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험에서 배우는 데에도 두 가지 태도가 있습니다. 하나는 “과거에 통했으니 이번에도 통할 것”이라고 믿는 즉물적 태도입니다. 이명박이 수시로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고 말했던 것이나, 왜구와 토착 왜구들이 “일제 불매운동은 성공한 적 없으니 이번에도 실패할 것”이라고 하는 건 모두 이런 태도의 표현입니다. 이런 태도에 익숙해지면 역사가 반복과 순환의 과정으로만 보이기 때문에, 진보와 발전을 이해하지 못하는 수구세력이 됩니다. 그런데 개나 쥐, 닭 등의 짐승이 경험에서 배우는 방식도 이와 같습니다. 수구세력이 타인을 대할 때 종종 짐승과 비슷해지는 건 이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과거에 당했으니 이번에도 당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성찰적 태도입니다.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오늘의 우리는 과거의 우리가 아니다”라고 한 것이나, 민주 시민들이 “과거의 일제 불매운동은 실패했어도, 오늘의 불매운동은 다를 것”이라고 하는 게 모두 이런 태도의 표현입니다. 똑같은 자극에도 다르게 반응하는 게 인간이 짐승과 다른 점이며, 인간만이 진보와 발전을 거듭한 이유입니다. 같은 경험을 계속 반복하는 건 동물적 태도이며, 자기 경험을 뛰어넘는 게 인간적 태도입니다.
10여 년 전, 한나라당과 검찰과 언론은 한패가 되어 봉하 아방궁, 국가 기록물 서버 절도범, 노무현 아들 호화 생활, 노건평 골프장, 논두렁 시계 등 숱한 거짓말을 ‘단독’, ‘속보’ 등의 이름을 붙여 퍼뜨렸고, 대다수 국민이 그걸 믿었습니다. 지금도 자한당과 검찰과 언론은 한패가 되어 그때와 다를 바 없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때와 똑같이 하면 똑같은 결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이건 그들 스스로 ‘인간의 학습 능력’을 갖지 못했다는 고백일 뿐 아니라, 국민 대다수를 짐승 취급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같은 자극에 달리 반응하기에 인간이며, 같은 정보를 달리 해석할 수 있기에 인간입니다. 1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방법을 쓰는 자들에게 또 당하지 않는 건, 자신의 '인간성'을 지키는 일이자 그런 자들에게 ‘인간다움’을 가르치는 인도주의 실천이기도 합니다.
2.
태평양전쟁 중, 경성제국대학 의학부 교수와 학생들은 '삭발계'와 '비삭발계'로 나뉘었습니다. 창씨개명 이후이니 이름으로는 일본인과 조선인을 구별할 수 없었지만, 머리카락으로는 구별할 수 있었습니다. 대다수 일본인은 곧 입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삭발했으나, 조선인 대다수와 일본인 극소수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비삭발계'는 곧 '비애국자' 취급을 받았다고 합니다.
자한당이 '삭발계'와 '비삭발계'로 나뉘는군요.
나경원 원내대표의 고심이 크겠습니다.
3.
2006년 한나라당이 촛불시위까지 벌이며 사학법 개정에 반대했던 건, 사학재단이 한국 사회의 기득권 세력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사회에서나 기득권 세력끼리는 서로 공고히 결합합니다. 그들은 경제적, 법률적, 사회적, 문화적 자원 대부분을 독점하고 자기들끼리만 나눕니다. 가장 강력한 권력이 '기득권'입니다. 기득권 체제에 대한 도전이 있을 경우, 그들은 대개 가진 자원의 일부만 동원해서 조용히 짓밟습니다.
이번 조국 장관 반대도 실상은 공수처법 반대입니다. 다만 이 문제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기득권 세력이 총결집했다는 점에서, 아주 특별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공수처법이 기득권 동맹 체제에 균열을 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일 겁니다. 일방적으로 기득권 세력의 편에 섰던 검찰이 바뀌면, 기득권 체제는 기둥 하나를 잃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우리는 검찰을 기득권 세력의 일원으로 놓아 둘 거냐, 국민의 검찰로 개혁할 거냐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첨부한 사진은 2006년 사학법 반대 시위에 나란히 참석했던 이명박과 박근혜의 모습입니다. 저들이 한국 기득권 세력의 대표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명박과 박근혜의 뒤를 잇겠다며 한국 기득권 세력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사람들의 퍼포먼스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 퍼포먼스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해야, 기득권 체제를 조금이라도 개혁할 수 있습니다. 기득권 체제를 개혁하는 건, 기득권 세력의 하수인 노릇하는 것보다 수십 억 배 어렵습니다.
"가족들까지 고생시키면서 왜 그렇게 어려운 일을 하려고 하느냐?"는 기득권 세력이 세상을 길들여 온 마법의 언어입니다. 이런 말을 자기도 모르게 따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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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역사학자 전우용님 페북들
... 조회수 : 935
작성일 : 2019-09-17 19:36:22
IP : 218.236.xxx.162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사학법
'19.9.17 8:19 PM (175.223.xxx.170) - 삭제된댓글세금좀 내지! 좋은 글 감사합니다~!
2. ㄴㄷㅅㅊ
'19.9.17 8:22 PM (175.114.xxx.153)자한당과 기레기없는 세상에서 살고싶다
3. 한번속으면
'19.9.17 8:23 PM (125.139.xxx.167)그럴수 있다고 지나칠 수 있지만 두번 속으면 개 돼지죠. 모든 적폐들이 죽기 살기로 나서는 이 전쟁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 깨시민들이 많아 든든해요. 조국지키기가 이 전쟁의 결정적 승부처가 될것 같아요.
4. 물러날수
'19.9.17 10:00 PM (211.108.xxx.228)없는 전쟁이죠.
모두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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