변에서 벌어지는 있는 일은 속속들이 다 알고 있어야 하나요?

임은정 검사는 이것을 '사냥'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여러분에게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십니까? 그것을 장담하고 있다면, 여러분에게는 절대로 생기지 않을 일이 왜 조국 장관 일가에게는 일어나고 있는 겁니까? 그래도 괜찮은 건가요?

조국 장관과 관련되어 현재 유일하게 기소되어 있는 표창장 사건도 그렇습니다. 기소가 됐고 검찰이 자신 있다고 하니까 재판을 통해 가부가 드러나겠죠. (5촌 조카도 기소됐지만 그건 아직 조국 장관이나 가족과의 연관성이 전혀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최소한 법적으로는 '주장'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건이 어떻게 시작됐나요? 누가 작정을 하고 고발을 하거나 제보를 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는, 그것도 수시에 응시할 동기생들이나 후배들이 참고해서 도움받으라고 올려놓은 자소서를 한 줄 한 줄 털다보니 나온 겁니다.

저는 의정부에 몇 년 산 적이 있었습니다. 집에 가려면 항상 검문소를 지나야 하는데 하루도 빠짐없이 면허증을 내보여야 했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너무 짜증이 나서 "왜 맨날 면허증을 보여달라고 하느냐"고 따졌더니 경찰이 갑자기 차량등록증을 보여달라는 겁니다.

찾아봤더니 없더군요. 그래서 없다고 했더니 도로교통법 상 운전자는 항상 차량등록증을 비치하고 있어야 한다며 벌금 5만원 짜리 딱지를 떼는 겁니다. 기가 찰 노릇이지만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제가 당한 건 경찰이고 조국 장관 일가가 당하고 있는 것은 검찰이지만 딱 그런 일이 똑같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이거야 말로 여러분도 피해갈 수 없는 수사기관의 횡포입니다.

모르긴 해도 검찰이든 경찰이든 무슨 죄로 조사받으러 갔는데 그 죄로는 혐의를 씌울 수 없게 되니까 뭔 희안한 죄를 걸어서 벌금을 먹이든 기소를 당하든 달려들어간 일을 겪은 경험담을 찾으면 아마 수두룩하게 나올 겁니다.

그렇게 딱히 근거도 없는 의심만으로, 그리고 대충 봤더니 걸고 넘어갈 게 보이지 않으니까 70여 군데를 털고, 일가친척에, 아는 사람에, 딸에, 아들에, 그 친구들에다가, 다니던 학교는 말할 것도 없고, 원서를 넣었던 학교까지 죄다 털리는 일은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단지 조국 장관과는 사회적 위치가 다르니까 70여 군데 씩 털리는 일은 여러분이나 저한테는 일어나지 않겠죠. 그러나 재수가 없어서 못돼쳐먹은 검사를 만나면 가족들이 벌벌 떠는 가운데 압수수색을 당하는 일은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이고, 식품위생법으로 불려갔다가 뜬금없이 소방법으로 처벌받는 일은 더더욱 흔하게 벌어질 수 있는 일입니다.

우리는 모두 피의자가 될 수 있습니다. 죄를 지어서 피의자가 될 수도 있고, 지은 죄가 전혀 없는데도 피의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죄가 있어서 피의자가 됐다면 그 죄만 처벌받는 것이 마땅할 것이고, 죄가 없는데도 피의자가 됐다면 쓸 데 없이 여기저기 털려서 굳이 없는 죄를 뒤집어쓰는 일은 없어야 할 겁니다.

그런데 조국 장관 일가는 죄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채 사상 유례없는 가족범죄단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조국 수호'는 조국을 지키자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그 꼴 당하기 싫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꼴 안 당했으면 좋겠다는 얘깁니다. 조국이 아니라 우리를 스스로를 부당한 국가권력으로부터 지키자는 겁니다.

굳이 조국을 지킨다는 의미가 있다면, 꿋꿋하게 버텨서 우리로 하여금 그런 일 안 당하게끔 해달라는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실패했고, 그 누구도 번번이 실패만 했던 그 일을 당신은 기필코 하겠다고 나섰으니, 그리고 그 일 하겠다고 나섰다는 이유로 검찰에게 혹독하게 당하고 있으니, 제발 잘 버텨서 그 일 꼭 해달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조국이다." 이게 우리가 서울대 나와서 서울대 교수를 하고 민정수석을 하다가 법무부 장관이 되어 있는 그 사람이라는 말이 아니라는 건 잘 아시지 않습니까?

"우리가 조국"이라는 말은 우리가 바로 그가 당하고 있는 일을 그대로 당할 수 있는 사람이고, 우리가 그 일을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 버티고 싸우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조국"이라는 말은 "우리가 곧 억울한 피의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이고, "조국 수호"라는 구호는 그 억울함과 부당함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지키겠다는 외침입니다.
IP : 175.223.xxx.145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맞아요
    '19.10.4 5:29 PM (14.45.xxx.221)

    "우리가 조국"이라는 말은 "우리가 곧 억울한 피의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이고, "조국 수호"라는 구호는 그 억울함과 부당함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지키겠다는 외침입니다. 222

  • 2. 잘 읽었어요~
    '19.10.4 5:30 PM (211.200.xxx.115)

    제맘이에요~ 내가 조국이다^

  • 3. 의심이있으니
    '19.10.4 5:51 PM (175.211.xxx.106)

    검찰이 수사하고 있지요. 전 결과를 지켜보겠습니다.
    집회 나가는 양쪽 다 이해못하겠어요.
    검찰이 수사중인데 왜 집회 나가요?
    조국버스도 웃기고 조국을 영웅화하는듯한 조국이 케이크 든 프린트의 티셔츠도 완전 코미디예요.

  • 4. 쓸개코
    '19.10.4 5:53 PM (175.194.xxx.139)

    "우리가 조국"이라는 말은 "우리가 곧 억울한 피의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이고, "조국 수호"라는 구호는 그 억울함과 부당함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지키겠다는 외침입니다.3333

  • 5. 쓸개코
    '19.10.4 5:53 PM (175.194.xxx.139)

    댓글로 떠드나 오프라인에서 떠드나..

  • 6. ...
    '19.10.4 6:02 PM (122.36.xxx.170) - 삭제된댓글

    우리가 조국입니다

    그러니까
    조국수호 검찰개혁입니다

  • 7. 무지개장미
    '19.10.5 7:24 AM (82.45.xxx.130)

    맞아요. 제가 가진 두려움을 글로 잘 쓰셨어요. 너무 억울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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