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은 여기서 태어나서 쭉 여기 애들과 같이 여기 교육을 받았고요
대학은 타지로 진학해서 그 때부터 혼자 살았죠
어렸을 때부터 엄마의 언어와 정서를 이해받기 원하는 단 한가지 이유로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한국어를 열심히 가르쳤답니다
일상 언어는 어느 정도 되지만 한국에 가보면 유치원 또래의 아이가 더 말을 잘 하는 거 같고요
대학에 가서는 단지 학점을 거저 먹겠다고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택하고서도
취직에 유리하니까 본격적으로 한국어를 배우라고 해도 1년 한국으로 교환 유학을 가라고 해도 듣지 않던 녀석이
지난 5월 느닷없이 한국어 능력 시험을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이미 한국과 아무 관련 없는 회사에 취직도 했고 뭐지 싶었지만
잘 생각했다 엄마가 무료로 한국어 가르쳐 줄까 했더니 의외로 적극적으로 배우겠다고 하더라고요
이후 일주일에 한번 라인을 이용해서 레슨이 시작되어
꼬박꼬박 90분에서 2시간씩 교재를 가지고 수업을 했고
두달 전부터는 작문 수업도 합니다
언젠가 왜 한국어를 배우기로 맘 먹었냐고 물었더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 발표한 담화문을 읽어보려고 했더니
너무 어려워서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더래요
그래서 한국어를 더 배워 그 담화문을 이해하고 싶었대요
처음엔 시간이 아까워 옆으로 새는 이야기를 막았었는데 요즘 한국 국내가 시끄러워지면서
정치 얘기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해서
어느 땐 한국어 수업 시간인지 정치 시사 시간인지 구분이 안 가기도 합니다
2017년 대통령 선거때 막 피선거권을 갖게 된 아들에게 투표를 권유하자 투표는 하겠다고 하는데
현지 언론에서 떠드는 왜곡된 문재인 후보에 대한 이미지를 그대로 말하더라고요
투표장에 들어가지 전까지 최선을 다해서 올바른 시각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고
문재인 후보를 찍겠다고 했지요
그때부터 아들은 좀더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거 같아요
지난주에 다음 뉴스를 보다가 김민웅 교수의
사회적 박탈감으로 포장된 권력 카르텔의 반격이라는 글을 보고
좀 어렵겠지만 이번주에는 이것으로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하니까 ㅇㅋ랍니다
문장이 길고 어려운 단어가 많이 나와서 나누어 하기로 해서 앞부분밖에 못 했습니다만
현 한국의 현상에 대한 개론을 같이 공부한 느낌입니다
아들은 질문도 많아졌고 제가 설명해주는 것을 맞장구 치면서 잘 듣습니다
이 글은 자랑글 맞습니다
해외에서 추석도 없고 쓸쓸해서 한 번 써 봤습니다
머리 굵은 아들과 일주일에 한두시간 밀도 높은 공부와 정치 이야기 하시는 분 계십니까
요즘 밥 안 먹어도 배부릅니다 ㅎㅎ
82님들 남은 추석 연휴 행복하게 보내세요